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 분야 소셜벤처와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국산 자원을 이용한 소재화 실험에 나섰다. 올해 1월에 시작해 7월에 마무리 짓는 프로젝트 루프(LOOP)다.
인공지능 순환 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이 질 좋은 페트병을 수집하면 금호섬유공업이 폐페트병을 압축하고 잘게 부숴 플라스틱 조각(플레이크)으로 만든다. 한국 섬유개발원은 폐플라스틱에서 섬유 원사를 뽑아내고 리벨롭, 비욘드, LAR 등 소셜벤처가 이를 소재로 신발, 가방 등 제품을 만든다. 골칫덩이로 여겨지던 페트병은 자원 순환 과정을 거쳐 필요한 제품으로 재탄생된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생’해서 사용하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 생산을 통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움직임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많은 국가는 친환경 규제를 통해 이런 흐름을 가속화한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제품을 소비 후 재활용된 플라스틱(PCR, Post-Consumer Recycled) 제품을 사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기업 역시 친환경 생산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디다스가 2018년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신발 500만 켤레를 생산한 데 이어 나이키, 랄프로렌 등 글로벌 기업들도 PCR 소재 활용 계획을 내놨다.
그동안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었지만, 원료 수급에 제약이 있었다. 재생페트(rPET) 순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수지 수퍼빈 브랜딩 팀장은 “투명하고 깨끗한 1등급 페트병은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잡색이나 이물질이 많은 페트병은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활용 가능한 재생 페트병은 순도가 낮은 단섬유를 뽑아낼 수 있었다. 단섬유로 만들 수 있는 건 솜, 노끈 정도라 다운 사이클링에 그쳤다. 때문에 대부분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한 제품들은 일본, 유럽에서 수입한 소재를 활용했다. 일본, 유럽 등 폐플라스틱은 배출 단계에서부터 선별, 가공 과정을 거쳐 상품성이 높다. 여기서 뽑아낸 장섬유는 천연자원 대비 재질과 강도가 우수하다.
고품질 재생 원료를 찾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대기업과 소셜벤처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구조’에 뜻을 모았다. 각사들은 3월 30일 협약을 맺고 순환 경제체제 실현을 위해 분야별 작은 성공 사례를 지속해서 만들어가기로 했다. 수퍼빈 측은 “프로젝트 루프는 국산 자원만을 이용한 소재화 실험이라는 데 큰 의의를 둔다”고 전했다. 수퍼빈은 순환 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월드, 롯데마트에 각 2대씩 총 6대를 설치했다. 올해 7월까지 투명 페트병 총 10톤 수거한다는 계획이다.
수퍼빈은 프로젝트 루프에서 고품질 소재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페트 자원 품질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나온 제품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해당 산업이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순환자원을 소재로 한 제품은 7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대기업인 롯데케미칼이 순환경제에 관심을 갖고 흩어져있던 각 분야 플레이어를 모아 선순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와 소셜벤처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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