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스타일테크 생태계를 위한 아이디어 워크샵이 열렸다. 이날 워크샵 주제는 두산 디지털이노베이션(이하 DDI), 동대문 도소매 중소기업, 스타트업 사이 상생과 시너지 창출. 자리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 스타일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여한 6개 기업과 동대문 도소매 기업, 유관 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육성 프로그램 운영을 맡은 바이널익스피리언스 관계자와 더불어 DDI는 워크샵 진행과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았다.
프로그램은 팀별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문을 연 다음 동대문 패션산업 밸류 체인표를 보며 각자 현재 맡은 역할과 이를 수행하며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나누기 시작했다. 각 사 활동 영역은 창업 멤버가 과거 시장 플레이어로서 느꼈던 문제점이나 니즈와 겹치기 마련일 터. 이 시간을 통해 참가자가 언급한 감정과 그 이유 역시 소비자가 느낄 법한 것과 비슷했다.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샘플 제작을 맡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기쁘면서도 걱정이 되고 답답하다. 옷을 완성하면 기쁘지만 너무 비싸고 신진 디자이너 의뢰를 소량으로 받아주는 곳은 얼마 없기 때문”이라 밝혔다. 또다른 곳은 “제품 검색과 디자인 비교 과정은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체감하는 것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혼잡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에서 가격과 어울리는 색, 패턴, 트렌드를 탐색해준다는 곳은 좌절과 귀찮음을 언급했다. 비슷한 옷은 많은데 소재와 가격이 서로 달라 모두 훑기 귀찮다, 반품하기 귀찮다, 모델이 모두 날씬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렇게 발굴한 문제를 앞에 두고 각 팀은 해결이 시급한가, 영향력은 얼마나 큰가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고 가장 집중해야 할 문제를 선정, 구체화했다. 다음으로 실제 시장에서 그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까지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해결 사례도 함께 언급하며 스토리보드 위에 해결까지 과정을 그림으로 구체화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해결 과정을 그려봤다면 이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차례. 프로토타입은 공작소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를 자르고 태블릿 화면 템플릿 종이를 이용하는 것을 비롯해 형식 구애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표현하면 됐다. 발표를 통해 4개조는 공통적으로 플랫폼을 활용한 문제 해결책을 내놨다.
가장 먼저 프로토타입을 발표한 조는 ‘스타일101’이란 신진 디자이너-소비자 플랫폼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신진 디자이너가 프로필을 등록하고 포트폴리오, 컨셉을 올리면 크라우드펀딩으로 이를 연계하고 펀딩에 성공하면 생산을 경매에 부쳐 소요 비용을 줄이고 발주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유통에 앞서서는 모델 섭외와 브랜드화를 통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 연계, 소셜 기능 도입도 제안했다.
각종 패션 분야를 통합할 수 있는 국내 대표 통합 브랜드를 제안한 곳도 있다. 단일 통합 브랜드 아래 대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 디자이너, 유통·생산·마케팅·IT 전문가를 망라하자는 내용이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상품화할 방법이나 자금, 시스템이 부족한 디자이너에는 통합 디자인 스튜디오가 제작과 판매를 돕고 퀄리티가 검증된 생산업체를 연계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음 조는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가는 단계에 집중했다. 이 단계를 온라인화하고 해외 진출로 연계하는 앱을 구상, 주문과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정산과 매출까지 분석해 재고 관리에 관한 인사이트도 제공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으로 도매와 소매를 이으며 여러 역할을 도맡았던 사입삼촌은 기본 업무인 배달에 집중, 효율성 증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거란 예측도 전했다.
동대문 시장 자체를 플랫폼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프로세스 대부분이 서로 잘 맞물려 빠르게 효율적으로 작동하긴 해도 노동집약성이 강해 효율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 때문. 다만 플랫폼을 구축할 때는 업계 이해가 충분한 두산과 같은 대기업이나 실수요자가 노하우를 덧대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디자이너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이나 업무 이해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게 이유다.
발표를 모두 듣고 난 뒤 DDI측은 디브리핑을 통해 “초기 단계서부터 동대문 시장 생태계를 함께 훑으며 실제 쓰일 법한 서비스를 구상해보는 시간이었다. 다만 오늘 구상한 플랫폼과 서비스는 어떻게 실제 시장이 쓰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굳이?’하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이용자 유입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장 실현이 어려울 수 있어도 각 서비스는 서로 맞물릴 수 있다. 오늘 각 플레이어가 모여 얻은 이해와 큰 그림을 바탕으로 구체적 방향과 액션 플랜을 세울 수 있길 바란다.”
한편 이번 워크샵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추진하는 스타일테크 생태계 구축 사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 7월 진흥원은 스타일과 테크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30곳 선발, 입주와 육성 지원을 위한 스타일테크 혁신성장공간 디케이웍스도 함께 열었다. 이 가운데 10개 스타트업에는 액셀러레이팅과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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