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여기 있는 빵은 다 먹어도 돼” 평소 계란 알레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만 골라 먹어야 했던 아이는 신이 나서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계란, 우유 알레르기 때문에 7살까지 한 번도 케익을 사주지 못했던 한 아이 엄마는 케익을 사들고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에게 기적같은 일'(Like a miracle)을 비전으로 삼은 비건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더브레드브루는 계란, 우유, 버터를 함유하지 않은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이고 있다.
문동진 더브레드블루 대표는 “비건 베이커리는 새로운 형태의 식품”이라고 정의했다. 대체육처럼 본래 맛과 근접한 맛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기존 방식에서 탈피,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새로운 식품을 만들고 있다는 게 문 대표 설명이다. 더브레드블루에서 생산되는 빵과 케익 디저트류는 비건을 추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계란, 우유 알레르기 보유자, 일반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 방부제나 화학제품은 모두 뺏다. 제빵업계에서 고급 식재료로 통하는 프랑스산 밀가루와 국내산 재료로 맛과 건강은 더했다. 현재 제품은 신촌, 서초, 잠실, 공덕 5개 매장과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해썹 인증을 마친 구로동 공장에서 생산된다.
비건 베이커리를 떠올린 건 문 대표가 대기업 해외영업 부서에서 근무할 당시였다. “해외 출장 때 들른 레스토랑에서는 채식 메뉴가 잘 마련돼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없지? 궁금증이 생겼다” 외국에는 채식 문화가 정착된 곳도 많지만 3-4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채식’을 한다고 하면 유별난 사람처럼 취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비건’ 또한 층위가 다양했지만 이해도도 부족했다.
문 대표는 아직 움트지 않은 비건 시장에 주목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비건이 떠오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기에 대한 소비나 관심도는 높아지는 흐름에서 충분히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봤다” 그 중에서도 호불호가 적고 상품을 다양화할 수 있는 베이커리에 집중했다. 비건베이커리로 잠재력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스테디셀러’로 중심축을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고려당, 뉴욕제과를 거쳐 아이스크림, 제과 등 베이커리 분야에서 25년 경력을 쌓은 추영민 CTO가 합류했다. 함께하기로 뜻을 모으기 전까지 설득도 필요했다. “(CTO가) 처음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맛을 내는 주 재료를 제외하고 빵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고 봤다. 그럼 해외 사례를 찾아 보여줬다. 과정이 어려울지언정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표는 “몇 차례 성공 이후 이제는 추 CTO가 기존의 것을 깨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즐긴다”고 전했다. 기술력을 확보한 이후 공장설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덕분에 매장에 나가는 빵 종류는 60여 개, 레시피는 170여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 비건 시장이 태동기인 만큼 시장을 바라보는 오해도 있다. 국내 추정 비건 인구 150만으로 시장이 작다는 시선도 그 중 하나다. 문 대표는 “육류는 국내 5천만 인구 중 150만 명이 못 먹지만 비건빵은 150만 명도, 나아가 모두가 먹을 수 있다”고 되짚었다. 시선을 바꾸면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다. “비건이 아닌 데 비건 제품을 만들 수 있냐”는 지적도 있다. 비건이 아닌 문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문 대표는 “오히려 비건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비건식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맛과 품질에서 균형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고 동물권, 환경보호 등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비거니즘’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표는 “한 명의 비건이 1년 동안 1,000끼를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를 가정해보자”며 “1,000명이 비건 빵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면 비건 1인이 끼치는 영향과도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거니즘 가치관은 매장에도 잘 녹아있다. ‘노플라스틱 오더’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미리 빵을 예약한 후 개별 밀폐용기에 빵을 수령해가면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식이다. 제품은 비닐로 개별 포장하는 대신 서랍 형태의 매대에 진열해뒀다.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잘 먹고 잘 살자” 더브레드블루가 꿈꾸는 세상이다. “좋은 음식을 잘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들이 사는 지구도 조금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문 대표 기대가 담겨있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먼저 ‘잘 먹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게 문 대표의 말이다. 더브레드 블루는 올해 매출 35억 원을 목표로 비건 베이커리 시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비건식품 기업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도 뗀다.올해는 대체육을 활용한 식품, 유아용 비건 식품 등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추후 채식주의자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도, 채식 메뉴가 보편적인 동남아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문 대표는 “비건 베이커리는 비건 식품 기업 더브레드블루의 라인업 중 하나”라며 “비건 식품기업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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