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단순히 서비스나 상품 수가 많아질 뿐 아니라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영역이 넓어짐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만 명확한 가치를 가진 브랜드는 적고 카피 제품은 많다는 점은 아쉬웠다.”
지난 1월 그랑은 반려견 건강간식 시리즈 첫 제품 ‘당그니’를 출시하며 반려동물 건강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당그니는 주재료인 당근이 함유한 항상화 영양소, 파이토케이컬을 통해 반려견 눈과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함께 첨가한 해조추출물, 덱스트라나아제로는 플라그와 치태형성 방지, 분해를 통해 구강과 치아건강에도 유용하다는 소개다. 당그니에 이어 파프리카, 브로콜리를 주재료 삼은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각 제품은 테스트를 거쳐 적어도 오는 4월에는 반려견들을 만날 예정이다.
브랜드 책임자로서 제품 기획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는 명정호 수의사는 “모든 디테일에 신경썼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건강한 식생활로 시작, 올바른 제품만을 선보이고 점차 동물복지에도 기여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신제품은 반려동물이 섭취하기 어려운 채소를 간식으로 만들었단 점도 특징이지만 축산제품 대신 채소를 원료로 사용해 동물복지와 논리적인 모순을 줄였다는 점 역시 특징”이라 소개했다.
제품 차별점으로는 영양뿐 아니라 기호성을 꼽았다. “아무리 건강에 좋아서 먹이려고 해도 아이들이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출시를 미루는 한이 있어도 기호성은 꼭 잡을 생각이다. 당그니만 해도 패키지부터 기호성까지 디테일을 잡기 위해 5개월 넘게 걸렸다”며 명정호 수의사는 “하나하나 좋은 제품으로 고객을 만나고 어느순간 고객이 그동안 산 제품이 모두 같은 브랜드였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고 전했다.
현재 제품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은 상품들이 워낙 많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로서는 자사몰을 비롯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저가상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판매 채널을 넓히고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하겠단 구상이다.
이와 함께 고양이를 위한 기능성 생수를 준비하고 있다.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반려동물용 영양수를 이미 소개했던 동우크리스탈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가 함께 선보일 기능성 생수는 특정 바이러스균만 잡아먹도록 설계된 박테리오파지를 함유, 장기나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고양이 사망원인 1위로 꼽히는 신장문제를 유발하는 균을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소개다.
기능성 생수에 대해서는 축산 시장 역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전하면서 “동물복지라고 한다면 엄밀히는 유기동물, 야생동물을 넘어 축산동물도 아우른다. 하지만 축산시장은 이미 매우 큰 시장이고 동물복지를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인지를 두고 사회적으로 의견이 크게 갈린다”며 “우선은 기능성 생수로 축산동물 건강을 챙기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스타트업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전했다. “동우크리스탈과는 구체적으로 기획을 짠 다음 협업 대상을 찾고 논의를 시작하진 않았다. 우연히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경우”라며 이번처럼 다양한 회사를 만나 유연하게 창의성을 발휘하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협업 방식도 좋다는 것.
“수의사 자격증을 보유한 만큼 동물에 대한 전문성은 갖췄다. 그랑에 합류하기 전에는 플리마켓을 기획하거나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며 문화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랑이 가진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해줄 여러 회사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소비재에만 힘을 쏟는 대신 많은 스타트업들과 함께 번뜩이는 기술과 아이디어, 가치를 찾고 활동하면 좋겠다.”
올해 계획으로는 대표 제품군을 2~3종 출시해 브랜드를 알리고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품보다는 기술력이나 전문 연구를 토대로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분명한 철학이 보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애플도 제품만 보면 어디서 만든 제품인지, 어떤 철학이 담긴 제품인지 명확하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랑은 동물복지에 기여하는 곳이고 진정 동물을 생각하는 곳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모든 제품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겠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만큼 구체적으로 복지활동 계획이 있는지 묻자 “기부로 첫걸음을 뗄 계획”이라며 명정호 수의사는 “복지 단체라면 잘못된 법체계를 개선하거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는 보호 센터나 단체는 많지만 이들이 보호단체로서 하는 역할과 복지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 혼재됐다”며 “그랑은 우선 기부 활동으로 시작해 긴밀한 협력을 쌓을 단체를 찾고 복지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동물복지를 위한 비영리 법인을 세우고 싶은 개인적인 바램도 덧붙였다. “국내서 독보적인 동물 복지 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인 복지 활동을 펼치고 싶다. 독일 동물보호협회가 비영리시설로 마련한 티어하임처럼 보호소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한가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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