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은 꼭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지만 서비스로 풀어낸 곳은 아직까진 없다” 고재성 같다 대표는 폐기물 처리 방식은 2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짚었다. 생활 서비스 중 대다수가 모바일과 웹으로 들어온 것과 달리 국내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고 대표는 “폐기물 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 6.4조 원으로 형성돼 있었지만 플레이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가 폐기물 처리 시장을 본 건 톰슨로이터 데이터베이스 사업부 재직 시절이다. 본사인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에 머물면서 아침마다 버려지는 물건들을 보게 됐다. “매일 거리에 있는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어보니 ‘간단하다’고 답하더라. 폐기물을 앱으로 신고해 버리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고 대표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서비스를 알아봤지만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고 대표는 “IT 강국인 한국에서 왜 지금까지 이런 서비스가 없는지 의아했다”고 기억했다.
그 날 이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송파구 빌라단지에 접의식 의자에서 2박 3일 간 600여 명에게 의견을 받았다. 응답자 중 80%는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불편함이 있다고 답했다.고 대표가 내린 결론은 “해봐야겠다”는 것. 고 대표는 다음달 회사를 나와 지하 사무실을 얻었다. 그곳에서 빼기 서비스가 시작됐다.
빼기는 모바일 앱으로 폐기물 처리를 신청, 처리할 수 있는 폐기 수거 중개 플랫폼이다. 앱에서 폐기물 사진을 찍으면 AI가 사진과 비슷한 물건을 검색하고 이 중 해당 품목을 골라 신청하면 된다. 고 대표는 빼기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지 않는 모든 종류의 폐기물을 버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서비스는 직접버림, 내려드림, 중고매입 총 세 가지다. 이 중 직접버림은 별도로 수거필증(스티커)을 구매할 필요없이 앱 내 결제 후 지정된 위치에 품목을 직접 내놓으면 관할 지자체 위탁, 직영 업체가 수거하는 서비스다. 신청일 기준 평균 5일 내 수거가 완료된다.
내려드림은 폐기 시 도움이 필요한 대형 물품을 수거 장소까지 내려주는 서비스다. 고 대표는 “품목에 따라 중고매입과 재활용이 가능하고 이 경우 폐기 시 들어가는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매입은 보유한 물품을 중고로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무용품 등을 처분하는 사업자가 주 이용 대상이다.
고 대표는 빼기 서비스를 통해 폐기물 수거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것에서 나아가 커뮤니케이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행 폐기물 처리법상 동 단위 담당 사업자가 전담 지역에 신고된 폐기물을 수거, 처리한다. 직접버림과 같이 수거필증을 부착하고 이용자가 처리해야 하는 경우, 담당 사업자가 수거를 맡지만 수거필증과 품목이 불일치할 경우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다.
폐기물은 방치되고 민원은 고스란히 지자체에 돌아간다. 빼기가 사진으로 품목을 찍어서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이유다. 고 대표는 “사진으로 먼저 확인하면서 이용자가 품목을 잘못 설정하지 않도록 돕고 수거가 반려될 경우 담당 사업자와 지자체 간 의견 조율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고 대표는 폐기물 처리 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자체 폐기 신고를 거치지 않고 민간 수거 사업자에 수거를 요청할 경우 요청자는 일일이 정보를 찾아야 했다. 주로 여러명이 함께 운반해야 하는 가구, 전자제품 등 전자제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격 기준선이 없어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야 했다. 빼기는 ‘내려드림’에 역경매 방식을 도입하면서 사용자가 겪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한다. 현재 민간 수거업체 100여 곳이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2018년 11월 빼기 서비스 출시 이후 5월 기준 가입자 수는 6만 5천 명, 전월 대비 매 달 130% 사용자 수가 늘고 있다. 누적 수거 신청 건수는 4만 건,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2만 명이다. 고 대표는 “처음에는 1년에 한 두 번 짐 정리를 하면서 물건을 정리하는 단발성 이용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꾸준히 이용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며 “폐기물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빼기는 올해 서비스 고도화와 지자체와의 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는 의정부시, 고양시, 성남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지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주요 대도시로 보폭을 넓힌다. 고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비대면 회수 시스템 구축에 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고물 회수와 재활용이 지자체 내에서 이뤄진다면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와 폐기물 처리 환경이 비슷한 대만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나아가 제대로 버리고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전체 폐기물의 30%를 절감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세상 만들겠다” 고 대표는 쓰레기가 버려지는 게 아니라 100% 재활용으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대표는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길에 ‘같다’라는 회사가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길 바란다”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시대를 열고 역사에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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