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시아 디자인이 뭐지?” 박찬호 서울번드 대표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듣는 질문 중 하나였지만 아시아만의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박 대표는 당시 상황을 가볍게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그럼 우리 것은 없는 건가? 생각하다보니 심각하게 느껴지더라. 다른 문화권을 더 가치있게 여기면서 우리 것은 잊는, ‘문화 식민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박 대표는 이후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부두라는 뜻의 ‘번드’를 결합한 서울번드를 설립했다. 동아시아 스타일 리빙 제품을 한 곳에 모으고 서울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이 곳에 한국뿐 아니라 한자 문화권 나라인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리빙 제품을 모았다. 제품 큐레이션, 스타일링은 물론 공예, 도예가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판매되는 제품은 동아시아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 된 주방, 식기, 욕실 용품 등 약 1,200여 가지다.
서울번드 설립은 2016년으로 온라인 판매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박 대표는” 4년 전에 비해 높아지는 관심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나를 위한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생활, 리빙 관련 제품에 관심이 모아진 덕이다. 고가와 저가로 양극화되던 과거와 달리 중저가 대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소비 문턱이 낮아지기도 했다. 서울번드도 지난해 대비 월 2배 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객단가는 12만원으로 재구매율은 20%, 재방문율은60%에 이른다. 처음에 주방 용품을 샀다면 다음 방문에는 욕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패턴이 이어진다.
박 대표는 “제품들의 기능과 규격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한국식, 동아시아식과 맞기 떄문에 구매가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인의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한국 공예 브랜드는 규모가 작고 수익 구조상 한 가지 콘셉트만 유지할 수 없어 ‘선을 지키지 못하는 제품’이 나온다”며 “동아시아를 콘셉트로 지속적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간 것이 성장 비결”이라고 전했다. 서울번드에는 주 1~2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51가지 내부 기준에 따라 매 달 100여 개 상품을 등록한다. 한국 문화재, 디자이너와 협업한 PB상품인 서울번드화와 해외 디자이너와 협업해 선보이는 ‘지아’ 핸드메이드 유리제품 ‘오유’ 등 다양한 상품들은 모두 ‘동아시아’라는 큰 틀로 묶인다.
동아시아권을 하나로 묶은 건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북유럽 스타일이 특정 나라에 상관없이 하나의 브랜드화가 된 것처럼 동아시아도 하나로 통합, 영향력을 키운 후 각 국가별로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장점과 쓰임새를 충분히 표현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상품 큐레이션과 더불어 콘텐츠 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예컨대 백자식기와는 전통주와 엮어 기획전을 마련한다. 티팟에는 동양의 차를, 인센스 홀더에는 동양의 향을 매칭한다. 박 대표는 “상품들이 스토리와 품질 모두 좋은데 알려지지 않았다. 제품 스타일링, 기획전을 통해 다양한 제품의 사용 예를 알리고 열심히 알리고 있다”며 “서울번드가 판매, 마케팅에 집중하는 덕분에 입점 작가는 작품 활동에만 몰두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서울번드 온라인 몰에 제품, 브랜드를 확장하고 재구매율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4월에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하고 미국과 일본, 대만,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을 타겟으로 정했다. 동아시아 문화권 사용자를 먼저 공략한 후 차츰 범위를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추후 동아시아 제품으로만 채운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리조트, 골프장이 될 수도 있다. 어디든 자연스럽게 동아시아 제품이 스며들 수 있도록 콘텐츠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중에는 ‘우리 것이 멋있다’, ‘자랑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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