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음식 맛보러 오세요”

“북한 음식에는 조미료를 많이 넣지 않아요. 간도 강하지 않고요. 또 채식 위주의 웰빙 식단이 많죠.”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북한 음식 시식회에서 만난 장영숙 씨는 북한 음식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남한에 정착한지 10년이라는 장 씨는 탈북민 2명과 함께 북한 음식 전문 식당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액셀러레이터 벤처포트가 진행하는 평화경제스쿨을 통해 창업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벤처포트는 장 씨가 속해있는 탈북 단체 남북하나개발원과 연계해 탈북민 창업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일반인 포함 20여 명이 창업과정을 듣고 있는데 이 중 우수팀으로 꼽힌 3명이 외식업 창업에 먼저 도전한 것이다.  실제 사업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한 첫 관문으로 진행된 시식회에는 서울창업허브 직원 및 입주민 그리고 서울창업허브 3층 공유 주방을 운영하는 씨엔티테크 직원 등 15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식회에서 이들이 선보인 북한 음식은 옥수수국수, 만두, 시래기밥, 가지밥, 강냉이밥 등 4가지다. 이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김치, 무채, 오이무침, 동치미 등 반찬도 북한식으로 요리돼 제공됐다. 4가지 음식 모두 고기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이 매일 먹는 식단이라고 하지만 재료 설명을 들어보니 준비된 음식은 북한보다 퀄리티가 훨씬 좋았다. 북한의 요리 방식을 그대로 따랐지만 재료의 질과 생활수준에 따라 음식의 수준이 달라진 것. 또 이곳의 입맛에 맞게 간은 조금 더했다.

장 씨는 “가지밥은 북한에서는 하우스가 없어 재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며 “남한에는 재료가 풍부해 찹쌀도 넣고 윤기 나게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래기밥 역시 북한에서는 쌀 부족으로 시래기 비율이 월등히 높지만 이날 선보인 시래기밥에는 밥이 더 많았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모두 쌀이 아닌 강냉이밥을 기본으로 만든다고 한다. 시식회에 참여한 한 40대 참여자는 “다른 음식도 다 맛이 있었지만 가지밥이 독특해서 가장 좋았다”며 “간장에 비벼먹지 않아도 간이 잘 배어 있어서 맛있었다”고 평가했다.

옥수수국수는 시식을 진행한 많은 평가인들이 가장 맛있다고 꼽았다. 된장 국물에 버무린 국수 위에 무채를 올려 같이 먹으면 된다. 시식회에 참여한 한 탈북민은 “옥수수국수는 집안마다 국물이 다르다”며 “여기에는 된장국을 사용했는데 정말 잘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평가자는 “옥수수 국수를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매우 좋고 맛있다”고 말했다. 만두는 특이하게 양배추만 넣어 만들었다. 야채 만두라면 보통 여러 야채를 버무려 속을 만들지만 양배추만을 넣은 만두는 처음이다. 양배추의 단맛이 잘 배어있어 옥수수 국수에 이어 젊은층의 입맛에 가장 잘 맞을 것 같았다.

이날 시식한 음식들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맛을 보완 한 후 3월 초 정식으로 서울창업허브 3층 공유주방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2주간 팝업 레스토랑 형태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선보이는 것. 팝업 레스토랑에서 평가가 좋으면 정식으로 3층 공유주방 입주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서울창업허브 공유 주방을 운영하고 있는 시엔티테크 측은 “음식을 판매하면서 북한 문화 강연 등을 함께 진행하면 어떨지 여러 기획을 진행 중”이라며 “탈북민 정착에 도움이 됐으며 한다”고 전했다.

3명의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이지연 씨는 “탈북민이 남한에 잘 정착해 자리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착한지 10년이나 됐지만 남한 문화가 익숙하지 않고 과거 이력도 없기 때문에 취직이 어려운 까닭이다. 그래서 이들은 창업을 통해 자력하는 것을 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장 씨는 “창업을 하면서 서류 등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이 참 어렵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세무 문제 등 북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혼자 해나가긴 매우 어렵다”며 “그런 부분은 벤처포트에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벤처포트와 함께 북한 음식 전문 푸드트럭도 계획하고 있다. 시식회에서 선보인 음식 외에 바로 즉석에서 요리해 판매할 수 있는 북한 음식을 구상중이다. 향후에는 협동 조합을 만들어 전국에 있는 탈북민이 생업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장 씨는 “최종 목표는 식당을 개업하는 것”이라며 “이번 시범  사업이 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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