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코로나 악재’는 근무 방식, 산업 생태계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이 모여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정책적 측면에서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COMEUP(컴업) 2020’ 1일차, 정책(Poliritics) 세션 패널 토의에서는 ‘코로나가 가속한 변화, 어떤 거버넌스로 대응할까(New Governance in the COVID-19 Era)’를 주제로 의견이 오갔다.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으로, 김서준 해시드(Hashed) 대표와 이원재 LAB2050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재열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견됐던 변화가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며 “현재는 초연결,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의 요소를 지닌 디지털 경제가 구축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양 패널에게 현 시점에 대한 견해를 질문했다.
먼저 김서준 대표는 디지털 경제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변화의 가능성을 프로토콜 경제라는 개념으로 풀이했다. 프로토콜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인간적 개입이 빠져 더 투명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 구조가 바뀌는 시기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은 플랫폼 모델이었다”며 “유튜브, 알리바바 등이 그 예다. 모든 것이 중앙화된 것보다 큰 경제를 이룩했다. 하지만 수수료 문제 등 많은 한계점이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프로토콜 경제 모델에서 찾고 있다”며 “주주와 직원이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이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원재 대표는 플랫폼 경제 속 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대전환이 올 때마다 위기도 함께 왔다”며 “지금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플랫폼 경제가 오기 전 단계부터 이미 외주 하청 등을 통해 이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국가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을 설명한 이 대표는 현재 시점에서 자유롭게 노동하는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20세기 복지국가가 주었던 삶의 질을 똑같이 누릴 수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후 이재열 교수는 플랫폼 경제 속 규제 제도에 대해 질문했다.
이원재 대표는 “프로토콜 체계도 누군가의 설계에 의해 구축되는 만큼 중앙 이해에 연동해 규제가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개인의 대항력을 언급하며, 개인에게 집중적으로 주어지는 선택의 자유의 중요성과 자유 속에서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고려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본 소득제와 넓은 의미에선 사회보장 제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김 대표에게 전 세계적으로 커스터마이즈된 정보 버블 속에서 오히려 갈등과 오해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한 대안을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사회는 초연결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지만 초합의를 할 수 있는 거버넌스는 확립되지 않아서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을 부분적으로라도 받아들여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핵심은 데이터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누가 통제하냐의 문제가 누구에게 주권이 있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것. 이에 데이터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대책을 이 대표에게 질문했다.
이 대표는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유와 활용의 구분이 중요하며, 개인의 결정과 활동으로 인한 데이터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데이터를 타인이 활용할 때에 이 수익이 개인에게 돌아오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재열 교수는 양 패널에게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패러다임 전환기에선 스타트업들은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고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혁신에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와 기본소득제가 동반돼야 하며, 이에 필요한 정책을 이루는데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프랑스 이인 폴 발레리는 이미 80년 전에 ‘우리 시대의 문제는 미래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요즘 더 실감하고 있다”며 “어떤 제도 하에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미래가 만들어진다. 방향 감각을 가진 채 거버넌스를 만들어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창의적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한편 ‘컴업 2020’은 중소벤처기업부, 컴업 2020 조직위원회, 창업진흥원이 주최했으며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만나다’란 슬로건 아래 사흘 간 개최됐다. ‘사회 체계(Social System)’, ‘근무 환경(Work)’, ‘삶의 방식(Life)’ 등 3개의 대주제와 ‘환경’, ‘디지털 헬스케어’ 등 12개의 세션으로 분류해 각 연사들의 강연과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비대면 중심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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