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여행업계
글로벌 여행 그룹 포커스라이트(Phocuswright)의 2019년도 여행 스타트업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Travel Startups 2019)에 따르면 2010년도에서 2019년도까지 글로벌 여행 스타트업 시장에 투자된 금액은 무려 200억 달러 규모다. 한화로 치면 약 23조 정도. 우리나라 여행 산업도 마찬가지다. 각종 명절과 샌드위치 휴일이 있던 달은 ‘공항 역대 최대인원 예상’. ‘연휴 여행지 추천’ 등 기사가 각종 포털을 휩쓸었다. 불과 작년의 일인데,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일이다.
여행 벤처기업이 창업 이후 요즘처럼 힘들 때가 있었을까? 다른 서비스 업종도 그렇지만 특히 여행업은 직격타를 맞았다. 국내 대부분의 여행 업체들은 스타트업 포함 해외여행 상품이 매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와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여행길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막히며 전통적인 여행 업체인 노랑풍선, 하나투어 등은 직원 감원을 시행했으며, 대형 항공사와 LCC는 승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거나 무급 휴직 직원을 늘리는 등 수익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어떨까? 예약 대행이나 중개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후 1개월 뒤, 2월 한 달 동안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1,200개 이상이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지원금을 신청한 기업 수 297개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으로, 이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2014년도 개봉한 인터스텔라의 명대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사태와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불확실성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행업계의 움직임의 특징을 포착했다. ‘신규 수익 창출’과 ‘특색화’다.
다르게 생각하기 – 다양한 수익화 방법의 창출
인바운드 여행객이 많은 유럽의 경우 직격타를 맞은 기업은 관광업 중개업, 숙박업 등이다. 관광객이 줄었으니 수입도 줄었을 터. 대중교통 티켓이나 숙박 중개 수수료 플랫폼 기업은 좁아진 시장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난 8월, 약 837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여행 기업이 있다. 유럽 교통 티켓 플랫폼 오미오(Omio;상호명 GoEuro)는 Temasek, Kinnevik, 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 L.P., NEA 그리고 Kleiner Perkins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예약 수가 급감했음에도 불구, 유럽 내 비행기보다 빠르고 친환경적인 여행 노선을 제공한다는 서비스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한 것.
오미오 측은 코로나-19는 예약은 분명 코로나 발발 전보다는 줄었으나 새로운 기회 또한 플랫폼에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여행 습관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착안, 안전 수칙과 여행 가능 지역을 플랫폼 내에 고지해 ‘라스트 미닛 딜’ 상품의 마케팅을 강화했다. 코로나-19 전에는 ‘라스트 미닛 딜’ 일명 ‘땡처리’ 상품의 판매율이 낮았으나 오미오가 제공하는 교통편 간 연결성의 장점으로 판매율이 급격히 상승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 중 하나가 되었다고 밝혔다.
더 특색 있게, 더 세분화된 서비스 제공
여행 관련 플랫폼 중에서도 더 세분화된 분야의 플랫폼은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Zublu는 코로나-19 발발 뒤인 4월 20일, Wavemaker Partners, Mana Impact, She1K 로부터 1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Zublu는 스쿠버다이빙과 언더워터 레저에 특화된 여행 예약 및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럽 여행객의 아시아 지역 내 방문을 돕는다. 스쿠버 다이빙은 사람이 많이 없고 소규모 인원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레저활동이며, 항공권의 경우 항공사와의 적극 협업을 통해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안전한 노선의 티켓을 판매한다. 향후 Zublu는 투자 금액을 바탕으로 더 세분화된 여행자 니즈에 맞춘 컨셉 및 여행 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의 휴가 숙박 시설 예약 전용 서비스인 Holidu는 지난 달 Booking.com의 전 CEO인 Kees Koolen로부터 4백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트래블테크 회사 중 하나인 Holidu는 타 서비스가 여행, 비즈니스 숙박 등 여러 목적의 숙박을 제공하는 반면, 오직 휴가를 위한 숙박 시설 예약만을 제공하고 있다. 휴가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만큼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을 중개하며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다. Holidu는 코로나 사태의 발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렸다. 특히 7월의 경우 2,700 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Holidu 웹 사이트를 방문해 예약은 전년 대비 2.6배 증가, 수익은 1억 3천만 유로 이상 증가했다.
Zublu와 Holidu는 특색 있는 서비스로 차별화, 코로나 사태에도 좋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사례로, 향후 여행업계 내 니치 여행의 역할을 예측하게 하는 좋은 예시다.
한국 여행업계 트렌드, 국내 여행이 주류로 떠올라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7월,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등으로부터 43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규모로만 보면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을 정도다. 어쨌든 여행은 가고 싶다. 하지만 해외는 가기에 위험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행객의 눈은 국내로 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전 대비, 국내 여행 수요는 4개 가까이 상승한 것. 이에 발 빠르게 국내 여행 수요에 대처한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시장에 서비스를 집중하며 항공, 숙박, 투어 및 액티비티 등의 상품군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밖에도 지난 6월부터 국내 최초로 비대면 여행 상품인 ‘랜선 투어’를 출시, 세계 각지의 베테랑 가이드가 직접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직접 여행지를 소개하고 소통하는 콘텐츠로 총 20회 차의 상품 대부분을 매진시켰다.
기존 서비스로부터의 확장 및 변화
Zublu가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프립은 기존 서비스에서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투자를 유치한 케이스다. 프립은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지난 3월 시리즈B 펀딩으로 60억 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금액은 100억 원을 돌파했다. 프립은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호스트(Host)와 일반인들이 모여 함께 특정 활동을 즐기고 배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말 ‘관악산 야간 등반’, ‘체험 프리다이빙’ 등 여행과 아웃도어 활동을 중심으로 시작한 서비스다. 작년부터 문화, 취미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가며 가죽 공방, 소믈리에 기초 클래스 등 여가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의 확장해가며 전반적인 여가 시간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즈모델라인 대표이자 벤처 기업 투자 심사를 맡고 있는 김재형 심사역은 같은 양상을 두고 “모두 어려운 시기지만,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과열되었던 여행 스타트업이 재정비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 행태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변하는 만큼 여행도 이미 변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행 스타트업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주시해 위 사례와 같은 투자가 더 많이 생겨 여행업계가 다시 활기를 보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