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타트업 발 묶은 규제, 올해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던 주요 규제를 논의하는 리마인드2019 규제개혁 토론회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행사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공동개최했다. 현장에서는 크게 규제 샌드박스,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CVC, 망비용, 데이터3법, 망분리, 승차 공유, 빈집 재생 숙박 8개 이슈를 발표와 토론을 통해 되짚었다.

먼저 발표를 통해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국내 CVC 투자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위원은 “국내는 금산분리 정책 탓에 지주사 체제인 SK, LG와 같은 재계 3, 4위 기업이 CVC로 활동할 수도 없다.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곳도 적을 수밖에 없어 해외와 반대로 CVC 투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벤처지주회사제도 허점과 개선방향을 짚었다. 

“벤처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된 지는 20년이 다됐지만 까다로운 조항 탓에 이를 잘 활용하는 곳이 한 곳에 불과하다. 스타트업 투자는 시드 투자처럼 적은 금액부터 단계를 올라가며 천억 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바로 20% 이상 지분 투자를 하라는 것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하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모기업 자금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한계다.” 이에 송 위원은 “금산분리제도를 도입하던 당시 경제 환경과 현재 환경이 크게 다르고 은산분리 취지와 CVC 활동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일반지주사인 구글이 구글벤처스를 통해 활발히 투자하듯 국내는 예외조항을 둬서라도 일반 지주사에 CVC를 허용하고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3법과 망분리 이슈에 대한 제언도 이어갔다. 데이터3법에 관해서는 개정안이 발의된 뒤로 1년이 더 지나서야 통과된 점, 유럽 GDPR 적정성 평가에 대한 대비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며 독립적 총괄적 감독기구 설치, 개인정보 역외이전 규정 완비, 법령 체계화를 촉구했다. 2013년 사이버테러를 계기로 전자금융업자에 일괄 망분리 적용한 데 대해서 핀테크 스타트업 성장을 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전자금융업자에 초연결 사회 업무 환경, 조직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보안 통제 방식이 됐다. 자택이나 회사 밖에서 개발 업무를 보는 인력이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는 효율성이 저하되고 인력, 설비 구축과 관리 비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개발자는 업무상 불편으로 핀테크 분야를 기피, 이탈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서도 초기밀정보를 다루는 곳이 아닌 이상 이러한 규정을 두는 사례가 없다.” 이에 대안으로는 CISO 개인 형사 처벌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사고 책임을 기업에 귀속하게 하는 방안을 언급, 망분리 대신 기업이 스스로 보안에 힘쓰는 환경을 제안했다.

다음으로 김민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매니저는 규제 샌드박스 운영 현황과 더불어 승차 공유, 빈집 재생 숙박을 중점적으로 언급하며 규제 해소뿐 아니라 규제 마련과 기준 수립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규제가 장벽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스타트업이 꼭 규제 해소만을 바라는 건 아니”라며 김민수 매니저는 “예를 들어 어린이통합차량 동승자 의무 탑승 조항은 스타트업으로서는 법인이라 마땅히 따라야 하는데 개인 사업자 사이에서는 현행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 집행이 강력하지 않은 탓에 누구는 지켜야 하고 누구는 안 지켜도 되는 상황이라면 시장 경쟁은 물론이고 안전이라는 법적 취지조차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배달 앱, 프리랜서 중개와 같은 인력 매칭 플랫폼이 늘면서 덩달아 늘어난 플랫폼 노동에 있어서도 합리적 기준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라이더 안전에 사회적 주목이 뒤늦게 모이면서 다양한 기구가 논의를 시작했지만 플랫폼 노동에 관해서는 기초적 합의가 없는 탓에 논의가 산만한 경향이 있다. 스타트업이 만드는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에는 공론화되지 못했던 노동자 처우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표면화했다. 산업적 잠재력 역시 큰 만큼 합리적 기준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어진 핵심이슈 토론에서는 망비용 문제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를 차례로 다뤘다. 패널로 나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정책적 모순을 지적하고 나섰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아지고 있지만 유일하게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분야가 네트워크다. 정부는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고 5G 네트워크를 전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비롯해 전략적으로 통신사를 지원했다. 그 덕에 2000년대 초반 주요 인터넷 기업이 등장할 수는 있었지만 과도한 인프라 마련으로 비용 회수를 우려한 통신사는 이용요금을 높이기 시작했고 현재 들어서는 국내 콘텐츠 제공자(CP) 비용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지나친 망 비용이 국내 사업자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국내 CP가 기술이 없어서 4K, AR, VR을 안 하는 것 아니다. 사업적으로 말이 안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며 “국내서 4K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넷플릭스, 유튜브, 통신사업자와 그 자회사뿐이라 할 만큼 트래픽 비용은 큰 부담이자 진입장벽”이라 말했다.

“망은 초기 비용 이후로는 유지비밖에 더 들어갈 것이 없어 점점 내려가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미국, 유럽은 연평균 38%씩 저렴해지고 있다. 국내는 미국, 유럽과 비교할 때 전기료도 인건비도 싸서 망비용이 더 비싸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여러 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망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통신사간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국내 모든 사업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한편 행사를 공동개최한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논의되는 규제는 여러 부처가 걸쳐 있기에 빠르게 풀어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특위는 논의도 잘 이어왔고 여러 부처 장관이나 관계자가 모여 범부처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권고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이슈를 해결하고 입법하는 권한이 특위에는 없었다는 것이 한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4차산업혁명특위를 만들어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인 정세균 전 의장이 국무총리로 취임했고 규제개혁실이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만큼 이제는 스피드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소프트웨어진흥법을 비롯해 이번 국회가 해결할 것은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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