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걸 클리닉] 회사를 창업해 눈코 뜰 새 없이 키워 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자본의 부족이나 시장 확장에 있어서 역량부족 등 다양한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창업자는 회사에 투자를 받거나 매각할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얼핏 달콤하게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 성공을 평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인수합병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세대 벤처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이라는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이 있었습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고 친구끼리 1촌 맺기, 쪽지 보내기 서비스 등을 제공했고 아이러브스쿨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친구와 선후배 찾기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아이러브스쿨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이용했기에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500만 회원을 보유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필자의 지인도 아이러브스쿨로 초등학교 첫사랑을 만나 결혼할 만큼 두 회사 모두 지금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같은 학교 연구실에서 근무한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창업자의 시작점은 같았지만 기업 인수합병에 있어서는 두 회사의 명운이 달라집니다.
아이러브스쿨은 창업자도 후회할 만큼 모든 인수합병의 단계가 실수의 연속이었습니다.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500만 회원을 보유할 만큼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트래픽 과중으로 서버 비용 급증과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러 창업자는 당시 10억원 가량 자본조달을 물색했습니다. 당시 벤처투자자와 국내 중소기업이 관심을 가졌는데 창업자는 1단계로 국내 중소기업에 34.8% 지분을 넘기는 우를 범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반드시 실수라고 할 수 없지만 이후 더 성장한 아이러브스쿨이 야후로부터 500억 원 인수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해당 주주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그 중소기업에선 창업자에게 유상증자 등을 통해 나머지 지분 매각을 제안했으며 창업자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일부 매각대금은 선지급하고 나머지는 후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는데 이후 이 중소기업 대표가 매각대금을 다 지급하지 않고 홍콩으로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금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매각대금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창업자는 조세불복소송을 하려고 세금을 미납했기에 이후 가산세 등으로 원래 세금이 거의 3배가 불어났습니다. 그 결과 창업자는 현재도 빚더미에 앉아 아직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사업을 못하는 상태에 있습니다.
같은 연구실에서 시작한 싸이월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앞세워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고 설립 4년 만에 SK커뮤니케이션즈에 흡수 합병됐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후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통합했고, 당시 PC메신저인 네이트온도 가입자 3천만 명을 자랑할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물론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으로 현재 예전만큼의 위상은 잃었지만 싸이월드 인수합병은 창업자나 인수자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나 꽤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러브스쿨의 인수합병은 여러 가지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적절한 파트너 선정을 하지 못한 점이 실패 요인이었습니다. 아울러 법적인 문제점은 ① 34.8% 주식을 투자자에게 넘겨 주주총회에서 투자자가 영향력을 행사해 야후에 인수될 기회를 놓친 점 ② 매각대금을 전액 선금으로 받지 않은 점 ③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지 않은 점 ④ 세금을 적기에 납부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보입니다. 나중 보니 해당 파트너는 비슷한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고 있었고, 이런 부분까지 꼼꼼히 확인했더라면 이런 오류는 없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은 듭니다.
한편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된 후 시너지 효과로 더 성장했고 일부 창업자가 사업에 관여하는 등 PMI(Post Merger Integration의 약자로 인수합병 후 통합)가 비교적 잘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수합병이란 적기에 적절한 파트너를 만날 때 성공하는 게 아닐까요? 정리하자면 적절한 파트너와 매각 및 인수타이밍이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2015년 창업해 2016년 12월 기준으로 15만 가입자를 보유한 반면 2012년 창업해 2016년 12월에 SK플래닛에 인수된 헬로네이처는 인수 당시 가입자가 20만 명으로 마켓컬리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시장장악력을 늘리며 점차 성장한 반면 SK플래닛에 인수된 헬로네이처는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2018년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BGF에 50.1% 지분을 넘겼습니다. 현재 헬로네이처는 다시 재도약을 준비 중이지만 수많은 경쟁자로 시장이 더욱 치열해진 만큼 아직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헬로네이처는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 지속가능성이 의심스럽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매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헬로네이처는 리스크가 크지 않은 적절한 시점에서 시장을 떠난 반면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O2O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큰 규모 투자를 받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상황을 돌파하였는데 그 결과의 향방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유명한 잭 웰치도 성공적인 인수합병에 왕도는 없다고 할 만큼 기업 인수합병에 있어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거나 통합한 기업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실 후자가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창업자가 자신의 회사를 어떻게 얼마만큼 성장시킬 것인지 자신의 한계는 무엇인지, 자신의 파트너는 어떤 시너지를 줄 것인지 등을 명확히 알아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법률전문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인수자가 적절한 파트너인지, 그 파트너와 어떻게 안전하게 계약해 창업자와 회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은 스법센(스타트업을 공부하는 청년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과 벤처스퀘어가 진행하는 연재물이다. 스법센은 법률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모델, 성공 케이스에 대해 공부하는 변호사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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