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국가혁신융복합단지 육성사업인 프리프로덕션 참가팀 4곳이 지난 9월 30일부터 4일까지 핀란드 헬싱키 일대 스타트업, 관련 부처를 만나고 5일 귀국했다.
탐방 프로그램은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미팅, 세미나, 스타트업 관련 기관 방문 등으로 구성됐다. 팀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 현지 협업 가능성을 도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지스타트업의 경험담을 든는 세미나는 한국인 최초로 핀란드에 스타트업을 설립한 포어씽크가 참여했다. 알토스타트업센터 내 입주한 배동훈 포어씽크 대표와 박솔잎 COO, 나탈리 가뎃 알토스타트업 센터 담당자는 핀란드를 찾은 세종 모빌리티 팀에게 알토스타트업 센터 소개와 핀란드 내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과 조언을 전했다.
박솔잎 포어씽크 COO가 밝힌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 장점은 외국인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 영어 사용률이 높고 행정 절차 매뉴얼 또한 잘 정리되어 있어 핀란드어를 하지 못해도 회사 활동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 COO는 “핀란드는 UX와 서비스 디자인 강국으로 직관적 서비스를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다”며 “내수 시장이 작은 핀란드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기보다 UX 디자인을 강점으로 하는 현지 인력과 협업해 유럽 진출의 발판을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핀란드 자율주행 원천기술 개발사 김(GIM)에서 근무하는 박은찬 로봇엔지니어와의 만남도 있었다. 박은찬 로봇엔지니어는 소주 마시는 로봇, 전동 킥보드 제작 등 메이커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은 센서블4(Sensible4)의 자매회사로 박은찬 로봇엔지니어는 올해 2월 김에 합류했다. 센서블4는 자율주행 버스를 개발하고 있는 핀란드 기업으로 일본 무인양품과 함께 자율주행버스 갓챠를 공동 개발했다. 갓챠는 눈, 비 등 악천후 환경에서도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 차로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3월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이후 헬싱키를 비롯한 핀란드 등지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 엔지니어는 현재 개발 중인 갓챠 실증 경험을 공유했다. 헬싱키 시내에서 무인 자율주행차를 실증하기까지 헬싱키 시와 핀란드 교통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버스 실증에 참가하고 있는 임동민 에이아이모빌리티 소장은 “센서블4와 같은 차량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완성 제조차 기준에 맞춰야 하는 국내 사정 상 실증 허가에만 1년이 걸렸다”며 핀란드 내 먼저 진행되고 있는 실증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세종 탐방 팀 소개가 이어지면서 교류 가능성도 확대됐다. 갓챠가 테스트베드에서 운행되고 있는만큼 안정성이나 관제 시스템도 개선해 나가야 하는 상황. 자율주행 테스트 모바일 관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김정하 와토시스 과장과 자율주행차 운행환경 조사와 안전 운행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마스코리아는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며 교류 물꼬를 텄다. 박정훈 마스코리아 대표가 “AI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안정성을 연구하고 도로별 등급 지도와 등급 지도별 취약지점, 이에 따른 특정 차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박 엔지어는 “회사에 돌아가 관제와 안전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 기관 방문도 이어졌다. 세종 탐방 팀은 핀란드 대표 혁신 기관이자 경제부 산하 투자 기관인 비즈니스 핀란드를 찾아 핀란드 내 전반적인 모빌리티 생태계 환경을 조사했다. 비즈니스 핀란드는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와 세계화를 돕고 있다. 2015년부터는 스마트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제조 분야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간 교류와 협력을 돕고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 측에서는 세종시 탐방 팀을 맞아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관계자가 미팅에 참가했다. 당일 미팅에 참가한 요우니 살로넨 스마트 모빌리티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서비스로의 모빌리티(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구현하고 있는 핀란드 내 다양한 실험을 소개했다. 마스글로벌(MaaS Global)이 선보인 실시간 경로 확인 및 교통 이용 서비스 윔(Whim)과 온디맨드 카셰어링 서비스 뀨띠(Kyyti)가 대표적인 예다. 윔의 경우 국가가 운영하는 전철, 트램, 페리와 민간사업인 렌터카, 택시를 실시간 경로 추천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탐방팀은 비즈니스 핀란드와의 만남에서 민관협력 체계와 신산업으로 인한 갈등 해결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2018년 1월 핀란드 교통국이 택시 면허 수 제한을 완화하면서 불거진 택시 갈등에 대해 초점이 모아졌다. 윔과 같은 서비스가 기존 택시 이용자 수를 감소 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택시 면허 수를 늘리면 택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느냐는 우려다. 박정훈 마스코리아 대표의 질문에 관계자는 “고객 중심 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대중교통과 기존 개인 회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공공과 민간, 시민간 협력 사례도 확인했다. 탐방팀은 넷째 날 2013년부터 스마트 깔라사타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깔라사타마 지역을 찾았다. 깔라사타마는 매일 하루 한 시간 거주민의 시간을 절약한다(Save one hour of citizen’s time every day)를 미션으로 스마트 시티가 조성되고 있는 지역이다. 헬싱키 외곽 낙후 지역이었던 깔라사타마 지역은 도시 전체가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자율주행,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미터링 등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탐방팀은 깔라사타마 지역에서 실제 운행되고 있는 자율주행 로보버스에 탑승했다. 로보버스는 깔라사타마 거주지역을 무인으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버스다. 평균 시속 14km/h로 거주 지역 내 1km 경로 세 정거장을 도는 코스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3시까지다. 현장에는 깔라사타마 지역 자율주행 버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에도 로다맨 메트로폴리아 프로젝트 매니저가 동행했다. 에드 프로젝트 매니저는 “안전을 염려해 운영자가 동승하고 시속이 10km/h에 머물러 있어 트램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험을 통해 변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버스와 동일한 차량인 나브야(Navya)로 자율주행 실증을 진행 중인 임동민 에이아이모빌리티 연구소장은 “현재 참여 중인 실증사업에서는 깔라사타마 실험과는 달리 폐쇄된 환경에서 직선거리를 주행하고 있다”며 “깔라사타마 지역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실제로 타보니 실제 도로에서 다양한 변수를 직접 체험하고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실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근연 마스코리아 본부장은 “생각보다 안정적인 느낌이었지만 탑승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럼에도 실제 거주지역에서 운행되고 있고 거주민이 로보버스에 스스럼없이 탐승하는 등 혁신 서비스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탐방 기간 동안 핀란드 내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사 스노우박스와 뀨띠(Kyyti) 만남도 진행됐다. 스노우박스는 핀란드 교통국을 비롯한 기업, 공공, 연구기관과 ‘오로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악천후 상황에서 실험 가능한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핀란드 내 무오니오부터 파흐토헨까지 이르는 E8고속도로 10km에 자율주행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핀란드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향하는 핀란드 내 북쪽 지역으로 1년 중 186일이 겨울 기후에 속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눈길이 이어지는 만큼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운전을 테스트하기 적확한 지역이다.
레이야 비나넨 스노우박스 대표는 해당 지역 테스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테스트 표준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박정훈 마스코리아 대표는 “자율주행 시스템 안전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자율주행 관련 연구와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교류하며 협력을 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탐방은 세종 국가혁신융복합단지 육성 R&D 사업에 참여하는 프리프로덕션 팀이 MaaS(Mobility as a Service) 선도국이자 시내 도로에서 자율 주행이 법적으로 허용된 핀란드 모빌리티 생태계를 방문, 자율주행 서비스 벤치마킹과 네트워킹 확장을 위해 마련됐다. 핀란드 탐방에 나선 프리프로덕션 팀 마스코리아, AI모빌리티, 에이텍티엔, 와토시스 등 4개사는 자율 주행 및 스마트시티 산업 관련 기업으로 과제 검증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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