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플라워에서 꽃을 주문하면 며칠 안에 세로로 긴 50~60cm 길이 배송 상자를 받아볼 수 있다. 상자 안에는 방금 재배한 듯 날 것 그대로 생소한 모습의 꽃이 들어있다. 손질되지 않아 잎과 가시가 그대로 남고 몽우리는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생생한 꽃. 이 첫만남이 바로 어니스트플라워가 만들고 싶은 ‘꽃과 함께하는 삶’의 시작이다.
“어니스트플라워는 싱싱하고 품질 좋은 꽃을 선별해 아직 만개하기 전의 상태로 판매한다. 이미 다듬어진 꽃은 예쁘긴 해도 취향에 따라 어떻게 가꿀지 고민하고 지켜보는 과정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김다인 리플링 대표가 말했다. “감자를 먹을 때 우리는 식당에서 이미 요리가 다 된 감자뿐 아니라 흙이 그대로 묻은 감자를 직접 골라 집에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덕분에 감자를 조리하는 다양한 방법과 좋은 감자를 선별하는 법, 싹이 나면 독성이 생긴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다. 꽃도 그래야 한다.”
김다인 대표는 꽃 기부 소셜 프로젝트 ‘플리’로 시작해 사단법인 리플링을 설립,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난해 수익사업으로 온라인 꽃 정기구독 플랫폼 ‘어니스트플라워’을 열었다. 어니스트플라워가 제공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는 고객이 생화, 드라이, 화분형 가운데 선택하면 제철 꽃을 주기적으로 보내준다. 기획전으로 시작해 정식 상품으로 자리 잡은 ‘파머스 초이스’는 오늘 가장 신선한 꽃 3종을 농부가 골라 랜덤박스로 구성하는 형태다. 따로 품종을 고르지 않았기에 소비자는 실망할 일이 없고 농부는 출하 부담을 덜 수 있단 소개다.
모든 꽃은 손질되지 않은 채로 손질-관리 노하우를 적은 설명 카드와 동봉된다. 어니스트플라워 홈페이지를 통해 품종별 어레인지 노하우도 자세하게 제공한다. “재료로써 꽃을 만나면 관리법을 직접 익히며 더 친숙하게 느끼고 일상에 자주 들여놓을 것”이라며 “그러면 소비량과 농가 소득도 자연스레 오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농가에서 소비자로 꽃을 직배송하는 점도 특징이다. 굳이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아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고 농부-소비자 직거래란 의미도 살리기 위해서다. 배송 박스에는 농부 이름과 얼굴 그림이 들어간 스티커를 붙이도록 해 이들 사이에는 신뢰와 친밀감이 싹튼다. 덕분에 품질에 가장 예민한 사람도 농부다. “같은 농장에서 키웠어도 제일 상태가 좋은 꽃을 선별해 보낸다. 어쩌다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재발송을 먼저 요청하지 않아도 농가가 알아서 다시 보내주더라”는 것.
다만 비효율은 있다. 물량을 한곳에서 소화하지 않고 여러 농가로 흩어놨기 때문이다. 농가 직배송을 위해 배송에 필요한 자재도 모두 따로 보내줘야 한다. 김 대표는 “각 농가와 커뮤니케이션 시간, 비용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고객과 농부를 이어 모두가 신선한 꽃을 즐기게 하자는 생각으로 현재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니스트플라워는 상품 기획과 구성을 맡고 품종별 생장 조건, 출하 패턴을 감안해 적시에 판매 페이지를 연다. 내부 플로리스트가 상품 구성과 어레인지 노하우 작성도 돕는다. 소비자가 생생한 재배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농가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에서도 선보인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현장을 봐야 신선함을 전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다.
자체유통망이 없어 안정적인 배송에 대한 고민도 이어오고 있다. 파손에 있어서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거나 취급주의 로고를 붙이는 것이 당장의 방안. 계절에 따라 꽃이 얼거나 찔 위험이 있다면 드라이아이스나 보온제를 사용한다. 꽃 배송에 최적화된 50-60cm 길이 박스와 화분 고정용 패드를 어니스트플라워가 직접 테스트하며 디자인하기도 했다.
김다인 대표는 “꽃은 각종 재해에 취약하다보니 재배부터 배송까지 품질 관리가 쉽지 않아 수급이나 품질 문제를 빚을 때도 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농가가 재발송한다. 꽃을 파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도매시장에서 꽃을 구해서라도 서둘러 보냈겠지만 이는 우리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은 어드민 구축을 통해 해소할 계획이다. 농부 평균 연령이 높아 모바일을 통한 1:1 대응이 쉽지 않기에 출하 시기, 농가 주문을 관리하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통한 운영과 확장 기반을 다듬겠단 구상도 전했다. 상품 영역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기구독 라인업 확장이 대표적이다. 품종별 공급량이 제한적인 탓에 구독자가 늘면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진다는 한계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품종을 섞거나 인근 농장끼리 섞는 믹스 버전을 기획하고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꽃은 아름다운 생활을 누리는 데 필요하다. 꽃은 정서적 위안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며 김 대표는 더 큰 그림도 설명했다. “농가를 출발지점 삼아 팜투어, 현장 클래스, 현장 웨딩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멀게는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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