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을 하겠다고 맘 먹었다면 항공권과 숙소 예약부터 해치우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예산일 뿐 이 두 가지를 해내는 건 더이상 어렵지 않다. 이미 검색, 예약 서비스와 플랫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권과 숙소 예약이 끝났다고 마음 놓고 날짜만 기다리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일정을 소화해야 할지, 환전은 어디서 어떻게 할지, 식사는 어떻게 할지까지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31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인천국제공항 여행스타트업 데모데이가 열렸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8개 스타트업은 여행과 관련해 앞서 짚어본 빈틈을 제각기 채워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리어, 환전, 가이드, 식단까지 여행 산업 전방위에서 이들이 펼치는 서비스를 살펴보자.
8팀 가운데 3팀이 주목한 틈새는 바로 짐 관리 문제다. 첫째로 블루웨일컴퍼니는 짐 보관 서비스 ‘럭스테이’를 제공하고자 주변 상점 빈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곳. 이용자는 모바일 지도에서 제휴 상점을 찾아 예약 티켓을 수령, 상점을 방문하면 된다. 상점주는 안전씰을 짐에 붙이기만 하면 되며 공간 공유로 수익을 만들 수 있고 이용자가 짐을 맡기러 와야 하기에 자연스레 모객도 할 수 있다. 오상혁 대표는 “내년 초 전국과 아시아 시장으로 서비스를 동시 확대할 계획”이라며 “여행뿐 아니라 일상생활 짐보관, 배송 허브로 성장하겠다. PC방을 비롯 24시간 운영 점포와 지하철 역사내 점포를 제휴 지점으로 확보해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블루웨일컴퍼니가 보관을 맡는다면 ‘짐좀’은 배송을 맡는다. 짐좀은 이용하기 전날 6시까지 예약을 하고 공항, 호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짐을 맡기면 이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타겟 고객은 짐만 없으면 혼자 국내를 다닐 수 있는 최소 3회 방한 2545여성. 그간 쌓은 이들의 여행 패턴과 데이터를 활용해 서울, 인천, 송도 지역의 핫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좀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이성용 대표는 “짐을 맡긴 고객이 짐 배달뿐 아니라 더 많은 걸 요구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우리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짐 배송 이후 보다 알찬 여행을 해보라 권유하며 서울좀으로 이용자를 유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짐좀은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대신 구매해 역직구하거나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트지는 캐리어를 업사이클링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공항에서 버려지는 캐리어를 수거, 세척, 수리한 다음 입출국 관광객에 판매하거나 공유한다는 것. 타겟 고객은 장소에 따라 둘로 나뉠 수 있다. 우선 공항에서는 초과 물류비로 짐을 덜어내야 하는 고객이 대표적이다. 카트가 없는 재래시장, 대형 쇼핑몰이라면 외국인 관광객과 고령 여행자가 타겟이 된다. 신경환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매일 캐리어가 30개씩 버려지고 전량 소각된다더라”며 “이를 업사이클링하면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예산이 빠듯하다면 환전조차 아무렇게나 할 수 없는 법. 이날 무대에 오른 ‘코인트래빗’과 ‘체인지포인트’는 모두 은행보다 저렴하고 간편한 무인 서비스를 24시간 기기를 통해 제공한다. 다만 체인지포인트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국내인이 외화동전을 처치곤란으로 여긴다는 데 집중, 이를 해외은행과 국제운송, 국제송금으로 직거래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용자는 무인환전기기에 신분증을 스캔하고 동전을 투입,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처치곤란이던 외국 동전을 계좌로 입금받을 수 있다. 수수료는 기존 50%에서 30%로 줄였으며 여러 국가 동전을 투입해도 인식할 수 있는 모듈까지 개발한 상태다. 더불어 이동현 체인지포인트 대표는 “공적 자금을 그간 많이 지원받은 만큼 사회적으로 이를 돌려주는 데 관심이 높다”며 “대표적으로 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장애인에 분류, 검수 작업을 외주 위탁하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말한다.
코인트래빗도 무인환전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타겟이 조금 다르다. 외환 매도 시장 자체에 주목, 동전뿐 아니라 지폐도 환전 지원하며 방한 외국인도 고객으로 삼았기 때문. 현금 대신 제휴사 포인트 충전, 캐쉬백으로 돌려받거나 기부 단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차별점이다.
외국인 관광객, 관광약자를 노린 가이드 서비스를 선보인 곳도 두 곳 있다. 바로 외국인을 위한 대화형 AI 여행 가이드 ‘젤리랩’과 관광약자를 위한 여행 가이드 ‘어뮤즈트래블’이다. 젤리랩은 자체 개발한 웹기반 챗봇을 통해 로컬 가이드처럼 관광객 취향에 맞게 코스를 짜고 실시간으로도 여행지와 레스토랑 찾아준다. 현재는 영어를 사용하는 인천 방문 2030세대 관광객이 첫 타겟이지만 향후 지역과 언어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외부 빌더 없이 모든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했단 소개다.
한편 어뮤즈트래블은 관광약자를 동반한 가족에 주목했다. 현재 주로 오사카와 다낭을 중심으로 여행상품을 꾸렸으며 전동휠체어, 수동휠체어 이동이 편한 호텔, 유모차와 휠체어를 동반해도 이동이 편리한 경로, 다칠 위험이 적은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이는 현지 가이드가 제공하는 현장 정보를 맵핑해 데이터로 구축한 덕분에 가능했단 설명이다. 오서연 대표는 “여행 산업에서 어린이, 노인, 임산부, 장애인, 환자를 동반한 관광약자 가족이 전체 31%를 차지한다.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힘을 얻고자 여행을 택하더라”며 “누구나 편리하고 즐거운 세상, 가족의 화목이 여행을 통해 지속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식이유형별 추천 솔루션을 개발한 ‘체크잇’도 무대에 올랐다. 체크잇은 알레르기, 채식주의, 저염식을 비롯 현재는 8가지 식이유형을 가진 식품제한소비자를 위해 적합메뉴를 맞춤 추천하고 있다. 푸드코트 앞에 키오스크를 설치, 메뉴 주문에 앞서 이용자가 식재료 정보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태블릿, APK를 비롯 파트너사 성격에 맞는 형태로도 제공할 수 있단 소개다. 유동균 대표는 “연내로 식재료 데이터팀을 수립하려 한다. 이를 통해 일반 음식점 식품 데이터를 모아 앱을 출시, 일반 소비자도 우리 서비스 이용하도록 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식품제한소비자를 위한 식음료 유통판매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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