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걸 클리닉]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나서 여러 문제를 넘어서고 사업이 시작되게 되면 어느새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 게임이 시작되는 것인데요.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유치하게 되면서 체결하게 되는 계약서가 흔히들 말하는 투자계약서입니다.
투자계약서는 크게 주식매매계약서(SPA, Share Purchase Agreement)과 주주간계약(SHA, Share Holders Agreement)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참고로 VC 표준계약서는 주식매매계약과 주주간계약서를 합친 방식으로 주주간계약서상 다른 주주는 포함하지 않고 대표이사나 창업자만을 이해관계인으로 포함시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다만 여러 단계의 투자라운드가 진행되어 주주들끼리 상호간 약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주주간계약서를 별도로 체결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 주주간계약서의 중요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투자를 유치하면 돈을 받는 건 누굴까요? 돈을 받게 되는 것은 창업자가 아닌 창업한 회사(이하 ‘회사’)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누굴 믿고 투자하는 것일까요? 업종과 사업 아이템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자는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들을 믿고 투자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회사보다는 창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데 주식매매계약(SPA, Share Purchase Agreement)은 원칙적으로 회사와 체결하는 계약이므로 투자자는 창업자와 주주간 계약(SHA, Share Holders Agreement)을 체결하게 됩니다.
SHA는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경영참여권, ② 지분처분의 제한, ③ 계약위반의 책임이 그것인데, 이 글에서 각 부분을 간략하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경영참여권이라는 말이 좀 창업자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투자자가 상전처럼 매번 간섭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경영참여권 행사는 일반적으로 회사 중요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 또는 동의를 통해 이뤄집니다. 대표적인 사전 동의 사항으로는 대표이사의 선임 및 해임, 신주 등 발행(다음 Round 투자유치), M&A, 회사 청산 등이 있으며 대표적인 사전협의 사항으로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주요안건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사항은 회사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투자자가 자신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경영의 내용(거래처 확보, 사업방향 설정, 매출목표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영참여권의 내용에 분기별 재무보고, 이사회 안건 보고 등이 포함되므로 투자 유치 이후 투자자와 가장 자주 접촉되는 내용이 될 것이니 업무 성향과 업무량 등을 고려해서 투자자와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2번째는 SHA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인 지분처분의 제한입니다. 지분처분의 제한이 왜 중요할까요? 앞에서 설명 드린 것과 같이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창업자와 그 핵심멤버들을 믿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성공하기 전까지 창업자와 핵심멤버들이 회사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매일같이 클릭 몇 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삼성전자 등 주식과는 달리 일정 조건을 충족치 않으면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지분 처분에 대한 제한은 ① 우선매수권(ROFR, Right Of First Refusal), ② 공동매도참여권(Tag-Along), ③ 공동매도요구권(Drag-Along) 등이 있는데 우선 용어부터가 익숙지 않으실 테니 하나씩 차분히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매수권은 ‘Right of First Refusal’ 직역하면 가장 먼저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거절한다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창업자가 주식 1만주를 이 회사에 관심이 많았던 제3자에게 1억원에 팔려고 합니다. 그 경우 창업자는 ROFR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자신의 주식 1만주를 1억원에 사겠냐고 물어본 후 이를 거절당하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팔고자 하는 사람의 매각조건에 가장 먼저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ROFR입니다.
주식을 파는 입장에서는 ROFR을 가진 주주의 승낙 없이는 원하는 매각 상대를 고를 수 없게 되는 것이고 ROFR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회사를 상대방이 헐값에 파는 경우 자신이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의문이 듭니다. 어? 창업자가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자 하는 제3자를 만나서 투자자가 ROFR을 행사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면? 그러면 투자자는 창업자가 더 이상 일하지 않는 회사를 갖게 되는 건가?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공동매도 참여권(Tag-Along)입니다. 참여권은 ‘같이 놀러 나가다’라는 뜻의 용어로 쉽게 말하면 창업자가 회사에서 나가면 투자자도 따라서 나갈 수 있는 조항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창업자가 매수자를 찾아서 자신의 주식을 1만주를 1억원에 판다면 투자자가 들고 있던 1만주 또한 같은 조건으로 팔아 줘야하는 조항입니다. 다만 이때 먼저 투자자의 지분을 다 팔아 줘야 자신의 지분을 팔 수 있는 것인지 지분 비율에 따라서 팔아 주면 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공동매도요구권(Drag-Along)입니다. 공동매도요구권은 상대방 주식을 강제로 팔도록 할 수 있는 조항으로 창업자에 대한 경영책임을 묻거나 M&A 편의를 위해 포함시키는 조항입니다. 한국에서는 갑질 문제로 인해 잘 넣지 않는 조항이나 M&A가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조항입니다.
공동매도요구권은 엄격하게 정해지는 일정 요건(3분의 2 이상 찬성 및 일정 금액 이상의 매각 가격, 창업자가 약속한 일정 수준의 매출 발생 미달 등)을 충족하는 경우 주주가 자신의 지분과 함께 다른 주주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정 이상 가격으로 회사가 매각되는 경우 주주간 이견이 좀 있더라도 M&A를 성사시킬 수 있고 경영자의 경영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도록 강제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설명한 지분 처분에 대한 제한 중 가장 결정적인 조건으로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게 될 때는 공동매도요구권 조건을 어떻게 설정할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해외의 경우 다수 지분권자만이 공동매도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보통인 반면, 국내의 경우 소수 지분권자들이 행사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었기에 갑질 논란이 되었고 현재 모태펀드 등 국내 주요 출자자들이 국내 투자 계약서에서는 공동매도요구권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약 위반 책임입니다. 보통 한국 계약법은 계약위반이 발생한 경우 민법상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해제와 손해배상(민법 제390조 등) 등으로 해결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투자계약은 이런 방식으로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고 이점이 많은 이들이 VC 투자계약서가 너무 고압적이라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채무불이행 법리를 차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계약의 인수대상물이 대부분의 경우 새로 발행된 주식 즉, ‘신주’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일단 발행된 신주는 상법상 ‘자본금 감소’라는 한정된 절차를 통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돈이 회사로 들어가서 주식으로 바뀌어 있는 상태에서 주식이 다시 돈으로 변환되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고 다시 말하면 민법상 해제를 통한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투자계약서는 계약책임을 어떻게 묻고 있을까요? 보통 3가지를 통해 계약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① 특별상환청구권, ② 주식매수청구권, ③ 위약벌이 3가지인데 ①, ②와 ③은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①, ②는 투자금에 일정 이율이 붙여 회수하고자 하는 손해배상 성격이며 ③ 위약벌은 계약을 위반했으니 발생하는 벌금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손해배상과 위약벌은 법원의 판단이나 그 법적성격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에 대한 법리는 여기에서는 다루진 않겠습니다.
먼저 특별상환 청구권은 상환전환우선주에 달려있던 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보통 상환권은 신주 발행으로부터 2~3년이 지난 후에 행사할 수 있으나, 보통 특별상환청구권 등의 명칭(각 계약서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을 통해 상환권 행사시기가 도래하지 않아도 계약 위반사유가 발생하면 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명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1편에서 다룬 것처럼 배당가능 이익 내에서만 행사가 가능합니다.
2번째로 주식매수청구권은 일종의 풋옵션(Put Option)으로 계약을 위반하면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그 주식을 사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때 회사가 주식을 사가게 되는 경우 상법상 자기주식취득이 되어,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야 합니다.
특별상환청구권과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식이 소멸 또는 매각되는 대가로서 금전을 지급받는 것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행사하는 반면, 위약벌은 계약 위반에 대한 벌금과 같은 성격이어서 특별상환청구권과 주식매수청구권 중 어느 것을 행사하더라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투자금액에 15% 정도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3가지 방식으로 계약위반의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나, 구체적인 사항에 있어서 별도의 계약책임을 묻는 경우(ROFR, Tag-Along 위반)가 있으므로 계약을 체결할 때 투자담당 심사역과 구체적 논의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각 규정이 계약서상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계약서에 어떤 방식들이 들어가 있으며, 어떤 조항이 어떤 경우에 발동되는 지 체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간략하게 주주간계약에 관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경영참여권, 주식처분의 제한, 계약 위반 시 책임에 관한 내용 중 알려드리고 싶었던 내용을 나름 추리고 추려봤습니다. 실제로 투자계약을 처음 체결할 시기가 다가오고 텀시트(Term Sheet)를 주고받을 때가 되면 큰 투자금액과 투자자의 명성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법무법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원칙적으로는 계약 당사자인 창업자가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 계약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은 스법센(스타트업을 공부하는 청년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과 벤처스퀘어가 진행하는 연재물이다. 스법센은 법률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모델, 성공 케이스에 대해 공부하는 변호사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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