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는 사람? 혹은 “다른 의견 있는 사람?” 누군가는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말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은 천근만근이다. 혹시 바보 같은 질문일까? 괜히 나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혀끝에서 맴도는 질문을 안고 돌아와서는 이메일을 쓴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날씨가 화창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재학시절 비단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느라, 질문 내용을 검토하느라, 수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과대표 시절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과목별 카카오톡 방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전공 필수 교수님께 찾아가 일일이 허락받고 카톡방을 개설한 후 학생들에게 링크를 안내했다. 한 학기 동안 문제없이 운영이 되면서 다음 학기부터는 ‘과목별 톡방’ 운영이 전산학부 학생회 공식 사업으로 추진됐다. 이후 카이스트 내 다른 학과를 비롯한 서울대 등 대학으로 퍼져나갔다.
과목별 카톡방 시스템이 퍼져나갈 수록 한계는 크게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호응은 높았지만 질문과 답변이 섞이고 한 알림을 받았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필요하다면 직접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우리가 전산학부인데 직접 잘 만들어볼 순 없을까 생각했다. 개발 동아리 혹은 학생회에서 만들까 고민하던 중 제대로, 지속적으로 하려면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대표는 교수와 학생, 조교를 비롯한 수업 참가자를 클라썸에 모았다. 이 대표는 클라썸을 “수업 참가자를 위한 소통 툴”이라고 소개했다. 클라썸에서는 한 수업 교사와 학생이 클라썸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공지, 피드백, 설문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교사는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소통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수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료로 제공한다. 2017년 베타서비스를 거쳐 2018년 정식 출시 이후 현재 클라썸을 이용하고 있는 곳은 카이스트, 웅진 등 700여 개 이상 교육기관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교육 현장에 있던 ‘학습 관리 시스템’이 학습이 수업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다보니 학생입장에서는 학생 관리 시스템이 수업 자료를 다운 받거나 과제 제출, 성적을 확인하는 곳 정도로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답답한 건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도 게시판에도 질문을 하지 않으니 수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건지는 학생들 눈빛을 보면서 추축하거나 시험을 채점하면서 알게 된다”
“사람들의 시선, 정보 접근성 등 여러 이유로 배움의 장벽을 마주하지만 사회에서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원인을 단순화한다” 클라썸은 학업 과정에서 학생이 부딪히는 장벽을 해소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집중한다. 클라썸은 익명 질문 기능을 통해 누구나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생들과 질문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 대표는 “동료 학생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보다 더 가르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처음 배우는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망각하는 현상이 있지만 학생들은 서로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더 탄탄하게 이해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강의 평균 질의응답 수 420개(상위 20% 수업 기준), 학습자 간 질문 해결률 30%. 질문이 시작되면서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됐다. 교사와 조교, 학생 간 친밀감이 형성되고 온라인 소통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진다. “익명으로 용기내서 시작한 질문 하나로 질문이 별 거 아니었네, 라고 느끼고 질문과 답변이 점점 쌓이면서 질문과 토론을 해도 되는 분위기인거구나, 느끼더라” 다음 과제는 늘어난 소통을 효율화하는 것이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서로의 질문을 확인하면서 중복 질문을 줄이고 카테고리별 미해결된 질문만 모아보게 했다. 수업을 운영하는 조교, 교수는 간편 재공지 기능을 통해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더 좋은 강의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더 좋은 수업 재료를 만드는 것도 클라썸의 몫이었다. 종강 이후 진행되던 강의 평가를 학기 중으로 앞당겼다. 강의가 다 끝난 다음 평가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뒷북’에 가깝다는 판단이었다. 클라썸은 수업 커리큘럼 도중 교수가 학생에게 질문하고 반응을 살필 수 있는 피드백 기능을 도입했다.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익명으로 피드백을 건넨다. 이 대표는 “질문과 답변으로 소통이 이뤄지면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토론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수업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보고서로 재구성된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수업 추이와 학생별 활동 등 수업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수업 운영과 소통에 최적화 되어 있는 만큼 교육기관으로도 빠르게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학원이나 기관, 협회에서 이용하 수 있도록 서비스를 추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문의도 늘었다. 3월에는 강의 영상 재생 기능을 추가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클라썸은 프리미엄 버전을 4월까지 교육기관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초중고, 대학은 7월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기관을 돕는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만 수업 상황에서는 클라썸이 확실히 편하다”며 “앞으로도 수업을 할 때 클라썸이 가장 좋은 이유를 하나씩 추가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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