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광고를 보면 ‘실제 게임 화면입니다’라는 표현이 적힌 역설적 상황을 종종 본다. 게임화면이 아닌 것으로 게임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2D 게임은 포장지는 예뻤는데 막상 열어보니 내용 디테일이 크게 다를 때가 많다. 광고나 포스터에 보이는 그림은 공들인 티가 나는데 막상 게임에서는 작화 퀄리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박형철 엔퓨전 대표에 따르면 기존 2D 애니메이션 게임 제작 방식은 어쩔 수 없이 작화와 애니메이션 퀄리티 사이에서 타협을 보게 만들곤 한다. 연속적 움직임을 하나하나 그리면서 옷의 주름이나 볼륨 같은 디테일을 살리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이미지를 수백장씩 그린다 해도 디바이스 메모리를 모두 잡아먹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 개발사는 비용 문제로 작화와 애니메이션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대부분 작화 퀄리티를 포기한다. SD 캐릭터로 바꾸거나 등신비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팔만 움직인다거나 모든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며 박 대표는 “반면 우리는 이미지 1장만 갖고도 애니메이션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미지 파티클을 늘리거나 줄이고 캐릭터에 가상으로 뼈대를 심어 관절 움직임도 줄 수 있다. 초당 프레임 제한도 없어 애니메이션은 더욱 부드럽게 나온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비례가 변형돼야 할 때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일러스트 그대로를 녹여내는 것이 목표다. 팔 하나가 움직여도 이와 연결된 근육, 허리까지 움직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데 따른 장점으로는 직접 퀄리티를 핸들링할 수 있는 점을 꼽는다. “2D 게임은 공통적으로 게임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이 지향점이다. 그래서 따로 외주스튜디오를 통해 컷씬을 만들어 게임 사이사이에 끼워넣기도 한다”며 그러나 “외주 의뢰는 정해진 기한에 납품하는 것이 우선이라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한다. 인게임 작화 퀄리티와 컷씬 사이 퀄리티에 차이가 날 위험이 크다. 우리는 사이에 삽입하는 컷씬까지 직접 제작할 수 있어 퀄리티 유지가 용이하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따라서 엔퓨전이 현재 보유한 인력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그래픽 인력이다. 효율적으로 퀄리티와 리소스를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분업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2D 애니메이션은 세밀한 작화가 필요한 길고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프로세스, 기술, 인력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스케치-채색-미장센을 비롯해 단계별 공정을 숙련된 전문가 파트별로 맡게 해 각 인재가 더욱 전문화된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디바이스 연산에 무리를 주지 않되 이미지 퀄리티는 지키는 최적화 기술도 확보했다.”
현재 출시를 앞둔 자체 개발 게임에 대해서는 풀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RPG라는 소개라 답했다. 이는 비주얼적인 요소뿐 아니라 콘텐츠 측면에서도 기존 RPG 게임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덱을 만들려면 확률 싸움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고과금하는 기존 수익 모델에 의존하는 대신 애정하는 캐릭터를 원하는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 충분히 시간을 들이면 원하는 캐릭터를 꼭 얻을 수 있는 시간기반 수익 모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또 엔퓨전은 얼마 전에는 국내 투자사 2곳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소식과 함께 스파크플러스를 통한 콘텐츠진흥원 융복합 콘텐츠 스타트업 글로벌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참여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를 준비하면서 VC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액셀러레이터를 통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멘토링, VC 미팅을 비롯해 네트워킹 기회를 많이 얻었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이를 뒤로 하고 이번 1분기 안에는 자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성사, 론칭할 계획도 밝혔다. 1월 안으로 중국 초대형 퍼블리셔가 직접 찾아오기로 약속했고 이미 많은 퍼블리셔와 미팅을 갖고 있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애니메이션 IP 기반 신작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 기술을 동반 개발해 직접 애니메이션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다. 물론 현재 출시를 앞둔 게임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중요한 첫 발자국일 것”이라 박 대표는 전했다.
게임 개발사지만 풀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기술과 프로세스를 확보한 만큼 기술 개발사로 활약할 계획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에 박 대표는 “언리얼이나 유니티가 그랬듯 게임과 기술을 함께 키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본다. 게임은 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만 엔진은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하고 마음에 들면 비용을 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수익 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1차 목표는 퀄리티 있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을 점진적으로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는 있다. 그때는 2D 게임 퀄리티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해 게임과 인접한 영역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2D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3D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고 알게 모르게 3D 느낌이 난다. 반면 우리 기술을 이용한다면 이질감 없이 2D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어 나아가서는 애니메이션 IP나 웹툰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사업도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