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입구역 1번 출구, 도보로 3분 거리. 무채색 건물 사이로 주황빛 신축 건물이 들어섰다. 한 때 사람들이 모여들던 서울 시내 번화가 중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한산해진 이 곳에 다시’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 소상공인을 위한 공간 ‘어반크리에이터스유닛(UCU)이다. UCU는 2013년 부산 최초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한 콜즈다이나믹스가 마련한 주거업무 복합공간이다. 강종수 콜즈다이나믹스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기죽지 않고 멋있는 꿈을 꿀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19층 규모로 세워진 건물은 주거 공간(3층~18층)과 사무 공간(2층), 멤버십 라운지(지하1층), 카페 겸 레스토랑(1층)으로 구성됐다. 공간마다 그냥 가져다 놓거나 만들어 놓은 요소가 거의 없다. 강 대표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겪은 불편함과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보게 된 스타트업의 요구를 공간에 풀어냈기 때문이다. 주거, 입주 공간 중 일부는 콜즈다이나믹스가 투자한 곳 중 거점이 필요한 스타트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카페와 라운지는 입주민과 입주 기업을 포함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카페에서는 음료와 매일 다른 식사 메뉴가 준비돼 있다. 지하 1층, 라운지 입구에서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검정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 구획마다 특성을 살린 공간이 드러난다. 이곳은 입주기업과 입주민 모두의 ‘거실’ 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라운지 곳곳을 다채롭게 구성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니바와 회의실, 수면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물론 거실을 연상케 하는 드넓은 쇼파 등 취향별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 소상공인, 대기업과 협력을 위해 열어둔 공간이기도 하다. 라운지 한 편에는 북저널리즘과 협업해 만든 독서 공간과 조이비와 함께 만든 텐트 속 수면실도 마련해뒀다. 최근엔 맥주 큐레이션 스타트업 비어스픽이 맥주 문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입점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콘텐츠가 필요한 UCU와 홍보가 필요한 스타트업 간 윈-윈이 되는 구조에서 추가 비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강 대표 의견이다.
주거 공간은 3층에서 18층까지 총 128개 객실로 구성됐다. 복층형으로 생활 공간이 분리돼 있어 두 세 명이 사용해도 충분하다. 월세는 이대 오피스텔 시세와 비슷하며 멤버십 서비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 주거 공간 이용 시 라운지 이용 할인이 적용된다.
주거 공간에는 가구, 가정용 전자기기 등 생활에 필요한 기기는 빌트인으로 갖춰놨다. 무엇보다 보안에 집중했다. 이대생 수요가 타 대학 지역보다 높은만큼 각 층별로만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현재 주거공간은 직장인, 대학생 등이 일부 입주를 마쳤다. 강 대표는 “입주민이 비단 스타트업,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UCU 공간에서 혁신과 협업 등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9개로 구성된 업무 공간은 초기 스타트업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할 예정이다. 여타 공유 오피스 3인실 가격으로 7인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선이다. 지하 라운지 이용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사무공간은 층고를 높이고 취향에 따라 공간활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에게는 첫 사무실이 될 것인데, 최대한 취향을 존중해주고 싶었다”는 게 강 대표 설명이다. 현재 사무공간은 이화여대 창업지원센터 보육기업 입주가 확정됐다. 콜즈다이나믹스는 이화여대와 협력해 패션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주거 복합 공간 아이디어를 구상한 건 2015년 무렵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콜즈다이나믹스 3년 차, 부산 지역 1호 액셀러레이터로 국내외 스타트업과 만나고 있을 때였다. “지역마다 좋은 스타트업이 있었다. 이들이 성장을 시작하면 개발자를 비롯한 인재를 채용해야 할 때면 서울에 ‘둥지’가 필요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할 떄도 마찬가지였다. 강 대표는 “숙박하고 일할 곳을 찾고 미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국에서는 이미 청년층의 창업과 주거가 가능한 창업아파트, 유플러스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었다. 미국처럼 뉴욕과 LA 도시로 보는 개념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개념으로 사람이 몰리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주거업무 공간이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분리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필요 그 이상을 생각했다. 최대한 ‘멋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누가 봐도 좋은 공간을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위치적으로 봤을 때 이대 상권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강남 지역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높은 임대료는 고스란히 스타트업이 지고 가야할 게 뻔했다. 애초에 좋은 것을 가성비있게 주겠다는 취지를 이룰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대입구 지역은 대학가로 유동인구가 있고 MVP 테스트하기도 좋지만 서울 강남과 판교보다는 저평가된 곳 중 하나였다. 대학시절 강 대표가 자취생활을 했던 지역이라 친근한 지역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부산으로 내려갔을 당시 그곳엔 괜찮은 플레이어가 없었다. 지금 이곳도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나아가 스타트업, 소상공인, 크리에이터, 일반 입주민이 모이면서 이대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 대표는 “추후 호점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좋은 것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기 위해 생각해낸 복안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크라우드펀딩과 투자 유치를 통해 지점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대점도 UCU 설립 취지에 공감한 선배 창업가와 콜즈다이나믹스 포트폴리오사가 투자를 단행했다. 강 대표는 “무엇보다 함께 동고동락한 피투자사가 다시 우리에게 십시일반으로 뜻을 모아줬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에 따르면 UCU 2호점은 부산 지역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콜즈다이나믹스와 UCU 시너지 극대화 될 것” 8년차 액셀러레이터로 활동 중인 강 대표는 “아직도 콜즈다이나믹스 활동이 너무 재밌다”고 말한다. 대학교 시절 전통주 사업을 통해 얻은 장사 노하우와 그동안의 창업, 엑싯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 대표는 실제 엑싯을 경험한 창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홍익대 재학시절 RFID 기반 물류유통 회사를 창업한 후 외국계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한 바 있다. 이후 싱가포르 소재 금융회사를 거쳐 국내외 스타트업 발굴,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부산을 거점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 단디벤처포럼, 부스타락셀 등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000여 개 스타트업과 만났다.
강 대표는 “올해는 콜즈다이나믹스라는 소프트웨어와 UCU라는 하드웨어가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콜즈다이나믹스는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를, UCU는 협업을 도모하면서 스타트업 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진행되던 스타트업 데모데이 부스타락셀과 여타 프로그램도 UCU에서 개최하는 등 스타트업간 교류와 협력의 장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펀드 조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든든한 우군도 합류한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역시 UCU에 합류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다종다양한 스타트업과 생태계 관계자들의 합종연횡을 위해 올해도 최대한 많이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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