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술 그대로 비즈니스하는 곳과 데이터로 플레이하는 곳 사이 경쟁은 운동 선수와 자동차가 경주하는 것과 같다. 데이터 공유와 파괴적 디지털 혁신은 작은 기업조차도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는 힘이다.” 12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SKT 트루이노베이션 빅데이터 밋업. 김종윤 야놀자 대표가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 사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국내 조사를 보면 수치상 일하는 시간은 줄고 여가비 지출은 늘었다. 그러나 의견을 물으면 여전히 행복도는 낮고 돈과 시간을 이유로 제대로 여가를 즐기지 못한단 응답이 돌아온다. 기존 기술로는 현실과 이상 사이 딜레마를 풀지 못한단 뜻이다.”
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은 이같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붙이고 중간 유통 과정과 가치 사슬을 줄이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 서비스, IoT, 머신러닝,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모든 접점을 연결, 많은 니즈를 빠르게 채워나갈 수 있다.” 최근 인수한 클라우드 기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개발사 이지(EZee), 동남아 호텔 체인 젠룸스(Zen Rooms)와 개발, 시연한 호텔 자동화 솔루션 ‘와이플럭스’도 소개했다. 이는 호텔 운영 효율과 고객 편의성은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IoT, 머신러닝, 블록체인을 활용한 솔루션. 김종윤 대표는 “야놀자처럼 작은 회사가 기술을 활용해 세계 호스피탈리티 시장을 바꾸고 리드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 전했다.
마케팅에서 마켓으로 관점을 옮겼단 점도 언급했다. 기업 효율성을 위해 소품종 대량생산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 중심 다품종 최적 생산 시대가 왔다는 것. “기존 마케팅 이론은 마켓을 단순화한다. 단순화란 곧 대량생산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맞게 야놀자는 마케팅 대신 마켓 자체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그러면서 김종윤 대표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여행 대신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 소외계층과 시니어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놀러 가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언어 데이터 전문기업 플리토를 창업한 이정수 대표는 빅데이터 유통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받았다. 플리토는 집단지성을 활용해 번역 데이터를 쌓고 있다. 한 문장에 복수 이용자가 번역을 달면 이를 평가, 검수를 거쳐 문장별로 언어쌍을 만드는 방식. 축적한 데이터는 자동번역기, 인공지능, 음성인식 솔루션을 비롯 언어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판매한다. “데이터 축적 자금이 충분한 글로벌 기업도 우리 같이 작은 기업에 돈을 주고 데이터를 사간다. 자체 수집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대신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수집 속도와 정확성, 양에 대한 고민은 빅데이터 유통사 몫이 된다.”
빅데이터 유통 단계는 기존과 그리 다르지 않다. 판매처를 찾아 컨택하고 샘플을 보낸 다음 본계약부터 납품, 학습 결과에 따른 AS까지가 대략적인 순서다. 판매 가격은 플리토의 경우 텍스트는 언어쌍 개수 단위로, 음성은 시간 단위로 책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AI 시장이 열릴 수록 세계적으로 데이터 경제도 빠르게 커질 거라 본다”며 다만 보상과 저작권 이슈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데이터 제공자에 블록체인 기반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은 이미 연구가 활발하다”며 “저작권에 관해서는 유럽과 미국에서 제공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그 결과 유럽은 엄격히 금지된 상태다. 내년 들어 아시아 지역도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노창현 와이즈패션 대표는 빅데이터 기술을 동대문 패션업계에 접목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패션업계는 다음 시즌 트렌드을 예측하기 위해 과거 시장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은 자사 매장 데이터 자체가 적다보니 지인 네트워크, 경험으로 보완해야 했다는 것. 이에 와이즈패션은 동대문 도매시장 상품 무료 자동 주문 서비스를 시작, 연간 1조 원 주문액을 넘기는 동시에 양질의 빅데이터를 쌓아 이를 정형화, 표준화했다. 이를 통해 인기상품 상세 정보를 25가지 속성으로 태킹, 현재와 향후 트렌드를 살필 수 있게 했다.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질적, 양적 측면을 모두 만족해야 기대했던 만큼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며 노 대표는 “동대문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소매 관계자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며 사업을 진행, 또다시 다양한 유의미 데이터를 쌓고 우리는 또다시 이를 수집,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순환을 확대해 K-패션이 해외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다른 연사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라이프태그(Life Tag)란 용어를 소개했다. 이는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개념화한 해시태그를 가리킨다. 송 부사장은 “이제는 브랜드 이름 대신 관련 토픽과 행동을 앞세워야 한다. 이것이 해당 토픽과 행동이 대세로 떠오르고 시장이 커질 때 함께 수혜를 보는 방법”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자사만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 동시에 미래 소비자 트렌드가 반영된 라이프태그를 선점, SNS에서 꾸준히 레퍼런스를 쌓아 그 분야 전문가란 인식을 심어두란 조언이다.
이날 행사 주관을 맡은 MBN은 유통소비 빅데이터 플랫폼 출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매일방송은 삼성카드, 올리브네트웍스, GS리테일, SK플래닛, SK텔레콤, 웰컴에프앤디를 비롯한 17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한국데이터거래소(KDX) 오픈을 다음달 앞두고 있다. 현장에서 최은수 MBN 위원장은 “KDX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왜 물건을 사는지 종합적 소비 맥락을 분석하는 센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플랫폼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소비지수 분석, 공공정책 아이디어 도출, 점포전략과 신상품 기획에 사용할 수 있다.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시작을 돕고 데이터 상품화 네트워크를 키워 미래 예측과 예방, 성과 창출 영역에서 두각을 낼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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