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걸 클리닉] “제가 동화책을 쓰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알고 있는데, 제 책을 특허로 등록하면 좀 더 잘 보호 받을 수 있나요?”
어리버리 실전 법학을 배워가던 초년차 시절, 상담 중이던 한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받았던 질문입니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 질문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한참을 속으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천천히 되뇌어보니 ‘특허권이 저작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생각이 뿌리에 있는 듯 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누구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지식재산권하고 저작권이 같은 건지 다른 건지도 헛갈리고 저작권하고 디자인권은 무슨 차이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려운 것 투성이니까요.
그래서 오늘 스타트업 리걸클리닉에서는 일반인의 상식과 교양수준에서 내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 최소한 무슨 권리에 대해서 상담을 받으러 가야하는 건지는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지식재산권의 개념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 “지식재산권”은 가장 넓은 개념이다=지식재산권은 가장 넓은 개념으로,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산업재산권’은 ‘특허권’,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상표권’으로 다시 나누어집니다. 여기서 ‘산업재산권’의 권리는 반드시 특허청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만 법적인 권리로서 보호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은 등록을 안 해도 법적인 권리로서 보호 받을 수 있습니다.
특허권, 실용신안권은 ① 진보성, ② 신규성, ③ 산업상 이용가능성 요건을 갖춘 “기술적 사상”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허권은 기술적 사상 중 “고도한 것”일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 보는 신기한 “기술”을 개발했다면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그럼 가장 처음에 살펴봤던 동화책은 “기술”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특허권으로 보호 받을 수는 없겠네요.
디자인권은 미감을 일으키는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것들을 결합한 “물품”입니다. 특이하게 생긴 악세사리의 모양이라든지, 특정 만화 캐릭터를 표현한 인형 같은 것들이 디자인권의 보호영역입니다.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은 디자인권이 아니고,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품”이어야 디자인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여러분들이 잘 아실만한 드래곤볼 만화는 저작권의 영역이고, 손오공 피규어는 디자인권의 영역입니다.
상표권은 자기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표장입니다. 이건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 같네요. 회사 로고, 단일 상품의 마크, 브랜드처럼 다른 상품들과 자기 상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표식입니다. TV나 인터넷을 켜면 수없이 많은 상표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입니다. 남의 것을 베끼지 않았다는 독창성과 최소한의 창조적 개성이 있어야 저작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최소한의 예술적인 가치가 있어야 저작권으로 보호된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에 편할 겁니다. 어문(글), 미술, 음악, 영상, 컴퓨터프로그램, 사진, 건축물 같은 것들이 저작물로 보호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동화책은 저작권으로 보호 받아야겠네요.
이론적으로만 봐선 어렵죠? 여기 포크레인이 있습니다.
- 포크레인이 작동하는 원리는 기술적인 영역이니까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을,
- 포크레인의 전체적인 외관 모습은 디자인권을,
- 포크레인에 새겨진 두산 마크는 상표권을,
- (예시에선 특별한 그림이 없는데, 저 위치에 아주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상상해주세요) 포크레인에 그려진 그림은 저작권을,
각각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내 사업 아이템을 보호받기 위해서 무슨 상담을 받아야할지 대략 감이 오시나요?
◇ 어? 그럼 비즈니스 모델은?=이 글을 읽고 있으실, 돈도 없고 기반도 없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본인이 떠올린 기가 막힌 비즈니스 모델만 바라보면서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이 비즈니스 모델을 합법적으로 독점할 방법을 물색하게 되고, 그러던 중 지식재산권이라는 단어를 듣게 됩니다. 근데 아까 말했던 것들만 봐서는, 비즈니스 모델은 대체 뭘로 보호를 받아야 될지 알 수가 없네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할까요?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 받는 첫 번째 방법은 “특허권”입니다. 이쪽 업계에서는 흔히 ‘BM특허’라고 부릅니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하고 의뢰를 맡기면,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멋진 특허명세서로 바꿔줄 겁니다. 그런데 BM특허는 최종적으로 등록에 성공할 확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란 것도 참고해서 기억해주세요.
두 번째 방법은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 등에서는 아이디어 탈취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정경쟁행위와 관련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산업재산권들처럼 별도로 등록을 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받는 절차는 없습니다. 대신 특허청 산하 ‘영업비밀보호센터’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원본증명서비스”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본인이 작성한 사업설명서 같은 서류들을 업로드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까지 판단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이 아이디어를 이 때 업로드한 것이 맞다’까지는 특허청에서 인증해줍니다. 이러한 인증을 받게 된다면, 나중에 ‘누가 이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는가?’ 부분이 쟁점화 되었을 때에 훨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전문가와 상담해서 특허를 받는 것까지는 좀 힘들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면, 부정경쟁행위를 생각해서 원본증명서비스를 이용하시는 것도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의 아이디어 탈취와 관련해서는, 제 유튜브 채널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 적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문가에게만 맡기면 알아서 다 해주나요?=마케팅, 영업, 인사관리, 데모데이, 투자유치, 고객관리 등등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신경써야될 것들이 엄청 많죠? 바빠죽겠는데 지식재산권은 전문가가 좀 알아서 다 해줬으면 좋겠죠? 안타깝지만 결국은 대표도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합니다.
물론 피 같은 돈을 들여서 맡겼으니까, 전문가도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본연의 업무를 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표님보다 이 사업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문가들도 최선을 다해서 리서치를 하겠지만, 여기에 더해서 특히 대표는 사업 아이템과 비슷한 것들이 선행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반드시 확인을 해주셔야 합니다.
이미 시행된 동일·유사한 선행기술이 이미 있다면 당연히 특허가 등록되지 않을 것이고, 디자인, 상표 전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만약 동일·유사한 선행 창작물이 있다면,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선행의 비슷한 것들이 있는지 여부는 지식재산권에 정말로 중요합니다.
특허청 키프리스(www.kipris.or.kr) 사이트에 접속하면, 출원, 등록, 거절, 포기된 산업재산권들을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대표는 키프리스에서 이미 선행된 비슷한 것들이 있는지 어느 정도 검색을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찾아보시다가 이게 비슷한 것인지 전혀 다른것인지 모르겠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셔야 하구요. 당연히 전문가도 출원 전 선행 조사를 열심히 합니다만, 대표가 이 부분을 도와주시면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동종 업계의 동향을 계속 파악하면서 대표와 함께 하고 있는 전문가가 알아야 한다 싶은 정보들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는 것이 힘입니다. 막연하게 ‘법적으로 보호받고 싶다’가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특허권으로 보호받고 싶다’라면서 접근한다면 보다 좋은 보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법률상담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질문이 추상적이면 답변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질문이 구체적이면 답변도 구체적입니다. 내가 어떤 상담을 받고 싶은 것인지, 무엇이 궁금한지에 대해서는 안 뒤에 전문가를 찾아가야,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이 여러분들의 전문가와의 상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제대로 된 전문가와 함께 여러분들의 사업이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은 스법센(스타트업을 공부하는 청년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과 벤처스퀘어가 진행하는 연재물이다. 스법센은 법률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모델, 성공 케이스에 대해 공부하는 변호사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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