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파도를 배경으로 남도 한 상이 차려졌다. 남도에 오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는 먹거리를 눈으로 먼저 감상한다. 눈으로 보기 광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이 석양이 일렁인다. 자연과 식도락이 어우러지면서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한 상을 차린 곳은 로컬 미식관광 스타트업 팜파티아다. 김은영 팜파티아 대표는 “지역 식당이 아닌 광양 수변공원에서 남도 먹거리를 먹는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게 우리 회사만의 독특함일 것”이라며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팜파티아는 로컬, 미식, 관광을 키워드로 2017년에 설립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미식 여행을 개발해왔다. VIP 투어를 비롯해 팜파티, 워크숍, 팸투어, 단체투어 등 지역 먹거리를 매개로 한 여행상품이 주력 상품이다. 주 여행지는 연천, 청주, 영월, 순천, 보성 등 기존 관광에 집중되지 않은 지역이다.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 여행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보성, 광양, 순천, 여수 등 남도 바닷길을 테마로 한 미식여행 코스 등을 지자체와 손잡고 발굴했다.
올해 상반기는 로컬, 미식, 관광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반기부터는 ‘공간에 경험을 더한다’로 외연을 확대한다. 코로나19 이후 소규모, 프라이빗 여행 의뢰가 늘어나면서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기존에 쌓아놓은 지역 관광 데이터베이스를 잘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농업진흥관광청을 비롯해 기존에 쌓아놓은 50개 지자체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농장과 독점 계약을 통해 체험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에서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월 중에는 앱 출시도 준비 중이다. 앱에서는 여행 큐레이션 서비스와 개개인의 여행 경험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내보일 예정이다. 추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여행 상품을 이용자와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지금 시기 먹어야 하는 옥수수, 광양에서 맛봐야 하는 매실 등 지역과 계절에 따른 여행 상품을 적기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각각이 가진 것을 잘 가꾸고 그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일이 우리가 잘하는 일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로컬과 도시민, 자연과 사람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경험을 주고 싶다” 김 대표는 “공간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뿐 아니라 소비와 문화를 아우른 일상으로 연결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밸류 체인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새로운 공간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가 홍보와 커머스까지 함께 연결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 말이다. 김 대표는 “복잡한 일처럼 보이지만 구성원 각각이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농가가 여행 모객부터 프로그램 구성, 운영, 상품판매까지 홀로 해결하기 어려웠다면 팜파티아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을 연결한다는 취지다. 여행으로 시작해 농산물을 맛보고 경험하고 다시 여행이 끝나면 소비가 일어나는 식이다.
VIP고객 대상 여행상품에서도 가능성을 엿봤다. “당시 농부님이 농사는 기가 막히게 잘 짓는 데 소비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사과 농장에 사과 나무 분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국내 호텔 VIP 고객을 대상으로 분양을 진행했고 직접 사과를 수확하는 팜파티를 열었다. 남은 사과는 해당 호텔에서 사과 디저트 메뉴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다양한 농산물 커머스, 체험키트 판매를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회성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저변을 넓히기 위해 농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 것도 이런 이유다. 김 대표는 “서로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이들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팜파티야의 몫”이라고 전했다.
“여행은 첫 번째 연결고리 중 하나다.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된 콘텐츠 만들고 싶다” 김 대표는 “상차림은 따라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를 것”이라며 “오랜 기간 쌓아온 네트워킹과 자원 조사 노하우가 응축된 콘텐츠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귀촌 농가를 대상으로 한 공간 확대와 공간 기반 비즈니스로도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팜파티아가 ‘팜파티’와 ‘유토피아’와 결합한 말이기도 하다”며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 연결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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