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삶을 위한 도시 시스템
Market and Markets의 2019년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18년도 이후 연평균 18.4%의 성장을 보이며 2023년에는 6,172억 달러, 우리나라 원화로 약 692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측된다고 한다.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이제는 대중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스마트시티. 스마트시티를 정의 내려 보라고 하면 똑똑한 도시라는 즉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스마트시티의 정의를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사 사전에서 검색을 해보니 스마트시티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 생활 속에서 유발되는 교통 문제, 환경 문제, 주거 문제, 시설 비효율 등을 해결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똑똑한 도시’를 뜻하고 있었다.
그렇다. 문제를 해결해 시민이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 이 부분이 스마트의 핵심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도시별, 국가별 겪고 있는 상황은 다르다. 그에 따른 스마트시티의 해석과 기술의 사용처도 달라진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스마트시티의 핵심으로 “CCTV와 센서에서 수집된 도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능형 도시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강조했으며, 주거 등 도시문제, 교통 그리고 스마트물류를 별도로 언급했다. 국내의 주거와 교통, 그리고 물류 부분에 현재 개선할 점이 있으며, 해결하기 위해서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민간 기업과 투자사의 기류가 변하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해당 3개 영역이 향후 스마트시티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스마트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외의 경우 국내와는 다르게 민간 기업이 주축이 되어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주로 삶의 질 향상 측면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도시 재생 등에 힘을 써왔으나, 특정 도시들의 급격한 도시화와 최근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발발 등으로 인해 주거, 교통 및 물류 부분에 눈에 띄는 투자 사례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CES 2020에서 발표한 ‘우븐 시티(Woven City)’ 구축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우븐 시티에는 도요타의 기술이 반영된 자율주행자동차, MaaS(Mobility as a Service), 퍼스널 모빌리티,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 등의 서비스가 구축되어 있으며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계획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도 설립된 영국의 스타트업 Planet Smart City는 살인적인 영국의 부동산 비용과도 연관이 있다.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건설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 주택을 디자인 및 건설해 기존 건축기업과도 경쟁하고 있다. 건물이 완공된 뒤에도 스마트 라이프 관련 관리를 제공해 호응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좋지 않았던 중저가 주택 시장에 Planet Smart City는 앱을 통해 우수한 인프라, 도시계획, 지속가능성, 기술 솔루션 등을 제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육성하는데 그 목표를 두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밀라노의 Redo 프로젝트의 경우 615가구에 40개의 스마트솔루션을 도입해 1,600명의 신규 입주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1월, Planet Smart City는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2,400만 유로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 누적 투자금액 1억 유로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Connexin은 IoT 분야 기술력으로 스마트시티의 핵심인 연결성에 특화되어 있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달 8천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대부분의 투자금은 세계적인 인프라 구축 기업인 Whitehelm Capital로부터 투자되었다. Connexin은 영국 최초로 스마트시티 운영체제를 도입, Hull 도시의회에 스마트 조명, 교통관리, 주차, CCTV, 폐기물 관리 및 WiFi 배포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CityOS 플랫폼’을 납품했다. 또한 쉐필드 지역의 고속도로 유지를 위한 OS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등 도시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운영체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교통 운영 서비스
그렇다면 도시와 사람을 잇는 교통문제는 어떨까? 중국의 경우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고와 도로 혼잡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상해의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 스타트업인 Supremind Intelligent Technology는 지난 9월, 약 1억 위안(1,460만 달러)을 시리즈A 단계에서 유치했다. 2019년에 설립된 Supremind Intelligent Technology는 스틸 이미지, 영상 딥러닝, 대규모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도시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인간의 눈으로는 분간에 한계가 있는 혼잡한 도로 사정의 분석, 통제 등을 통해 사고율을 낮추고 통행을 원활하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투자자는 Creo Capital로, 글로벌 대기업인 New World Development의 금융 계열사다. 이번 기금 모금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인 New World Development의 인프라 유닛인 NWS홀딩스와 함께 산업 솔루션, 제품 라인업, 기술 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upremind의 제품은 현재 200여 개 이상의 중국 도시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스마트 교통 시스템의 경우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도입된 바 있다.
SupermindIntelligentTechnology 서비스 화면. [출처]_Nikkei Asia
사람 대신 기술이 활용되는 물류 서비스
그렇다면 물류는 어떨까? 어릴 적 만화에서 본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물류 산업에는 크게 화주와 물류 기업이 존재한다. 화물을 보유하고 있는 화주는 물류 기업에게 운송 등의 과정을 맡기게 되며, 물류 기업은 화물 업체나 부서를 통해 물량을 소화하게 된다. 대형 화물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및 노동력의 저하로 인해 물류 산업에 있어서도 신기술의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웨덴의 자율주행 화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Einride를 예로 들을 수 있다. Einride은 지난 5월 최초의 자율주행 전기 트럭 T-Pod을 개발해 선보였다. T-Pod은 초기 도입 단계에서는 운전자를 동승하지만 추후 역할을 줄이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복잡한 도심에서는 사람이 운전하고 고속도로 진입하면 자율주행으로 운행해 안전성을 키웠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비대면 사회가 시작된 만큼 전기차를 활용한 Einride의 무인 화물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작년 기준 이미 3,200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Einride는 올해 여름 화물 운송 차량의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돕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들어 큰 관심을 받았으며, 10월에는 1,000만 달러 금액의 투자금을 신규 유치했다. 이로써 Einride은 총 4,2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인간이 없는 상황도 존재하지만, 로봇과 인간이 같이 일하는 미래도 곧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프랑스 물류 로봇 스타트업 ExotecSolutions는 최근 진행된 시리즈 C 펀딩 라운드에서 9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2018년 6월, 약 195억 원의 투자금 유치 후의 괄목할만한 성과다. 엑소텍은 전자상거래 분야 물류창고를 최적화하는 스카이팟(Skypods) 자동화 로봇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 로봇은 물류 창고에서 제품 박스의 분류를 통해 작업자쪽으로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류 창고를 이동하면서 표준화된 제품 상자들을 피킹해 작업자쪽으로 전달하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국내의 스마트시티 상황은?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스마트시티 산업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정부의 160조 원 규모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정부, 민간 기업, 스타트업, 지자체가 협력해 향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스마트시티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국가사업의 일부분인 만큼, 정부의 스마트시티 산업에 대한 지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스마트시티의 시범도시로 부산을 선정해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며, 세종시는 23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디지털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한 물류 서비스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각 지자체와의 협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행 물류 서비스
스마트시티 산업 내의 다양한 분야 중 물류 산업은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야다. 코로나 발발 이후 비대면 사회가 본격화되며 이커머스 시장도 크게 성장,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 이에 스타트업은 대규모 물류 서비스를 이미 구비하고 있는 대기업 부분이 아닌 소규모 거래를 위한 서비스에 진출, 선택과 집중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소규모 및 개인 간 물류 거래를 위한 온디맨드 화물 운송 플랫폼 ‘센디’를 서비스하는 센디는 이번 달 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AI 기술에 기반해 화주에게 실시간 화물 운송 현황과 자동화된 운송경험을 제공하고, 차주에게 선호하는 운송 건을 매칭하는 시스템으로, 니치 수요를 면밀히 파악했다는 평이다. 온라인 판매자를 위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워박스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지난 8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아워박스는 냉장·냉동식품 전문 통합물류대행(풀필먼드) 스타트업으로, 초기 진입이 어려운 소상공인의 물류를 대행, 스타트업도 물류 대행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환경오염의 또다른 원인, 주거 쓰레기의 처리
인공지능(AI) 폐기물회수로봇 서비스 수퍼빈은 AI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를 서비스하는 소셜벤처다. 네프론은 분리배출된 물건을 스스로 인식해 보상까지 제공하는 기계로, 깨끗한 분리수거 물품을 수퍼빈 자판기에 넣으면 AI 기술로 물품을 인식한 뒤 거기에 맞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수거된 물품은 네프론이 규격에 맞게 수거하고 분리해 잘못된 분리수거로 인해 처리되지 못하는 생활쓰레기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퍼빈은 총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유치를 확정한 바 있다.
스마트시티 산업 내의 다양한 분야 중 물류 산업은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야다. 코로나 발발 이후 비대면 사회가 본격화되며 이커머스 시장도 크게 성장,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 이에 스타트업은 대규모 물류 서비스를 이미 구비하고 있는 대기업 부분이 아닌 소규모 거래를 위한 서비스에 진출, 선택과 집중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소규모 및 개인 간 물류 거래를 위한 온디맨드 화물 운송 플랫폼 ‘센디’를 서비스하는 센디는 이번 달 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AI 기술에 기반해 화주에게 실시간 화물 운송 현황과 자동화된 운송경험을 제공하고, 차주에게 선호하는 운송 건을 매칭하는 시스템으로, 니치 수요를 면밀히 파악했다는 평이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작년 고양시 `2019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의 기조 연설자로 참석한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언급한 내용이 떠오른다. 그는 “한국은 기술력이 훌륭하며 재능 있는 인재들도 이미 갖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생활을 토대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기업들이 가진 AI, 로봇 기능 등 기술은 다른 기업도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생활에서 우리가 진짜 필요한 점을 기술을 통해 개선해나가는 일은 관심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정말 ‘스마트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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