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소프트웨어 개발사 이지팜은 친환경 수경재배 솔루션 출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시설 구축부터 운영, 재배 판매까지 가능한 수경재배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이를 구매해줄 소비자가 얼마만큼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이지팜은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해당 솔루션을 실제 가동해보고 이 모습을 일반 소비자와 공유하기로 한 것.
이지팜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택했다. 채권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설 구축 비용을 조달하고 여기서 나오는 농작물은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거나 투자자에게 보내는 식이다. 스마트팜 턴키 솔루션 ‘팜토리‘로 수경재배를 해보고 수확물을 사람들이 직접 받아보게 한다면 적은 금액으로 시작해 창업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9천만 원을 목표로 진행한 채권형 크라우드펀딩은 48명이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크라우드 펀딩이 농식품 분야 초기 기업 자금 조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2016년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공언한 이래 해당 분야 크라우드 펀딩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농식품 크라우드펀딩 전용관에서는 2016년 30개에서 2년 만에 159개, 지난해 183개 농식품 벤처기업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농식품전문 크라우드펀딩을 운영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에 따르면 올해도 크라우드펀딩 지원이 강화된다. 농식품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아 초기 창업 기업이 자금 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정책 도입 이후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금원 측은 크라우드펀딩 정책 도입 2년 차에 현장코칭과 투자유치 컨설팅 등 농식품 경영체 컨설팅을 지원을 확대하고 투자 유치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올해도 농식품 전용 크리우드펀딩 전용관을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와 크라우디 전용관에서 100개사가 펀딩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장코칭과 맞춤형 컨설팅도 강화한다. 담당자가 사업체를 직접 찾아 크라우드펀딩 개념, 방법 설명하는 것부터 법률, 회계, 홍보 등 전문 컨설팅 비용을 지원한다.
사업체가 크라우드 펀딩 중개사에 내는 수수료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5~20%에 이르는 중개 수수료를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했다. 올해도 수수료 지원 제도를 유지하되 더 많은 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금액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펀딩에 성공한 기업과 후속 투자 유치를 돕기 위한 ‘아그리 벤처데이‘도 개최한다. 농식품 전용 데모데이 격으로 펀딩 이후의 성장을 돕기 위함이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사 별 개성이 제 각각인만큼 제품에 따른 플랫폼을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는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디, 와디즈, 텀블벅, IBK투자증권, 인크 등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컴퍼니의 경우 후원형과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회사의 성과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고 정성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취약계층이 만든 수제잼, 경력 보유 여성의 자립을 위한 ‘꿈을 꾸는 마카롱‘ 프로젝트가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됐다.
크라우디는 금융 전문가 출신이 포진해있다. 크라우디 측은 “크라우드펀딩은 1차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크라우디의 경우 투자자 관점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돕기 때문에 펀딩 이후 후속 투자 진행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제주맥주, 비건 빵 브랜드 더브레드블루 등이 크라우디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와디즈도 투자형과 리워드 크라우드 펀딩 모두 진행할 수 있다. 두 가지 유형이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삼정하누의 경우 리워드형 8회, 투자형 1회 펀딩을 마쳤다. 리워드 크라우드 펀딩 이후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신제품이 나오면 다시 리워드 크라우드펀딩을 여는 방식이다. 와디즈 측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외 지역 펀딩 성공사례를 통해 지방 기업이 투자 관련 심리적 허들을 낮출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며 “펀딩 이후에도 와디즈 넥스트 등 콘텐츠를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텀블벅은 리워드형 펀딩만 진행한다. 특징은 창의적 시도를 응원하는 후원자가 다수라는 것이다. 주 이용층은 2030 밀레니얼 세대다. 텀블벅 측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얼리어답터 성향을 지닌 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 과정에서 팬덤이 형성된다“며 “팬이 된 후원자가 스스로 프로젝트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만을 진행하는 IBK투자증권은 “모집 금액을 기업은행이나 IBK창공을 통해 발행사를 연계하는 유대적 연결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이 2016년부터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은 총 61건으로 이 중 38곳이 펀딩에 성공했다.
한편 농림축산사업부가 주최하고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주관하는 농식품 투업 콘서트가 14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성과를 공유하고 농식품 소액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에는 예비 창업자와 기창업자 등 농식품 관련 관계자가 참여했다. 각 주관 기관별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지원 사업, 사례 발표 이후에는 자유로운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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