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뱅킹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에게 소유란 ‘물리적 소유’를 뜻했다. 정부와 은행이 들어서기 전에는 금과 보석으로, 중앙은행이 등장한 뒤로는 지폐로 거래를 했고 자산을 축적했다. 이는 아주 오랫동안 지배적으로 작동한 소유의 패러다임이다.” 바비 리 밸럿 대표가 25일 중국 상하이 월드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오션스테이지 무대에 등장했다.
“이후로 최근까지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실현, 범위를 확장하며 소유는 철저히 신원에 기반한 개념으로 변화했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든 쇼핑몰에서 포인트를 쌓든 모든 자산 소유는 우리의 신원과 직결됐다.” 운전면허증, 여권을 비해 신분을 증명할 무언가를 정부 혹은 기관에 제시해야 했고 신분증이 참인지 거짓인지, 해당 신분에 기반해 계좌를 발행할지 말지는 기관이 결정하는 형태였다는 것.
그러면서 바비 리 대표는 “이는 언제든 제3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개인이 자산을 얻고 축적하는 것에 규제자 혹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단 뜻이며 또 이들이 자산을 몰수할 수도 있단 뜻”이라 말했다. “게다가 지폐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는 정부가 없어지거나 정책을 바꾸면 가치가 없어지고 절하될 수도 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소유 모델을 소개하겠다며 ‘비트코인’으로 친숙한 디지털 자산, 즉 정보에 기반한 자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등장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소유를 실현해줬다. 암호화폐는 철저히 정보에 기반한 소유”라며 “이는 0과 1로 이뤄진 정보이자 클라우드 안에 들어있는 돈과 같다. 누구든 권한만 있다면 가질 수 있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함께 바비 리 대표는 대형 스크린의 슬라이드를 통해 100달러 지폐의 이미지를 크게 띄우며 “이렇게 크게 지폐를 띄우고 보여준다 해도 이 100달러는 그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며 다음 슬라이드 페이지에서는 URL과 복잡한 문자로 나열된 프라이빗 키를 띄워 보여줬다. 그는 “가장 먼저 URL을 통해 접속, 여기에 나온 프라이빗 키를 입력하면 100달러를 가질 수 있다. 여기에 있는 관객 누구나 프라이빗 키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군가가 이미 가져갔다면 그의 허락 없이 빼갈 수 없다는 점이 기존 은행권의 디지털 자산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더 이상 규제기관이 100% 통제할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원리다. 소유한 이의 허락 없이는 정부든 은행이든 자산을 몰수할 수도 없고 자산이 오가는 것 역시 막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얼마 전 창업한 회사 ‘밸럿’을 소개하기도 했다. 밸럿은 ‘리얼(REAL)’이라는 이름의 비전자식 암호화폐 지갑을 출시, QR 코드와 프라이빗 키를 인쇄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카드를 판매한다. “리얼은 그 어떤 추가적인 장비나 복잡한 설치 절차 없이 암호화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인 카드에 인쇄된 수신용 QR코드를 스캔하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고 돈을 보낼 때는 밸럿 앱을 통해 지시대로만 하면 된다.” 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다는 점과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 이전의 물리적 자산처럼 금고에 두는 것만으로도 보안이 보장된다는 점 역시 그가 꼽은 강점이다.
이어서 바비 리 대표는 “밸럿 창업에 앞서 실리콘 밸리와 중국을 넘나들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관련 일을 해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 아이템은 단순히 스테인리스 카드 위에 QR코드라는 ‘정보’를 인쇄한 것뿐이다. 이를 주고 받는 것은 명함을 주고 받는 것과 다름없다. 밸럿을 주고 받는 것을 규제한다면 이 자리에서 명함이 오고가는 모든 행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라 말했다.
“정보성 자산이 주는 이점뿐 아니라 이제 20년 안에 암호화폐는 전세계적으로 경제 혁신을 부르며 큰 변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기존 암호화폐는 오히려 이 때문에 탑티어 이용자와 기술 전문가에만 오픈된 경향이 있다고 봤다. 리얼을 통해 아이나 노인처럼 IT를 잘 모르는 이들 모두 암호화폐 자산이란 개념에 쉽게 접근, 마찬가지로 쉽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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