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남미는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했지만 디지털 기술이 우리를 이어주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에서 주목 받는 18개 테크스타트업을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선보여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남미 스타트업 피치데이에 참석해 말했다. 현장에는 중남미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플레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한국은 많은 노력과 기술 발전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거둔 곳이다. 이곳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남미 출신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상업뿐 아니라 파트너십과 투자 네트워크를 확보, 스케일업까지 이루길 바란다.”
이날 행사는 지난 7일 미주개발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재정경제부, 코트라가 개최한 ‘한-중남미 비즈니스 서밋 2019’의 일환으로 진행, 본투글로벌센터와 함께 한-중남미 스타트업 24곳에 투자 유치 기회를 열어주고자 했다. 자리를 통해 바이오, 헬스, 농업, 핀테크, 위성 산업 분야서 활동하는 24개팀이 발표에 나섰으며 18곳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출신팀 각 6곳이었고 나머지 6곳은 국내팀이었다.
전체 피칭을 통틀어 주목을 끈 것은 아르헨티나 참가팀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3개팀이 의료 분야에 해당한 것. 외과의가 수술에 앞서 연습할 수 있도록 3D 프린팅 시뮬레이터를 제공하는 ‘미라이3D(Mirai 3D)’가 대표적이다. 병원으로부터 각 환자별 모델링을 위한 이미지 정보를 제공받은 다음 미라이3D측이 이를 모델링하면 3D 프린팅을 외주 맡기는 형태로 진행하며 이미 유방 부위 시뮬레이터 모형 50개는 판매를 마쳤다. 향후 프리시리즈A 단계 투자를 유치한 다음에는 현지뿐 아니라 브라질, 한국, 스페인에서 파트너사를 찾고 나아가 심혈관, 비뇨기과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겠단 구상이다.
만성 궤양과 병변 치료 의약품을 연구하는 ‘운테크(Untech)’도 있다. 기존 약품과 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고비용 장기간인 데 반해 운테크가 현재 개발하는 제품은 치료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한편 상처 치유를 방해하는 모든 원인균을 제거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와 함께 사지절단 가능성도 낮춘단 소개다. 루벤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올해 미국 FDA 인증을 대비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시리즈A 단계 투자 유치를 통해 3상까지 거쳐 2025년 본격 상품화에 나설 예정”이라 전했다.
청력 손상과 케어에 집중한다는 유사운드 역시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유사운드는 무료 청음 테스트 앱과 청력손실 방지, 개선을 위한 헤드폰 ‘Audiometer’를 선보인 곳. 청음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청력 손실을 막고 개선하는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각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 애널리틱스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청력 손상 인구 39%가 스마트폰을 갖고있다는 데 주목, 모바일 기술에 기반해 세계 청력케어 시장을 점유하는 것을 목표 삼고 있으며 시리즈 C단계 투자를 유치한 다음에는 삼성전자와 협력,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시장으로 점차 진출 범위를 넓히겠단 포부다.
엄밀히 말하면 의료 분야는 아니지만 우루과이와 콜롬비아 역시 각각 온라인 의료 교육 플랫폼 ‘에비메드(EviMed)’와 B2B 피트니스 멤버십 서비스 ‘핏팔(FitPal)’을 선보였다. 먼저 에비메드는 전문의도 여전히 트레이닝과 정보 업데이트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데 착안, 교수와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 강사진 400명과 함께 온라인 유료 강의를 마련한 팀. 중남미 전 지역에서 영어, 포르투갈어로 강의를 제공하며 학습자에는 맞춤형 코스, 정보 공유 커뮤니티도 함께 지원한단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핏팔은 기업 임직원 대상 피트니스, 액티비티 예약 서비스를 운영한다. 임직원은 핏팔과 제휴한 피트니트 센터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집한 활동 정보나 건강 정보는 그들이 속한 기업에 다시 피드백 리포트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임직원 복지와 건강을 한번에 챙길 수 있게 된다.
우루과이는 벼농사 관개수 분석 IoT 솔루션을 개발한 ‘시크론(Sikron)’과 스마트 축산 IoT 플랫폼 ‘칩세이퍼(Chipsafer)’을 소개하며 애그테크(Agtech) 분야서 두각을 보였다. 두 곳 가운데 시크론은 초음파센서, 온도센서, 수위 측정 센서를 활용해 데이터를 취합, 모델링을 거쳐 관개수 관련 문제를 탐지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문제 발생 위치와 적정 관개량, 조절 시기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향후 IoT뿐 아니라 GSM, 5G를 적극 활용해 다른 작물도 커버할 계획이다. 나야 드 수자 대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농부는 관개 실패율뿐 아니라 노동량, 연료비, 물 사용량을 아낄 수 있다. 규모 관계없이 벼농사 농부 모두가 우리 고객”이라며 “각 마을마다 활동성이 큰 농가를 한 곳 선별,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이들을 거점 삼아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 유통 분야도 빠뜨릴 수 없다. 대표적으로 우루과이 출신 ‘녹녹(Nocnoc)’은 중남미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이커머스 크로스보더 역할을 자처한다. 통관비, 관세 스마트 계산과 대행, 타겟 마케팅을 비롯해 수입품이 현지 고객을 만나기까지 모든 과정을 커버하고 물류 파트너와 공급자를 하나로 묶는 플랫폼을 조성한다는 것. 호아킨 코렐라 CTO는 “만약 중국 제품을 아르헨티나 고객에 전달할 때 기존 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필요 절차가 10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배송기간이 한 달을 넘기는 건 기본”이라며 반면 녹녹을 통하면 절차는 5단계, 배송일은 7~9일로 줄이고 배송 성공률은 99%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몇년새 중남미 소비자의 수입품 수요가 올랐고 아직 더 많은 제품군에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 국경을 초월한 게이트웨이로 역할하며 현지 파트너십을 확보, 해외 수출기업이 걱정없이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는 자체 개발 게임으로 국내 게임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우루과이의 ‘핀서 게임즈(Pincer Games)’와 아르헨티나 ‘위도우 게임즈(Widow Games)’, 위성을 자체 제작해 관측 데이터를 활용한 지리공간 분석 서비스와 정부 기관 전용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틀로직(Satellogic)’도 만나볼 수 있었다.
국내팀으로는 박테리아 실시간 검출 솔루션 ‘더웨이브톡’, 모바일 비접촉 바이오인증 ‘위닝아이’, 미래 교통상황 예측 솔루션 ‘블루시그널’이 발표를 이어갔고 스마트 건설현장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 ‘지에스아이엘’, 시공간 빅데이터 엔진 ‘디토닉’, 스마트 스탬프 ‘원투씨엠’ 역시 무대에 올라 투자 유치와 중남미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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