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블로그를 시작한지 5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이 서비스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뭔가를 주기적으로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지런해야 가능한지는 우리가 어렸을때 일기장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우리 세대가 방학 숙제로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기였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가면서 이미 지난 일기를 쓰기 위해서 날씨와 내용을 상상해서 쓰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가 아파온다.
블로그는 사실 일기장이다. 누가 블로그를 쓴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니다. 물론 독자가 많이 방문하는 블로거가 되면 광고도 붙이고 돈을 벌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다.
오히려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기록함으로써 해소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기록된 감정”을 다른 사람이 보고 “공감”을 표현해준다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건 없다. 결국 재미란 “공유”에서 오기 때문이다. 혼자서 TV를 보고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같이 TV를 보며 수다를 떠는 것이 더욱 재미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블로거에게도 방문객과 “연결된 느낌”이나 “대화를 통한 교감”은 매우 중요하다. 오죽하면 파워블로거들이 “무플방지 포스팅 비법”이라는 내용의 글을 다 써 놓을까.
점차 블로그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반대로 여러 사람의 블로그를 한 곳에서 보겠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블로그에 RSS 기능이 추가되었고 자연스럽게 RSS Reader만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가 생겨나게 된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도대체 RSS는 또 뭔가? 물론 여러분에게 RSS가 Really Simple Syndication이란 약자를 가진 컨텐츠 배포 기술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기술적 용어를 60대가 넘으신 우리 아버지에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RSS Reader는 왜 더욱 대중화되지 못했을까? 왜 RSS같은 좋은 기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이메일로 구독해서 보는 걸까? 한때 그렇게 인기있던 블로그 구독 관리 서비스인 피드버너(FeedBurner)는 왜 점차 방문객이 줄고 있을까? 왜 블로그의 트랙백 기술은 점차 사용이 줄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연동을 통한 소셜 댓글로 바뀌고 있을까?
혹시 그런 이유가 RSS라는 기술과 블로그가 어렵기때문은 아니였을까?
이제 블로그의 시대를 지나서 트위터의 유행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연예인도 과거에는 싸이월드를 따라하더니 이제 트위터에 입문하는 것을 보면 이제 트위터도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만약 여러분이 트위터를 처음 들은 친구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새로운 형식의 게시판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고, 메신저라고 할 수도 없고 블로그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것 같은 모습이다.
사실 트위터의 초기 서비스 디자이너인 잭 도로시는 실시간으로 친구의 기분을 공유하는 메신저 같은 모습을 생각했고, 다른 창업자인 에반 윌리암스는 블로거(Blogger.com)을 창업해서 구글에 M&A시킨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들이 트위터를 맨 처음에 마이크로블로그라고 얘기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블로그란 서비스는 이미 사람들에게 “짦은 글”을 쓰면 안될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어느 정도 읽을 거리의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사실상 누구라도 부담없이 글을 쓰기에는 심적 장벽이 생긴다.
반대로 구독자 입장에서 블로그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RSS Reader를 사용하거나 이메일로 일일이 구독을 등록하지 않고서는 많은 사람의 블로그를 모아서 보기 쉽지 않았다.
이에 비해 트위터는 철저하게 블로그를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블로그에서 혁신시킨 개념에는 “마이크로블로그”라는 용어로 내용을 짧게 작성한다는 개념도 있지만 오히려 “팔로어”라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팔로어”란 “친구”라 하기에는 느슨한 관계지만 나에게 관심이 많은 “팬(Fan)”에 가까운 사람을 의미한다. 결국 내가 트윗에 쓰는 내용은 장문의 일기가 아니라 잠시 생각한 짧은 순간의 내 “감정”이라면, 그런 감정까지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용자에게 RSS Reader나 ATOM 2.0 규격은 너무 험난한 길이었기때문에 이것을 “팔로어”라는 개념으로 쉽게 접근하게 만들어주었다.
트위터는 기존의 블로그가 “구독”이라는 관계 설정 방법을 “팔로어”라는 “느슨한 친구” 관계로 개념을 정립했고, 이것은 분명히 페이스북의 “친구”와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만든 “팔로어”라는 개념을 통해서 트위터는 스스로가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이면서 마이크로블로그의 통합 리더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결국 고객이 늘 원하는 것은 “단순함”이기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은 대부분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지만 궁극적인 혁신은 보다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들이다. 이런 혁신에 첫 단계는 이런 “팔로어”와 같은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 개념들이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만드는 서비스의 “핵심 개념”은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글 : 퓨처워커
출처 : http://www.futurewalker.kr/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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