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곧 명품 브랜드고 명품 브랜드가 곧 백화점이었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모바일 앱으로 고가 브랜드를 직구하고 백화점에도 없는 신상을 구해주는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정품 검수까지 대신하는 중고 거래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플랫폼을 옷장 삼아 수많은 브랜드를 매달 바꿔가며 입을 수 있는 대여 서비스도 확장세에 접어들었다.
중고명품샵 쿠돈(Koodon)이 바로 첫번째 사례다. 쿠돈은 간소화된 위탁판매 서비스를 내세워 3~5년 미만 중고 명품을 사고 팔려는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단순히 거래의 장을 열어주는 대신 모든 판매 상품을 직접 수거해 정가품 검수와 촬영,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대신 도맡는다. 판매자는 상품 카테고리, 브랜드를 입력하고 수거만 신청하면 된다. 검수를 거친 상품은 앱과 웹을 비롯한 국내외 오픈마켓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동시 판매되고 판매 현황은 쿠돈 앱으로 알려준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지난 2월에는 명품감정연구소와 협업해 사내 검수팀을 구성했다. 모조품으로 판별되면 구매가 2배를 보상하거나 암호화된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로 위조를 방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존 직거래와 달리 신용카드 결제, 간편결제, 무이자 결제를 할 수 있는 점, 평일 오후 2시 이전 주문시 당일 출고하는 점을 들어 편리한 구매 환경을 마련한 점도 강조한다.
이경표 쿠돈 대표는 “정가품 검수 핵심인력을 한 곳에 집약하고 물류공간을 효율화했다. 불필요한 전시공간을 없애 경쟁사보다 이용 수수료는 50%까지 낮고 판매자 진입장벽도 낮다. 주요 이용자는 모바일 사용에 친숙한 20~40대 밀레니얼 세대로 구매, 판매신청도 90% 이상이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진다”며 “중고거래 시장에서 판매가격은 지극히 판매자 주관에 따라 정해지므로 가격 정보 비대칭성이 컸다. 판매가격에 대한 기준을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판매된 상품의 거래내역을 시각화했다. 적절 판매가를 도출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할 계획”이라 밝혔다.
◇사지 말고 빌려입자, 클로젯셰어=다음은 명품을 위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중-고가 제품을 합리적 비용으로 빌려입을 수 있는 패션 공유 플랫폼이다. 더클로젯컴퍼니가 운영하는 클로젯셰어는 고객이 자기 옷장 속 의류와 가방을 다른 이용자에게 빌려주고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을 제안한다. 빌려주는 이는 노는 옷을 굴려 수익을 얻으니 좋고 대여자는 중가 브랜드부터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브랜드를 굳이 살 필요 없이 10만 원 안되는 비용으로 즐길 수 있으니 좋다.
대여 서비스는 일회성과 구독형 멤버십으로 나뉜다. 특별한 날을 위해 1회성으로 아이템을 빌리겠다면 4일 혹은 7일간 빌릴 수 있는 1회권, 여행이나 출장처럼 한 번에 많은 옷이 필요하다면 한 번에 6~8피스를 빌릴 수 있는 14일권 혹은 30일권 트래블 이용권을 이용하면 된다. 매달 새 옷을 즐기고 싶다면 월 55,000원에 의류와 가방을 따로 구독하는 멤버십이나 월 99,000원에 의류와 가방을 동시에 빌릴 수 있는 멤버십이 좋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공간 ‘셰어링 허브’를 오픈, 현장에서 제품을 바로 검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궁금한 제품을 입어보고 대여할 수 있도록 예약 피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앱에서 피팅 날짜와 제품을 선택하면 셰어링 허브에서 직접 입어볼 수 있다. 그밖에 취향에 맞는 옷을 찾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으며 한번에 많은 제품을 맡기려는 경우 집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제품 사이즈를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사이즈 비교 솔루션을 도입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10배 넘게 확장하며 자체 개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1차 도입했다. 이어 2차 버전 상용화로 고객 편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패션 공유에 집중하며 유사 사업으로도 확장할 생각이다. 지난 1월 클로젯셰어 싱가포르를 정식 론칭하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는 서비스로 발돋움할 계획”이라 전했다.
◇백화점보다 빠른 직구, 발란=유럽 현지 명품 부티크와 계약을 맺고 검증된 럭셔리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발란(BALAAN)은 명품 유통 주요 채널이라 할 수 있는 최상위 벤더와 직접 거래함으로써 유통 구조를 줄이고 가격 거품도 줄였다.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고 공급자에 실시간 발주해 배송하는 구조로 재고 리스크는 최소화했으며 부티크에서 고객까지 제품을 배송하는 데는 3~7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티크뿐 아니라 국내외 명품 리테일러, 병행수입사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직구 건별로 검색할 필요없이 발란에서 바로 구매하고 교환, 반품까지 진행하도록 유통구조를 혁신한 점은 회사측이 꼽은 강점. 또 자체 실시간 배송 상황 조회 시스템 구축, 주문별 검수영상 촬영, 철저한 사후 서비스를 통해 고객 편의를 끌어올린 점도 차별점으로 꼽는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현지 부티크는 이메일, 전화 연락도 어려울 만큼 폐쇄적이다. 하나하나 찾아가 아시아 시장과 이커머스 성장률을 보여주고 매장 재화를 온라인화해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제안해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올해 계획으로 “유럽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직배송을 통해 더빠른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겠다. 데이터 기반 고객 클러스터링으로 상품을 추전하는 것을 비롯해 UI, UX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 전했다.
한편 이들 3개 플랫폼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잇달아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쿠돈은 프라이머와 와디즈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클로젯셰어는 44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10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로 주목을 받았던 발란은 당시 IT인프라와 데이터 분석 역량 고도화, 현지 부티크와의 직계약 확대를 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내 명품 소비시장 성장세를 두고 이경표 쿠돈 대표는 “명품 소비가 베이비부머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옮겨갔다. 이제 명품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적 현상은 중고명품 시장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덕분에 트렌비, 발란과 같은 스타트업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최형록 발란 대표 역시 “명품 시장 주인공은 밀레니얼 세대가. 발란 전체 이용자 가운데 40%가 20대, 30%는 30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아 실현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에 수요를 느낀다”며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를 잡는 플레이어가 이 시장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덧붙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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