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술을 두고 하드웨어와 통신망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과연 실용성이 있겠냐는 의문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이하 KVRF)에 가봤다면 그간 많은 성장이 있었단 걸 알게 됐을 것이다.
KVRF는 개막 첫날부터 오픈 쇼케이스와 그랜드 챌린지, 펀드데이를 통해 VR, AR 관련 기업이 자사 콘텐츠와 제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341개 전시부스도 마련, 132개 기업이 실제 체험 공간과 소개 공간을 마련해 참관객을 맞이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번 KVRF 부스에서 각자 VR를 활용해 기발한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에는 어떤 곳이 있었을까?
먼저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교육 콘텐츠와 VR의 만남이었다. 대표적으로 클래스VR은 게임처럼 쉽고 편한 현장체험 중심 교육을 목표 삼아 과학과 예술, 역사, 사회를 비롯한 21개 카테고리 900여 개 콘텐츠를 개발했다. 자체 제작한 온오프라인 워크북과 VR교육 최적화 학습관리 시스템도 제공하며 올인원 디바이스와 이동보관이 편한 케이스 역시 클래스VR측이 꼽은 강점이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최근에는 최신 기술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에 대해 예산이 따로 편성되고 있어 국내 학교 50여 곳에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주로 B2B 방식으로 학교와 교육기관에 공급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하게 듀코젠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과학 실험 프로그램 ‘랩키드’를 선보였다. 랩키드는 덴마크 기업 ‘와이즈플로우’과 협업제작했으며 또다른 덴마크 기업 ‘랩스터’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한 가상 실험실도 구축한 바 있다. 랩스터를 이용하면 실험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과 경제적 비용 모두 낮출 수 있단 설명이다.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역시 빠질 수 없다. 제이지비퍼블릭 ‘더 스펠 오브 다이노’는 공룡에 관심이 많은 6세 이상 아동을 겨냥해 콘텐츠를 탑재한 VR기기와 교보재를 박스에 담아 올인원 패키지로 제공한다. 되살아난 어둠으로부터 공룡을 지켜내려는 주인공을 따라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퀴즈를 풀 수 있으며 그 다음에는 학습 정리 단계를 통해 이해도를 높인단 설명이다. 박성준 콘텐츠기획팀 PD는 “너무 어려운 내용 대신 육식, 초식공룡을 구분하거나 이름의 유래 배우기 정도를 담았다. 기존 3D 애니메이션과 달리 360도로 스토리를 둘러볼 수 있어 호기심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며 올인원 패키지뿐 아니라 KT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판매하는 한편 키즈카페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1시간 반짜리 체험 프로그램으로 제공할 수 있단 소개를 덧붙였다.
VR기반 안전 시뮬레이션 교육도 현실이 됐다. 스마트 AR 시뮬레이터를 집중 연구개발한다는 ‘스탠스’는 서울과기대 연구원이 주축을 이룬 곳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AR기반 소방대원 훈련용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는 열화상 카메라와 도끼를 탑재한 가변형 디바이스와 스마트 관창을 이용해 가상 화재상황에서 구조 작업을 연습하도록 돕는다. 자리에 있던 전지혜 대표는 “교육에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모두 실제 화재진압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다. 실제 장비에 센서를 탑재해 무게와 사용법까지 같다”며 “소방청으로부터 발주 받아 진행한 사업으로 시나리오도 소방청이 제공해 실제 훈련 상황과 동일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 현장 작업자를 위한 보급형 안전 교육 시뮬레이터를 선보인 곳도 있다. 노바테크는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를 조작하거나 비계 위에서 작업할 때 간과하면 안 될 안전 지침을 가상 환경에 구현하는 한편 모형 공간도 함께 제공, 현실감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 중공업 현장, 정유사 화학공단에 시뮬레이터를 공급한 바 있으며 출장교육 서비스 역시 마련했단 소개다.
VR 행사인 만큼 활동량을 늘려주는 스포츠형 게임도 많았지만 보다 주목을 끈 것은 정신건강 관련 콘텐츠였다. 에프앤아이가 선보인 ‘힐링아바타 VR 정신건강 서비스’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ADHD부터 스마트 금연케어, 인터넷 게임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우울증 진단과 치료 프로그램 ‘마인즈케어’는 모바일 진단 키트와 심층평가, 심리 평가 의자와 정밀평가를 통한 평가 단계를 거쳐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헤아리기를 포함한 교육단계, 감정조절과 대인관계 의사소통을 돕는 훈련단계로 구성됐다.
그 옆에서는 노인과 치매센터를 대상으로 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 ‘시니엔케어’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는 실내와 실외 각각 13개 카테고리에서 난이도를 선택, 가상 손녀에게 책을 골라주거나 방을 정리하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미션을 제공한다. 현장에 있던 협력사 이다혜 메드아이(MedAI) 주임은 “시니엔 케어는 검수를 거쳐 이미 치매지원센터 몇 곳에 공급하고 있다”며 “마인즈케어 역시 최근 테스트를 마쳐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 가상현실을 커뮤니티화한 콘텐츠도 돋보였다. 패러렐월드의 가상현실 SNS인 ‘4D+SNS’는 공존현실을 표방, 이용자가 아바타를 만들고 방을 개설해 멀리 있는 다른 이용자와 만나 함께 놀 수 있게 했다. 미니홈피를 꾸미듯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으며 놀이공원도 있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단 소개다. 현장서 만난 협력사 관계자는 “커머스 환경도 함께 구축, 이용자가 가상 매장에 방문해 상품을 가까이서 둘러보고 바로 구매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다만 “아직 테스트 단계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번 KVRF에서는 기관별 참가도 활발해 VR, AR 기술 육성과 사업화에 대한 관심이 엿보였다. 대구테크노파크,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대표적. 그 가운데 윤세영 대구테크노파크 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 주임은 “중소기업 대상으로 혼합현실콘텐츠 실증확산사업을 진행, 올해는 기업 선정을 마쳐 대구국제공항 수화물 원격 점검과 수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과 함께 한다”며 “사업을 통해 KVRF뿐 아니라 미국서 열리는 CES 참가도 지원하고자 한다. 스마트시티와 스마트제조를 필두로 VR, AR 콘텐츠와 5G 혁신성장 동력 기술 활용을 모든 산업에서 고도화하고 산업 생태계 기반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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