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창업지원정책, 전문가에게 묻다➅] “선발 단계부터 창업 의지 갖춘 창업자 발굴해야” 제2 창업 붐 기조 아래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지원 정책의 과실만 취하는 ‘좀비 창업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회장은 “기업가 정신없는 사람들이 선발된 후 지원금을 취하고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이라며 “지자체 예산으로 봐도 세금 낭비”라고 짚었다.
지자체마다 예비 창업자를 발굴, 육성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마련하는 추세다. 서울에만 공공이 운영하는 보육센터는 40여 개를 웃돈다. 대부분의 지원은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멘토링, 투자 연계 등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자금과 인프라가 부족한 스타트업이 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기 전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른바 ‘지원금 헌터’처럼 오용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선발 과정이 중요하다. 창업가의 ‘정신’을 살펴야 지원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고 회장 의견이다. 고 회장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가 정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의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존 서면, 대면 방식으로는 창업가의 의지나 역량을 온전히 살피기 어렵다. 고 회장은 “핀란드와 독일의 경우 창업가가 지원 기관을 찾아오면 일정 기간 창업 의지를 살펴본 이후 창업지원 기관이 직접 정부에 지원을 청구하는 구조”라며 “창업가 정신을 살핀 이후 지원 여부를 결정해 성공률이 5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검증된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 등 민간과 손잡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실패를 줄일 방법이라고 봤다. 벤처캐피탈 등 유관기관이 적격심사를 마치면 이후 기관이 대면평가를 통해 최종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서울창업허브를 비롯한 일부 기관이 이 방식을 도입했다. 고 회장은 이 같은 방법을 높이 사면서 “서울창업허브 기업들도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회장은 “서울시 47개 센터를 서울창업허브처럼 운영하면 좋겠다”며 “한국형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글로벌 진출 지원 역시 기업가 정신을 갖춘 창업자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경쟁자, 선행 기술, 시장에 대한 조사나 연구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다. 고 회장은 “좋은 팀은 어딜 가더라도 성공하지만, 준비도 되지 않은 팀이 해외 시장 진출은 소용없다”며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라면 창업 기업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공공이 해외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준비를 마친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으로 봤다. 서울시의 경우 베트남 등지 정부 기관과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전 수요를 점검했다. 예컨대 베트남이 농업 AI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서울시 내 스타트업 정보를 건네고 실질적인 협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고 회장은 코로나 19 여파로 이전보다 창업가들이 투자자를 비롯한 생태계 구성원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줄어들었지만, 온라인에서 일정 부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기관들 역시 IR, 투자 유치 네트워킹을 비롯한 기존 지원정책을 이어가기 요원한 상황에서 온라인 경진대회 등을 통해 국내외 벤처캐피탈에 국내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식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은 4월 온라인에서 데모데이를 열고 25개 스타트업을 소개한 바 있다. 고 회장은 “투자 유치의 경우 투자자가 직접 스타트업을 만나야 가능하겠지만 온라인을 통해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만남을 매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공 창업 기관이 스타트업 발굴부터 지원, 투자 유치 연계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창업자뿐 아니라 공공기관 역시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 회장은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한 소양과 자질을 갖춰야 좋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며 “기관이 성공한 창업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리를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시창업지원정책, 전문가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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