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어떤 변화를 기대한다면 오늘 그 변화를 시작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그 동안 재무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 아래 삶의 가치와 사회환경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줄여왔지만 최근 성장이 둔화되고 불평등이 구조화되며 기후 변화와 같은 위기가 투자에 대한 사회적 의미에 대하여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이하 디쓰리쥬빌리)는 소셜벤처 사이에서 1세대 임팩트 벤처캐피털로 불린다.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가 지금처럼 사용되기 전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에 투자해온 디쓰리쥬빌리는 올해 설립 10년차를 맞았다. 국내 임팩트 투자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소셜벤처 생태계를 지켜본 디쓰리쥬빌리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G마켓 CFO에서 임팩트 투자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G마켓 합류 전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근무했으며 G마켓을 통해 해외 상장 및 M&A 등 벤처기업의 성장 및 회수 과정을 경험한 후 소수의 개인투자자들과 2011년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를 설립했다.
2010년부터 엔젤 투자를 경험한 이 대표는 투자를 하면서 재무적 수익 이상의 의미를 고민했다고 한다. 이 투자 철학은 디쓰리쥬빌리에도 고스라니 담겼다. 이 대표는“고객과 사회의 절실한 필요를 위해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준비된 창업가에게 모험자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 및 환경의 불평등 축소 및 지속가능성 확대를 위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에누마, 테스트웏, 피플펀드, 더클로젯, 더함, 네오팩트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1,000억 이상의 임팩트펀드 조성에 나섰고 대기업 역시 사회공헌의 차원에서 임팩트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 대표는 “저상장과 고령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신뢰에 바탕을 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재발견되고 있고 이와 함께 기존의 가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미의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소셜벤처가 생겨났고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팩트 투자는 혁신과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사실 혁신은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시장의 수요와 사회적 니드가 그대로 일치 하지는 않는다”며 “대표적으로 기후위기 및 자연생태계 훼손 또는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희귀질환에 대한 진단, 주거비용의 상승 등의 분야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혁신과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기업은 소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이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기존 밴처투자사와 임팩트 벤처캐피털의 차이는 무엇일까. 혁신성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이 대표는 “임팩트 벤처캐피탈이 전통적인 벤처캐피탈과 구분되는 점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에 대하여 더 먼저 공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욕망과 필요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디쓰리는 필요를 채우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투자회사”라고 말했다.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종종 받기도 한다. 이 대표는 “진정한 소셜벤처는 미션, 제품, 시장의 핏을 발견한 벤처”라며 “성장이 부진한 소셜벤처는 소셜벤처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을 테스트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 기질과 기민함이 부족한 이유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가 꼽은 좋은 사례는 옷 공유 서비스 더클로젯이다.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대기업도 성공하지 못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소셜벤처 역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며 “이러한 스타트업의 속성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국내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는 아직 초기 단계다. 투자 회사들은 많지만 그로쓰 임팩트 투자사가 부족하다. 해외에는 TPG, KKR 임팩트 펀드 등 조 단위 이상의 펀드가 존재하지만 국내에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성장 단계 투자사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특정 영역에서 문제를 푸는 임팩트 벤처들이 모여서 산업으로 만들어져야 소셜 임팩트 창출이 가능해 질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작에서 성장단계까지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회가 변하려면 경제를 움직이는 금융이 변해야 하고 임팩트 투자가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임팩트 기업에 투자하고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디쓰리쥬빌리는 삶의 가치와 투자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새로운 투자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디쓰리쥬빌리는 올해 운용 중인 2호 펀드에 담을 좋은 임팩트기업의 발굴과 투자한 회사의 성장 지원에 집중하고 하반기에 신규 펀드를 조성,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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