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유니콘 기업 수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국내 자본이 만든 글로벌 유니콘 수다. 실리콘밸리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전세계 기술과 문화, 자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바라볼 때다.”
28일 막을 올린 컴업2019 오프닝 기조 연설을 통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자 이번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말했다. 자리를 통해 김봉진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뿐 아니라 국내 기업 모두가 마주한 전환점 3가지를 짚었다. 전환점 3가지는 아세안 지역 투자, 기업 문화, 고객 중심 사고와 기업가 정신. 그 가운데 김봉진 대표가 행사 이전부터 줄곧 강조한 것은 아세안 국가와 동반 성장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은 평균 나이가 30대에 불과하고 출산율도 높다. 베트남과 우리나라, 일본, 미국, 중국을 비교해 어느 나라가 향후 성장세가 높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베트남이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라며 김봉진 대표는 “현재 동남아시아는 2, 3, 4차 혁명이 동시에 일어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 호치민이 서울, 도쿄만큼 성장하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서울이 지난 30-40년 안에 발전한 속도를 보면 동남아시아 지역은 이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어 그가 보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유니콘 기업 주요 투자사 18곳을 살피면 이 가운데 5곳만이 국내 출신 투자사다. 이미 많은 글로벌 자본이 국내 스타트업 육성에 투입됐단 뜻이다. 반면 글로벌 400대 유니콘 기업 가운데 30개 기업을 추려 투자사를 분석해보면 국내 투자사는 일부 있지만 주요 투자사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세안 지역에 대한 기술, 자본, 문화적 투자를 늘리고 협력과 영향력을 계속해서 키워야 한다. 10년 안에는 많은 국내 VC도 해외 유니콘 기업 성장에 기여하며 목록에 이름을 올리길 기대한다.”
국내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업과 스타트업 사이 조화도 강조했다. 그래야 유니콘 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드는 문화적 변화를 통해 국내 기업 모두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전에는 토지, 노동, 자본을 생산 3대 요소로 꼽았지만 이제는 인재, 인재, 인재다. 기업에는 사람밖에 남을 것이 없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젊은층이 남고 싶고 다니고 싶은 좋은 복지, 인사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러한 고민을 시작했고 곧 국내 기업 문화를 전반적으로 바꿀 것이라 본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100대 기업에 유니콘 기업을 넣어 보니 쿠팡,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 위메프, 토스, 무신사가 여기 포함됐다. 회사가치로 따지면 무신사는 신세계에, 토스는 삼성증권에 견줄 수 있다”며 “30년 넘은 기업과 4~5년 밖에 안 된 기업이 서로 비교 대상이 되는 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성장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2~3년 안에는 건강한 구조를 가진 신생기업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
고객 중심 사고로 전환활 필요성도 지적했다. 국내 스타트업 관련 논의는 기술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술과 고객을 저울질한다면 고객이 우선이라는 것. 최근 나온 도서 ‘디커플링’을 언급하며 “시장 파괴 주체가 신기술에서 고객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고객이 시장을 파괴할 만큼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소비층으로 성장하는 젊은 세대는 어려서부터 우리보다 더 많은 장난감을 즐겼고 더 다양한 옷과 음식을 즐겼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에 이들은 몹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 100대 유니콘 기업을 살펴 보면 테크기업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O2O나 생활관련 고객 중심 서비스, 플랫폼다. 기술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은 베이스가 된다는 말이다. 기술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핵심 부분이지만 자체로서 성장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AR, 드론이 푸드테크가 만났을 때 혁신은 더 크게 일어날 것이다.”
덧붙여 온고지신 자세를 갖춘 기업가 정신도 강조했다. 김봉진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국내서 자라난 뒤로 스타트업, 벤처기업, 신생기업, 창업가, 기업가까지 다양한 용어가 생겼고 혼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모두 관통하는 건 기업가 정신이다. 우리나라에는 예전부터 위대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이러한 유산을 잘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과거로부터 받을 것은 받고 다시 세울 것은 세워야 한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 지금은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행복’이다. 고객도 근로자도 시장도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모든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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