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0 첫째 날, 이날 두 번째 세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바이오-의료기기 분야 벤처 기업 도전 과제”의 주제로 진행됐다. 세션의 진행은 DSC인베스트먼트의 김요한 상무가 맡았다. 그리고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현장에서 노력 중인 바이오 벤처 기업 대표 3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 윤원수 T&R Biofab 대표, 강길수 디어젠 대표이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코로나 19와 관련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역할과 도전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내 유일의 인공호흡기 제조 회사 멕아이씨에스의 김종철 대표는 이번 코로나 19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여러 가지 융합적 지식과 많은 도전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앞으로도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멕아이씨에스의 의료 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는 김 상무의 말에 김 대표는 우선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인류의 위기 중에 호흡기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호흡기 질환 자체가 고령화, 대기 질 악화 등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상황에서 코로나 19로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어서 “국가적 봉쇄가 일어나면서 저희에게는 사업적으로 수혜를 입은 타이밍이 됐다”고 밝혔다. 예측하지 못한 위기였지만 준비된 상태에서 맞이했던 것이 큰 기회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3D 바이오 프린팅을 기반으로 체내 이식 가능 의료 기기를 만드는 T&R Biofab의 윤원수 대표는 “저희의 주력 사업은 인공 장기 조직을 만드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사람의 심장 세포, 간세포 등을 이용해 코로나 19의 치료제로 주목받는 약물들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초 인수한 체온계 사업을 열심히 개발하면서 K-방역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T&R Biofab의 비접촉식 디지털 체온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기술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오지는 않는다며 그동안 꾸준히 노력을 해왔기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 정부나 민간에서 큰 노력과 투자를 해왔기에 기반이 갖춰졌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현재 큰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어젠 강길수 대표이사는 “저희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며, 금번 코로나 19 사태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AI 알고리즘 딥러닝을 활용해서 코로나 19 치료제를 예측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컴업 2020 축제에 훌륭한 바이오 벤처 기업 대표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강 대표이사는 코로나 치료제에 대해 세계적인 이목이 모이고 있다며 디어젠의 역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청한 김 상무에게 “저희는 원래부터 AI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 활용하는 연구를 해왔다. 그러다 올해 초에 코로나 19가 발생하면서 저희가 가진 기술을 적용해서 생물학자, 임상의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후 실제로 자사의 기술을 적용해서 일부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몇 가지 약물을 예측해서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세 토론자에게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물음이 던져졌다. 김 대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령화와 대기 질 악화는 전 세계의 공통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흡 치료의 영역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며, 호흡이 안 되면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만병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호흡 치료 시장 역시 4~5배 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험 체계 역시 한국은 가히 세계 최고이지만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의 경우는 현재의 체계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생명과 건강 유지에 대단히 취약해진다는 걸 보셨을 것”이라며, 사회 전반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별로 기존의 보험 체계와 보건 정책이 새롭게 수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러한 관점에서 사업의 전개를 예측한다고도 덧붙였다.
윤 대표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며 운을 뗐다. 첫 번째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뛰어난 기술을 통해 크게 상승한 K-바이오의 위상이었다. 두 번째로는 예전과 달리 기술 개발이 속도가 가속화되고 융합화 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제는 기술이 단독으로 존재할 때보다 융합해서 함께 나갈 때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예로 체온계를 들었다. 예전에는 체온 측정이 전부인 단순한 기기였을 수 있지만, 이제는 체온계 기술에 블루투스와 앱 연동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특정 지역의 체온 맵으로 발전시켜 정부에서 코로나 19 위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사회자 김요한 상무 역시 한국 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진 것에 공감한다며 이러한 면이 앞으로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강 대표이사 역시 국제 사회에서 K-바이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외국의 연구 기관에서 공동 협력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고도 밝힌 그는 투자의 측면에서도 제약, 바이오 쪽에 자금이 몰리고 있고, 향후 10년 안에 글로벌 제약사급의 신약 업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또 코로나 19라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많이 있는 게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말을 끝맺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말에 김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환경에서는 비대면이라는 상황이 뉴노멀로 느껴진다. 국가적 봉쇄에 따라 이제는 해외에 나가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부품 협력 등 반드시 물리적으로 직접 만나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흐름으로 국내 자체 기술이 필수적인 면이 되면서, 글로벌 시대에 사양화됐던 우리나라의 기초 기술 분야에도 이전과 달리 사업 기회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윤 대표는 역사적으로도 변화가 많은 시기에 많은 기회가 나타났다며, 코로나 전후는 과거 산업 혁명에 버금가는 큰 변화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 벤처 기업 시장 역시 투자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콜라보레이션(협업)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스타트업, 벤처 기업들이 특정 영역에서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기술 한 가지만으로는 제품화, 산업화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기술을 접목해 앞으로 나아가면 매우 큰 기회가 올 수 있다”라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윤 대표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분명히 이전보다도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이사는 바이오 벤처 기업의 역할은 결국 도전 정신이라며, 저희도 코로나 19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논의 끝에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K-방역으로 진단 키트 업체들이 많은 수혜를 입었는데, 거기서 얻은 자금을 토대로 업체들이 스타트업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한다면 선순환이 이뤄지고 상생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와 비슷한 예비 창업가들이 이런 기회를 바탕으로 도전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컴업 2020은 여러모로 지난해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사 기간도 하루가 더 늘어났으며, 강연 연사와 토론 연사의 수도 62명에서 114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행사는 19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며 날짜 및 시간에 따라 사회 체계(Social System), 근무 환경(Work), 삶의 방식(Life)이라는 3개의 큰 주제와 하위 12개의 세션으로 분류돼 운영된다. 또 컴업 2020 홈페이지, 밴처스퀘어 영상채널(유튜브), 네이버TV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송출돼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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