19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클럽을 찾은 레베카 황과 지니 황 자매. 둘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 아르헨티나로 이주, 각각 실리콘밸리 투자자이자 기술 경영학 교수, 변호사이자 한국문화 전문 유투버로 성장한 이들이다. 함께 모국으로 돌아온 황 자매가 이날 자리를 통해 전한 각자의 성장 스토리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연사로 나선 레베카 황은 MIT를 졸업한 뒤로 소셜벤처를 비롯한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거쳐 스탠포드대에서 기술 경영학 교수, 칼레이벤처스와 리벳벤처스에서 투자자로 활동한 바 있다. 그녀는 대학교 3학년 즈음 의무 인턴십 활동으로 골드먼삭스 대신 인도의 한 작은 가족 경영회사를 택했던 일을 떠올리며 “당시 현지에서 명확한 대조를 하나 목격했다. 한쪽에는 타지마할 같은 멋있는 건축물이 있었지만 그 바로 옆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모여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고통뿐 아니라 문제 해결 기회를 모두 포착하게 된 계기. 내가 가진 화학 엔지니어링 전공 지식으로 세상을 바꿀 발명을 하고 싶단 생각을 품게 됐다.”
당시 레베카 황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여성이 물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 위생이 보장되지 못한 점에 주목했다. “여전히 내 인생의 멘토로 남은 한 교수님을 통해 꼭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실험을 위해 니카라과의 소외 지역인 샌프란시스코 리브레에 6개월간 머물며 화분 모양의 ‘포터스 포 피스(Potters for Peace)’ 정수 필터기를 보급했다. 저비용의 로우테크로도 큰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는 것. 그러나 조사 결과 현실은 그녀의 기대를 빗나갔다. 구토, 설사로 죽는 아이들의 수는 여전했고 사용자 가정에 방문해봤더니 정수 필터기를 화장실이나 축사 곁에 두고 쓰고 있었다는 것.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실행도 스케일링도 쉬울 거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다”며 레베카 황은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정수기 사용에 만족하나요?’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실사용 환경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에도 충분히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고 제대로 된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녀는 눈을 돌려 스탠포드대로 진학, 사회적 네트워크 이론을 공부하며 석사를 취득했고 이를 통해 “기술이 정말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되려면 문화, 마케팅, 기업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걸 배웠다. 당시를 계기로 기업가, 창업가를 위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 플랫폼 ‘유누들’을 동료들과 함께 설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벤처 캐피탈 영역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분명한 기회와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결성이 낮은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시장을 잇는 ‘칼레이벤처스(Kalei Ventures)’를 통해 최근에는 국내 스타트업과의 만남에 박차를 가했다. 아직 본격적인 진출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파트너사를 몇 곳 물색,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밖에도 그녀는 여성 소비자를 타겟 삼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리벳벤처스(Rivet Ventures)를 공동창업하기도 했다. “기회와 솔루션의 미스매치가 계기였다. 상당한 부와 의사결정이 여성의 손에 달렸음에도 2.5%만의 벤처 자본이 여성 창업팀에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금전적 지지뿐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강연에 참여했던 테드 톡을 비롯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바램이다.
다음 연사인 레베카 황의 언니, 지니 황은 아르헨티나에서 첫 한국계 원어 앵커로 발탁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그녀는 “아나운서 통과 시험을 치를 때 만난 경쟁자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당연하게도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상황에서 나를 내세울 것은 한국인이라는 아직 낯선 문화적 배경으로 차별화하는 방법이겠더라”는 기억을 전했다. 성공적으로 방송 데뷔를 마치고 국제뉴스팀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인맥이 중요한 방송계의 현실 탓에 그녀는 아르헨티나와 미국 뉴욕대 로스쿨에 진학, LLM(법학 석사 과정)을 마쳤단 소개다. 이후 “미국 유명 로펌에도 취직해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엇이 정말 하고 싶은 건지 고민이 컸다. 나의 아이덴티니를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유투브를 통해 개인 방송을 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그녀는 말한다.
따라서 2016년 지니 황은 ‘지니 채널(Jini Channel)’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 현재는 한국어 교육, K팝과 K뷰티, 푸드를 모두 아우르며 7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했다. “채널을 시작할 때는 유투버가 되기엔 어린 나이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변호사, 예전 방송국 선후배의 반응도 그리 좋지는 않았기에 걱정은 됐다. 그래도 몇년간 방송에 출연해본 경험도 있기에 일단 시작하잔 생각이었고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성격이 변해 부담감도, 공포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며 지니 황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의 마음 속 소리를 들어라. 시청자를 만나다 보면 더 큰 시장과 잠재력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여러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은 나중에라도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앵커 활동을 통해 쌓은 방송 노하우뿐 아니라 당시 현지인들과는 다른 외양으로 인해 직접 화장법을 연구한 경험이 현재 K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모든 지식은 언젠가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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