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0이 21일 CJ E&M 일산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일정을 시작했다. 컴업 2020은 온라인 중계 누적 조회 수 8만 회, 홈페이지 방문 건수 54만 회, 해외의 컴업 언론 보도 122건을 기록하는 등 국내외 큰 관심을 받고 있다. 3일 차 학술 대회에서는 ‘삶의 방식(life)’을 주제로 엔터테인먼트 및 교육 분야에 대한 키노트 및 패널 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기조연설에는 왓챠(Watcha)의 박태훈 대표가 나섰다. 기조 연설의 주제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OTT 시장의 기회”였다. 강단에 선 박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사람들이 저마다 취향과 관심사가 다른데, 왜 온라인 서비스들은 모두에게 똑같은 정보를 보여줄까?”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화, 자동화, 추천을 세 개의 키워드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다양화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왓챠의 비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2년에 출시했던 왓챠피디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왓챠피디아는 영화 추천 서비스로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기록하고 추천받는 서비스이다. 그는 “취향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이다 보니 가입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기존에 시청했던 영화, TV 프로그램, 도서에 대한 평점을 매기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접할 수 없었기에 이용자들 스스로 이 과정을 굉장히 즐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왓챠피디아는 이용자에게 추천과 함께 ‘예상 별점’을 제시해 이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얼마나 좋아할지를 예측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추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천에 대한 설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데이터와 추천 기술에 자신이 있다며 그 근거로 5억 개의 이용자 취향 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질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용자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있어야 별점 평가에 열심히 참여한다. 왓챠피디아에서는 별점 평가를 정확하게, 많이 진행할수록 자신에게 좋은 추천이 돌아온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왓챠는 국내 다른 플랫폼(네이버, CGV)에 비해 왜곡되지 않고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예상 별점은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응용해 계산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 머신러닝과 딥러닝 사용 시 주요 요인 3가지로 유저가 100배 늘어도 대응 가능한 확장(Scalability), 실시간 계산이 가능하게 하는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 새로운 유저와 콘텐츠가 추가되어도 전체 러닝을 돌릴 필요 없이 부분 러닝만으로도 정확한 추출을 보이는 점진적 학습(Incremental learning)을 차례로 언급했다.
이어서 2016년 출시한 OTT 서비스 왓챠로 이야기를 옮겨간 박 대표는 “왓챠피디아를 운영하면서 취향을 기록하고 취향을 추천받으려는 니즈는 헤비 컨슈머의 니즈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러한 마니아층을 넘어서 실제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대중의 니즈까지 잡기 위해 OTT 서비스인 왓챠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왓챠 같은 월정액 VOD 서비스에서는 1인당 시청 시간이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용자들은 시청 시간이 많으면 ‘본전을 뽑았다’는 생각으로 결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더 좋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추천함으로써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 결제 유지로 이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그 결과 현재 왓챠에서는 콘텐츠 재생의 70% 이상이 개인화 추천에 의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취향에 따라 개개인에게 맞는 콘텐츠들이 추천되기 때문에, 시청 TOP 100 영화의 시청 분수 점유율이 18%에 불과하는 등 롱테일(long tail)의 형태로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시청이 인기 순위 상위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다른 국내 VOD 서비스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반에 이르러서는 현재 왓챠가 하는 일의 의미를 정리하였다. 박 대표는 그동안 콘텐츠 업계의 많은 의사결정과 실행이 사람의 감에 의해서만 일어난 점을 지적했다. 다만 사람의 감이 중요한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데이터와 분석기술이 이러한 감에 대한 보조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또 실제로 왓챠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6곳과 계약할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OTT 회사 대표의 입장에서 미디어 시장을 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미디어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시청하지 않는 최근 추세와 함께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이 자연스럽게 하락하고 있고, 이에 따라 광고 매출 역시 크게 떨어지면서 미디어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튜브 시장의 큰 변화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또 10~15년 뒤 미디어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큰 틀에서 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향후 우리나라 OTT 사용자는 1,000만 이상이 될 것이고, 가구당 3~5개 정도의 OTT를 구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 전망은 상대적으로 승자 독식 경향이 적은 OTT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밝은 면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쉬운 시장은 아니라며, 출시 후 6개월 만에 폐업 결정이 난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퀴비의 실패는 OTT 시장이 돈과 콘텐츠 비즈니스 네트워크, 홍보로만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님을 증명한 예”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려운 물음이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박 대표는 왓챠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많은 의사 결정을 하려고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를 가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단순히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가 소비자 취향이 제대로 반영된,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연료에 빗대어 “똑같은 기름이더라도 휘발유를 넣으면 자동차는 달릴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를 끝으로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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