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마스터즈 왕좌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열정만으로는 왕좌를 차지할 수 없다. 혀에 닿는 순간 특정 떡볶이를 알아차리는 절대미각, 전국 떡볶이 맛집을 섭렵한 후 얻은 폭넓은 경험치, 전통 떡볶이 맛집부터 신흥 강자, 최근 떡볶이 트렌드에 대한 해박한 지식까지. 떡볶이 전문 소양을 갖춘 절대미각 떡볶이 미식가만이 왕좌를 차지할 수 있다.
11일 최고의 떡볶이 미식가를 찾는 2019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서 초대 떡볶이 마스터즈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직장인 신인선 씨다. 신 씨는 “(자신보다) 떡볶이 덕후도 많은데 떡볶이 마스터즈가 되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떡복이를 많이 먹고 찾아다닐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임 떡볶이 마스터즈에겐 떡볶이 마스터 명예와 앞으로 1년간 매일 떡볶이 먹을 수 있는 배달의민족 떡볶이 쿠폰 365장, 특별 한정판 떡볶이 코트와 떡볶이 트로피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올해 처음 열린 2019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내로라하는 떡볶이 애호가가 대거 참여했다. 주최측이 밝힌 예선 참가자 57만 8천 명, 1,2차 예선을 거쳐 2312:1 경쟁률을 뚫은 결선 참가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부녀, 남매, 연인, 돌잡이 아기까지 남녀노소‘떡볶이 대축제‘=배달의민족은 10월 1,2차 예선을 진행한 바 있다. 1차 예선은 떡볶이 관련 객관식 문항 10문제로 출제됐다. 무제한 응시가 가능하고 만점자에 한해 2차 응시 자격이 주어졌다. 1차 시험이 눈썰미와 순간 판단력, 떡볶이 배경 지식을 요했다면 2차 대회는 떡볶이에 대한 진성성이 관건이었다. 2차 시험 문제는 서술형 총 3문항으로 항목은 자신의 인생 떡볶이 ▲ 쌀떡 vs 밀떡 선호이유 ▲ ‘나에게 떡볶이란 ___’다 였다.
1,2차를 통과한 참가자에 한해 11월 1일,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통과자라고 해서 모두가 떡볶이 마스터즈에 도전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입장권은 11월 1일 배달의민족 브랜드제품 온라인몰 배민문방구에서 이른바 티케팅을 해야 구매해야 했다. 수량은 총 250매, 동반 1인까지 참여가 가능했다. 57만 명이 참여한 대회에서 티켓팅 경쟁을 뚫고 온 결선 참가자 500여 명이 행사장을 메웠다.
현장에는 모녀, 형제, 자매, 남매, 연인, 직장동료, 부녀가 동반 참석했다. 이 중 최연소 참가자는 돌잡이 아기였다. 아기와 함께 현장을 찾은 손정은 씨는 “떡볶이를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해서 엄마가 떡볶이 사장에게 시집을 가라고 할 정도였다”며 “좋은 기회가 있어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60분 간 진행된 시험.. 지난 떡볶이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떡볶이 최강자를 가리기 위한 시험은 오후 7시에 시작됐다. 시험에 앞서 6시부터는 참가자를 위한 떡볶이 뷔페가 차려졌다.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현장을 찾은 참가자들은 한 손에 떡볶이 접시를 들고 한 상 차려진 떡볶이를 즐겼다. 곧이어 시험 안내 방송이 시작됐다. 공정한 시험을 위해 휴대폰은 반드시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오로지 지원자 몸에 n년 간 축적된 떡볶이 빅데이터에 의지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7시 10분, 모두가 구호와 카운트다운을 외친 후 본격적인 시험, 아니 떡볶이 축제가 시작됐다. 전광판에 60분 타이머가 59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험지를 받아든 참가자들이 한 손엔 컴퓨터 싸인펜을 쥐고 문제지를 응시했다. 문제는 총 60문항. 1~3번까지는 듣기평가, 4~50번까지는 필기시험, 나머지 10문항은 실기시험으로 진행됐다. 배점은 각 2점과 1점이다.
1번 문제는 듣기평가. 떡볶이 마스터즈 로고에 등장한 ‘떡볶이’ 단어를 세어야 했다. “떡볶이, 볶이볶이, 떡볶이..” 로고송이 현장에 울려 퍼졌다. 노래가 끝나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현장에 탄식이 퍼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듣기평가는 순간을 놓치면 정답을 추론할 수 없다. 신속하게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빠른 판단력 또한 떡볶이 마스터즈의 요건이라는 사실을 1번 문제부터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문제 난이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떡볶이 전통 맛집과 요즘 핫한 떡볶이 브랜드, 영화 속 떡볶이, 노랫말 속 떡볶이, 떡볶이 글로벌 동향 등 국내외, 전국 8도, 문화 예술 분야 등 떡볶이 소양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떡볶이 브랜드 기본 메뉴부터 신당동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 탄생기, 떡볶이 브랜드와 광고 모델 연결, 떡볶이 코트의 어원, 떡볶이 표준 발음 등 떡볶이와 관련한 모든 영역으로 구성됐다. 대회를 주최한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의민족 내 떡볶이에 정통한 내부 출제위원을 꾸려 문제를 출제했다”고 전했다.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지난 떡볶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떡볶이 브랜드와 광고 모델을 연결하는 문제(5번 문항)에서는 왜 먹기에만 급급하고 브랜드의 얼굴, 광고모델은 쳐다보지도 않은 건지, 떡볶이 애호가임을 자처하면서 반쪽짜리 관심을 드러낸 지난날을 성찰하게 된다.
고난이도 문제가 섞여있는 만큼 N년 간의 시험 경험을 동원해야 했다. 소거법과 연상법, 확률이 대표적인 예다. 서촌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집으로 ‘원조 할머니 떡볶이’로 꼽히는 떡볶이 가게를 맞추는 문제(38번)에서는 원조 김할머니/박할머니/이할머니/정할머니 떡볶이 총 4가지 보기가 주어졌다. 알 듯 말듯 긴가민가한 문제였지만 한국인 통계상 가장 많은 성씨는 김씨, 확률 통계에 근거해 ‘원조 김할머니 떡볶이’로 정했다. 하지만 답은 4번인 원조 정할머니 떡볶이.
전광판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시간 배분이 관건이다. 거의 모든 시험이 그렇듯 모르는 문제에 매달린다고 해서 답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다. 이럴 땐 다음 먼저를 먼저 풀고 합리적 추론에 나서는 편이 유리하다. 합리적 추론이란 초중고 시험을 치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연속된 답 피하기다. 세 번 연속 답으로 기록했다면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두끼 떡볶이, 청년다방 떡볶이 등 각 브랜드 별 기본 메뉴와 프렌차이즈 명칭을 묻는 문제도 출시됐다.
시험 시작 25분, 실기 키트가 배포됐다. 실기는 기본 ▲퓨전 ▲기타 총 3분야 1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예컨대 기본 떡볶이 영역에는 각 떡볶이 브랜드 별 기본 메뉴를 맛보고 어느 떡볶이인지 보기에서 고르는 식이었다. 각 분야가 진행될 때마다 진행요원은 떡볶이가 담긴 키트를 참가자에 나눠줬다. 참가자는 탁자에 놓인 생수로 입을 헹구며 떡볶이 맛을 음미했다. 기본, 퓨전 분야 실기 난이도는 체감 상 정기적으로 떡볶이를 즐기는 떡볶이인이라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정도였다.
다소 변별력이 있었던 건 기타 4문항(57~60번)이었다. 키트를 보고 떡볶이 재료와 혼합소스 조합, 떡사리, 떡볶이 과자 명칭을 알아내야 했다. 예컨대 두끼떡볶이에서 제공하는 혼합소스를 맛보고 어느 조합인지 맞혀야 하는 문제(58)에서는 소스만으로 두끼, 떡모, 즉떡, 카레, 동대문, 크림 조합을 알아내야 했다. 어느 때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1분 남았습니다” 듣기와 필기, 실기 평가 총 60문항을 마무리할 무렵 장내 안내 방송이 울렸다. 전광판 초시계가 0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참가자는 막바지 떡볶이력을 쥐어짜냈다. 시험 종료벨이 울리자 장내는 환호와 박수로 가득찼다.
◇고득점자 4인… 마스터즈 가리기 위한 진검승부=시험 종료 후에는 셀럽파이브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는 동안 OMR 성적 처리가 완료됐다. 이어 밀떡, 쌀떡 팀 각 최고점자 두 명씩 총 네 명이 호명됐다. 참가자는 입장 당시 추첨을 통해 밀떡, 쌀떡 팀으로 배정된 바 있다. 최후의 4인은 쌀떡 팀 이민섭, 정지윤 씨, 밀떡 팀 한예린, 신인선 씨였다.
쌀떡 팀 최종 후보인 회사원 이민섭 씨는 아내와 함께 참가했다. 같은 팀 정지윤 씨는 뱃속 아기와 현장을 찾았다. 정 씨는 코코(태명)에게 “떡볶이 많이 먹고 건강하게 태어나라”며 참가 소감을 전했다. 밀떡 팀은 대학생 한예린 씨와 회사원 신인선 씨가 최종 후보에 등극했다. 이들에겐 총 다섯 문제가 주어졌다. 각 문제별 배점이 20점, 초대 떡볶이 마스터즈를 정하기 위한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최후의 4인은 ‘도전골든벨’처럼 정답을 화이트보드에 써내려갔다.
우승자는 신인선 씨. 신 씨는 주관식 문제 두 문제를 연이어 맞히며 우승을 거머줬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대회에 참가했다는 신 씨는 “떡볶이를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다닐 때는 거의 매일 먹었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먹는다”며 “떡볶이는 영원한 동반자”라고 밝혔다. 신 씨는 “지역 이름을 외울 때 유명 떡볶이 집이 있는 곳으로 기억할 만큼 떡볶이를 좋아한다”며 마스터즈다운 면모를 뽐냈다.
제 1대 떡볶이 마스터즈 신 씨의 최애 떡볶이는 홍대 전투떡볶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따로 준비하진 않았지만 평소에 자주 가는 ‘맛있는 탐구생활’ 카페에서 떡볶이 덕후들과 정보를 공유한 게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부상으로 받은 365일 떡볶이 쿠폰을 회사 사람들과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신 씨는 “(우승 기념으로) 회사사람들에게 한 번 사용하고, 특히 회사에 가면 매일 (자신에게) 떡볶이를 만들어주던 분에게 떡볶이를 사드릴 것”이라며 “매일 점심마다 (자신과) 떡볶이를 먹어준 언니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임 떡볶이 마스터즈 임명식과 함께 떡볶이의 날 선포가 있었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공식적인 떡볶이의 날로 선언한 것. 신인선 씨는 제 1대 떡볶이 마스터즈 자격으로 선언문을 낭독했다. “떡볶이는 늘 우리와 함께였다. 학창시절엔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으로, 출출한 밤이면 배고픔을 달래주는 조력자로..(중략) 떡볶이 떡 4개가 평화로이 누워있는 모습의 오늘, 11월 11일을 떡볶이의 날로 공식 선언한다”
제 1대 떡볶이 마스터즈 탄생과 함께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도 막을 내렸다. 왕좌에 오를 최후의 1인을 가리는 행사인지라 참가자 중 대다수는 떡볶이 시민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볶이로 하나 된 11월 11일은 풍성한 저녁이었음에 분명하다. 내 안의 떡볶이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자 앞으로의 떡볶이 여정을 함께 할 동지들을 만난 날이기 때문이다. 11월 11일 떡볶이의 날, 휘영청 달은 밝았지만, 우리의 밤은 빨갰다. 마치 떡볶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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