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걸 클리닉] 스타트업의 가치평가는 비상장회사라는 점과 비교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에서의 가치평가는 투자자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코스닥이나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시장가격이 이미 형성된 반면 비상장회사의 투자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사이의 줄다리기로 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정해진 가격이 없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DEF라는 현금흐름할인법(현금흐름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구한 현재가치로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법) 등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 기업가치의 범위가 산정되기는 하지만, 투자자 지인이 농담으로 창업자가 리드 투자자와의 기 싸움에서 이기면 가격이 어느 정도 맞춰진다고 할 만큼 스타트업의 가치평가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창업자와 투자자는 둘 다 내부적으로 정한 목표 수치가 있으며, 이를 서로 맞추는 과정이 가격 협상입니다. 공이 오가는 핑퐁처럼 만약 복수의 투자자가 있다면 경쟁자가 있기에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목표 수치를 달성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한편, 어느 정도 정해진 기업가치의 범위가 있어도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감점 요소가 있다면, 가격협상 과정에서 그 가치는 재산정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치평가에 있어서 고려 요소와 감점 요소는 무엇일까요? 인수합병이 아닌 일반적인 투자에서도 개괄적인 회계실사와 법률실사를 합니다. 그러나 인수합병 단계에서 하듯 꼼꼼한 실사는 아니고, 스타트업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개괄적인 실사입니다. 이때 고려할 점은 법률실사와 유사합니다. 만약 씨드(SEED)나 시리즈 A단계의 투자면, 보통 회사의 존속 연한이 길지 않으므로 ① 회사의 구조, 지분관계, 정관 ② 회사의 거래 및 계약관계 ③ 소송 여부 ④ 회사의 사업분야와 관련된 법령 등을 주로 검토합니다.
특히 회사의 구조 및 지분 관계와 초기 투자가 있었다면, 그 투자의 형태 및 발행주식의 종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초기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요 임직원이나 공동 창업자에게 지분을 나눠주거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발행해주는데, 사실 이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할 때는 투자해서 획득하는 지분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후속 투자는 가능한지 그리고 엑싯(EXIT)이 가능한지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만약 주요 임직원이나 친인척에게 지분을 많이 나눠줬다면, 창업자가 자신의 회사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또한 지분을 소유한 공동 창업자가 있다면,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지도 고민될 것입니다. 현재 같이 일하지 않는 공동 창업자가 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법적 분쟁이 발생하며, 주주총회에서 공동 창업자의 의사결정권 행사로 회사의 사업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 깔끔한 지분 관계는 창업자가 100% 주식을 보유한 경우입니다. 물론 엔젤투자자가 10% 미만 주식을 보유한 정도는 향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아는 창업자 한 분이 개발자에게 20% 보통주를 주겠다고 해서 극구 말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추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가치평가와 가격협상에 있어 그 무엇보다 창업자가 제일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적인 기업가치평가 방법이 사용되기 어렵기에 투자자들은 회사의 미래가치에 배팅을 하게 됩니다. 회사의 미래 가치란 결국 창업자에 의해 결정되므로 창업자가 자신의 회사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투자자의 질의 사항에 명확히 대답한다면,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줄 것입니다. 또한 회사의 현재 비즈니스를 투자유치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추후 후속 투자가 들어올 경우 현 단계 투자자의 지분가치가 어떻게 희석될지 등에 관해 명확히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가격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기존 투자자가 어떤 종류의 주식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부분입니다. 주식은 크게 보통주와 우선주로 나뉘고, 우선주는 배당우선주, 잔여재산 우선주, 상환우선주, 전환우선주, 상환전환우선주 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입니다. 이는 바로 이 명칭처럼 우선주입니다. 보통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먼저 배당금을 받으며, 회사 청산시에는 잔여재산청구도 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는 것이 그 특징이지만 의결권 있는 우선주 방식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회사가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우선주를 발행할 때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발행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상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의 장점을 모두 합쳐 원금에 대한 상환청구권과 전환권으로 인해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보통 창업자는 투자를 받을 때, 투자자가 요청하는 형태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고 이 주식이 장차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경우 그 지분비율에 따라 회사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현재 같이 일하지 않는 공동 창업자가 다수 지분(보통주)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초기 단계 투자의 가치평가가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창업자가 본인의 사업에 대한 소신과 확고한 비즈니스 플랜을 갖고 이상의 유의점을 명심한다면 자신의 목표 가치에 근접하는 가격협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치평가와 가격협상은 법적 영역이라기보다는 창업자의 의지와 플랜이 작용하는 영역인 바 본인의 사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가격협상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은 스법센(스타트업을 공부하는 청년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과 벤처스퀘어가 진행하는 연재물이다. 스법센은 법률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모델, 성공 케이스에 대해 공부하는 변호사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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