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해당 기업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회사가 얼마나 ‘숙고하고, 숙고했는지’ 그 고민의 양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하나의 매뉴얼 또는 컨설팅 결과로만 ‘보유’하는데 비해, 일부는 지속적으로 깊이 있고 다양한 실무자들의 고민들이 전제된 해결책들을 통해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본다.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이런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사고 특징은 ‘만약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What If? 마인드’에 있다. 지속적으로 이런 What If?를 생각해 나가고 그 해결책을 위해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솔루션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주요 관심은 딱히 홍보 부문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 해외 플랜트가 테러를 당하면 어떻게 하지?’ ‘우리 주요 핵심 자재를 실은 운송선이 좌초 침몰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 ‘만약 국내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지?’ 이와 같은 거시적인 What if?는 물론이고 상당히 디테일한 What If?도 그들의 고민의 대상이다.
‘만약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 홈페이지에 설치된 뉴스룸은 어떻게 활용 가능할까?’ ‘위기관리팀이 위기통제센터에 집합해야 할 때 그들의 PC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이전에 그들에게는 랩탑을 제공하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만약 CEO가 부재시에는 누가 어떻게 위기관리팀을 리드해야 할까? 만약 그 대체자까지 유고라면 그 다음은 어떻게?’ 이런 등등의 세부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사항들을 하나 하나 고민한 흔적이 엿 보이는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모든 사항들과 예외사항들을 모두다 서술해 매뉴얼화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What If?라는 질문이 떨어졌을 때 공유된 답이 나와주는 것이 좋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점검하기 위해 투입된 컨설턴트들이 “만약 OOOO과 관련한 위기가 발생해 OOOO한 상황이 발생되면 그 때 활용해야 할 화상회의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할 때 What If?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 있던 실무자들은 이렇게 답하곤 한다. “저희도 그 부분을 고려해서 본사 12층에 별도로 상황통제센터를 지정해 필요 장비와 시설들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화상회의 시스템도 그 중 하나인데요, 12층으로 이동하시죠. 저희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항상 정확한 답을 내부적으로 찾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놓은 실무자들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항상 해결책을 찾고 있는 듯이 보인다.
“만약 주요 지사가 위치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회사의 비즈니스에 치명적인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 언론이나 국제 통신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시스템인가요?”하는 까다로운 질문을 하면,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실무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저희가 크게 두 가지로 시스템을 구성해보면서 고민 하고 있습니다. 한국 본사에서 그 국가 언론들과 국제 통신사들에 일괄 대응하는 시스템과 국가 지역 본부별로 해당 지역 언론과 지역 주재 국제 통신사들을 대응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각각 한계와 장단점들이 있어 딱히 어떤 시스템이 좋을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의 답변을 하는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존재해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고민이 전제되어야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그러면 온라인상에서 뉴스룸을 국제 언어로 활용해서 위기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각국 지사 담당자들은 해당 국가 언론사와 국제 통신사 등에게 그 뉴스룸을 참고토록 고지하는 역할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그 실무자들에게 개선적 화두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그런 준비된 실무자들과 각 이슈에 따라 각 지역에 따라 각 돌발 상황들에 따라 Plan B들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안정화 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가진 What If?라는 생각은 진정 회사를 향한 애정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집착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회사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모든 이슈들을 모니터링하고 반복적으로 What If?를 적용하는 노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을 관찰해 보면 대부분 이런 What If? 생각은 CEO 및 최고경영진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신상품을 출시하면서도 CEO들은 신상품 론칭을 준비하는 실무자 그룹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 신선함인데, 신선한 유통이 불가능해 지거나, 신선하다는 핵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OOOO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건가? 거기에 대한 무슨 대책이 있나?”
이런 질문을 받은 론칭 실무자들은 두 갈래로 나뉘곤 한다. 첫째는 “사장님께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신선 유통 프로세스를 좀더 확인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 같다. 이슈 대응에 대해서도 컨설팅을 받아야 하겠다.”하는 그룹이 있다. 다른 그룹은 “사장님께서 우리 제품 론칭 활동이 맘에 안 드시는 가 보다. 골치 아프고 근본적인 숙제를 내 주시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론칭 일정이 늘어지고 큰일이다. 어떻게 말 좀 잘 해보지?”하는 그룹이다.
이해한다. 조직에서 실무를 하는 담당자들에게 윗분들의 What If? 질문은 너무나 도전적이고 힘든 과제를 의미한다. 자발적인 What If? 사고와 요구 받는 What If? 사고는 그 시작점도 틀리고, 그 결과도 틀리다. 핵심은 그런 사고 방식이 실무에 습관화 되어 있는가 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실무를 담당한 실무자들에게 What If? 사고방식의 습관화를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성공한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