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은 유독 규제가 많다. 게임산업 자체를 직접적으로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도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전자상거래법을 비롯해 사업 모델과 서비스 방식에 따라 게임사업을 규제하게 되는 법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게임산업법은 게임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법률로서 게임산업이 처한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할 당위가 있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게임산업법 개정 방안에 관한 산-학계 의견을 들었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법률 제명 변경 ▲‘사행성’, ‘중독’, ‘도박’ 용어 삭제 등 부정적 표현 재정비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비롯한 게임이용자 보호 및 의무 규정 신설 ▲내용수정 신고의무 완화 등 자율규제 조항과 타법과의 관계규정 마련 ▲게임진흥원 신설 근거조항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다.
게임산업 연구 용역을 맡은 김상태 순천향대 교수는 법률 제명 변경 배경으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인데 왜 규제가 있느냐는 의문이 종종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진흥법이 아니라 게임 규제에 관한 법률이라고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게다가 진흥에 관한 유사법률에서는 규제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는 하되 게임산업을 저해하는 방향이 아닌 발전시키는 범위 내에서만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어떠냐는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 발제한 서동희 건국대 교수는 제명 변경 결정에 의문을 드러냈다. “법명과 실제 내용 부조화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방안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흥법에 자율규제 조항, 타법과의 관계 규정 조항을 포함시킨다. 자율규제를 통해 자정작용을 하라는 것이 일반적인 진흥법의 모습이기 때문에 제명 변경 대신 법명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개정안 방향성을 잡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15년 전 처음 법을 제정했을 때 왜 진흥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신중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율규제에 관해서는 조항 마련으로 그치는 대신 분명한 추진 의지도 함께 나타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자율규제와 정부규제의 어색한 동거나 마찬가지다. 문체부 역시 자율규제를 적극 추구한다는 건지 단순히 자율규제를 해봐도 된다는 건지 조항 자체만으로는 의도를 알기 어렵다”며 “기왕 조항을 넣었다면 자율규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켜보겠다든지 우선 원칙으로 보장하겠다든지 정확한 워딩이 필요하다. 정말 의지가 있다면 자율규제를 우선시하겠다는 뜻과 성공 동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게임진흥원 설립 근거 조항에 대해서도 넘어야 할 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개정안에는 게임진흥원을 처음부터 특수법인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일반적으로 진흥원은 예산 투명성을 확보하는 재단법인으로 출발, 과도기를 거친다. 특수법인으로 바로 시작하면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통과를 넘기가 쉽지 않다. 게임진흥원 신설이 보다 설득력 있는 작업이 되려면 특수법인이 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
이어 게임물관리위원회 1기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 정의와 규제 범위 적정성을 지적했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정의하고 그 종류, 구성비율과 획득확률을 게임제작사업자가 게임내용정보에 포함시켜 이를 표시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중간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아이템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점이 한계였다. 최종 개정안에서는 이것이 보완됐다고 본다”며 이병찬 변호사는 “그러나 아이템 강화나 합성이 규제 범위에서 제외된 부분은 개선이 아직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화/합성을 확률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면 공개 의무를 우회하는 데 이용될 수 있고 정보 제공을 통해 합리적 소비를 유도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 따라서 우연에 의해 기능이 향상되고 저하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성공확률과 결과물 획득 획률을 공개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런가 하면 이정운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사행성 방지와 청소년 보호라는 기존 규제 목적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게임산업법은 시대와 환경에 맞춰 새로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찾고 도입해왔다”며 이 변호사는 “여전히 게임산업법을 크게 관통하는 것이 사행성 규제와 청소년 보호인데 그것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스마트폰 과몰입에 대해서는 부모에 의한 자율적인 지도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유독 게임에 한해서만 아직도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사업자에 의무를 부과한다. 셧다운제, 게임과몰입 예방조치가 앞으로도 실효성이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로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해 게임 사업자에 한해 사업 유형별 인허가 제도를 마련,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당시 사회적 상황에서 그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게임 제작과 배급이 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경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가운데서도 더 제한된 등급을 받은 영화를 상영하는 제한 상영관조차도 등록이면 족하다“며 인허가제도 폐지와 성인게임시설제공사업에 한해서만 등록을 요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료결제에 대한 환불을 게임산업법이 향후 집중적으로 다뤄야할 항목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사업자-게임유저 사이 환불 이슈가 뜨겁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환불 규정에 관한 내용이 빠진 탓에 여전히 전자상거래법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자상거래법은 게임 관련 거래를 전제하고 만들지 않아 오히려 분쟁의 여지를 키울 수 있다. 개정안이 밝히듯 게임산업법이 게임산업에 관한 가장 중요한 법률로서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면 가장 분쟁이 많은 이 분야에 여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인 것.
자리에 참석한 김용삼 문체부 차관은 이날 토론에 대해 “개정안은 기존 법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게임 문화와 산업 기반 조성, 이용자 보호, 규제 완화까지 게임 산업 재도약을 도모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 논의 내용 토대로 게임산업 진흥 계획을 정비하고 21대 국회에서 새 법안을 상정하는 데도 참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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