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단의 새 이름, 모빌리티 서비스

 

“겨우 숨만 쉬고 있다…스타트업 ‘암흑기’”. 코로나 발발 이후 스타트업의 상황을 바로 알 수 있는 한국경제의 9월 기사 제목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발발하며 벤처캐피털업계는 시드, 시리즈 A 등 초기 단계 투자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중단되거나, 그 규모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모든 스타트업이 불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업이나 대면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투자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과 스마트 도시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모빌리티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주요 투자 분야로 떠올랐다. 특히, Pitchbook이 지난 5월 발표한 Mobility Tech Q1 2020 보고서에 따르면 VC사들은 전 세계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약 118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록을 세웠다.

모빌리티는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어 단어 Mobility는 사전적인 의미로서는 (사회적) 유동성, 또한 이동성과 기동성을 뜻한다. 그리고 현재 문맥적으로 사용되는 모빌리티의 뜻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폭넓게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이동’하게 하는 기술로 이동 수단과 이동 수단 관련 다양한 서비스 분야가 모빌리티 산업에 포함된다. 2020년 10월, 맥킨지는 수많은 모빌리티 산업 중 특히 더 관심을 받고 있는 트렌드로 자율주행기술, 전기차 기술, 그리고 공유 모빌리티를 꼽았다. 그리고 트렌드에 부합하게 이 세 분야의 기업들은 Pitchbook에서 발표한 투자 금액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해지는 자율주행 기술과 용도

자율주행 기술은 완성차 시장에서 수년간 주요 기술로 인식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자동차산업을 이끌 선도적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각국 정부 및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완성차 기업이 위치한 독일 정부는 2022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허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용 자동차 이외에도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의 비중이 커지며 화물과 배달 서비스 등 B2B 용도로도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사용성이 커지고 있다.

Waymo서비스 차량들. [출처]_Waymo
대표적인 예로 구글 알파벳 산하의 Waymo를 들 수 있다. Waymo는 구글의 모회사인 Alphabet Inc.의 자회사로 애리조나와 피닉스 지역에서 ‘Waymo One’이라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Waymo는 현재 기준 백업 운전자 없이 작동하는 유일한 자율주행 서비스로, 배달용 승합차와 물류용 트랙터 트레일러를 포함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을 토대로 2020년 3월 22억 5천만 달러의 자금 조달을 성공하며 코로나 시기에도 굳건함을 보였으며, 같은 해 5월, 추가로 7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해 총 30억 달러 수준의 투자액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Nuro도 이커머스 거래가 급증하며 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똑똑해지다

전기차는 사실 180년 전 이미 발명되었다. 1834년 스코틀랜드 로버트 앤더슨이 발명한 ‘원유전기마차’가 인류의 첫 전기차로 알려져 있다. 1910년까지 전기차는 상용화되었으나 가솔린차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며 전기차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 뒤 100년이 지난 지금, 고유가 시대가 도래 했다. 그리고 엄격해진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다시 전기차는 각광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전기차는 매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2020년인 지금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상용화에 따라 전기차 분야에 필요한 기술도 세분화되기 시작, 대기업이 개발하기 어려운 특정 분야의 전기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Envoy 로고. [출처]_Envoy 홈페이지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Envoy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전기차의 수요가 늘어나며 덩달아 충전소에 대한 니즈도 상승했는데, Envoy는 이와 같은 니즈를 포착해 미국 내의 아파트와 지역 커뮤니티에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를 제공한다. Envoy는 빅데이터 구축 및 분석을 토대로 지역 내의 아파트, 호텔, 공공 지역이 필요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서비스로, 그 시장성을 인정받아 11월 12일 8,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공유 서비스, 퍼스널 서비스 역량 강화

공유 모빌리티는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접촉이 선호되며 하락세를 보였으나, 개인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기술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유 스쿠터나 자전거 등이 국내 대비 빠르게 상용화된 유럽 지역에서는 개인 모빌리티 산업인 마이크로-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TIER의 전기스쿠터와 전동킥보드. [출처]_TIER 홈페이지
TIER은 유럽의 대표적인 마이크로-모빌리티 기업으로, 11월 10일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2가 주도하는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펀딩 라운드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TIER은 현재 6만 여대의 전기스쿠터를 10개국 80개 도시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유럽 내 사업 확장에 쓰일 것으로 예측되는데, 주로 충전소인 TIER Energy Network의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공유 전기자전거 제공사인 Vanmoof는 올해 9월 4,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으며, 일정 금액을 내고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구독할 수 있는 Swapfiets 같은 기업도 투자사를 영입하는 등의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의 사정은 어떨까? 국내 모빌리티 시장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트렌드도 글로벌 방향성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유 서비스의 안정화 및 세분화

2020년 11월 오토타임즈의 조사 결과와 오픈서베이의 모빌리티 2020년 조사에 의하면, 2012년 국내 자동차 공유 업체가 서비스 시작한 이후 업계는 안정적으로 회원을 확보하며 그 규모를 키워오고 있다. 특히 기존에 20대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했던 가입자 평균 연령도 최근 30대를 넘어서면서 3040세대까지 ‘공유’ 트렌드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쏘카 서비스 화면. [출처]_쏘카 홈페이지
국내 1위 차량공유 업체이자 1세대 업체인 쏘카는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지난달인 10월 16일 쏘카는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오른 것. 쏘카는 지난해 운영을 중단한 공유 택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사업도 신사업에 활용할 계획으로, 타다 라이트에 서비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쏘카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포티투닷 로고. [출처]_포티투닷 홈페이지
쏘카가 차량공유 서비스와 그 종류에 강세를 보인다면, 최근 150억 규모의 브릿지 투자를 유치한 포티투닷은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유모스(UMOS)”에 집중한다. 최근 코드42에서 사명을 변경한 포티투닷은 지난해 10월 기아자동차, SK, LG, CJ로부터 300억 규모의 Pre-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기업으로, 9개월 만에 후속 투자를 알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포티투닷은 도심형 통합 플랫폼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딜리버리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이동수단을 통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기차 세부 기술 역량 보유한 스타트업 주목받아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기차는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중점 사업이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전기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육성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그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포엔 로고. [출처]_현대자동차 블로그
현대자동차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정된 포엔도 그 중 하나다. 포엔은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자동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개발했던 엔지니어들이 만든 기업으로, 친환경차의 폐배터리팩을 재활용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을 연구한다. 폐차된 친환경차에서 하이브리드 배터리팩을 수거해 전기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배터리로 재생산하는 것이 주력 분야로, 20분 충전을 하면 30km를 움직이는 동력인 것이 특징이다. 포엔은 이와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7월 경북 자유 특구 내 대기업의 첫 투자 사례인 GS 건설의 1000억원 규모 투자대상 7개사 중 하나로 뽑히는 성과를 보였으며, 11월에는 현대자동차로부터 지원을 받아 분사에 성공, 독립기업으로 출범했다.

스타코프 차지콘. [출처]_스타코프 홈페이지
포엔이 B2B 영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스타코프는 실제 전기차 소비자의 편의를 개선한 기업이다. 전기차 이용자에게 무엇보다 불편한 점은 충전 문제다. 올해부터 비공용 전기차 충전소에 설치에 대한 보조가 중단되며 많은 전기차 구입자들은 충전소를 찾아 공영 주차장 등을 배회해야 했다. 스타코프의 ‘차지콘’은 이러한 불편한 상황을 포착, 콘센트를 통해 간편하게 집에서도 전기차를 충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타코프의 차지콘 시스템은 전기신호를 분석해 전기차를 가려내 과금하고, 건물 전기요금을 한국전력과 자동으로 정산해 과금하는 방식이다. 전기세의 확인 뿐만 아니라 이용자 결제 없이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없어 본인 이외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기차에 대한 시장성이 커지는만큼 스타코프의 경쟁력 또한 인정받아 2019년 5월 10억원, 2020년 3월에는 17억 5천만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자율주행, 더 정확해지고 똑똑해지다

자율주행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나 한계점은 분명히 있었다. 특정 상황 이외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균일하게 제공하는 센서가 없었던 것. 따라서 자율주행차량은 상호보완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센서를 활용하게 되지만 레이더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 안전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 제품. [출처]_에스오에스 홈페이지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서는 에스오에스랩의 빛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가 있다. 라이다 센서는 자율주행차량의 핵심 기술로써, 다른 센서 데이터와 결합해 자율주행차량이 주행 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다른 라이다 기업과 구별되는 에스오에스랩의 특징은 조사되는 빛의 형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장거리 측정을 가능케 하는 것에 있다. 또한,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는 반도체칩 형태로, 기존의 고정형 라이다가 갖던 내구성, 가격 등의 문제를 해결해 크기가 작고 비용이 낮아지면서도 높은 내구성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장점에 기반, 에스오에스랩은 2020년 5월 98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 창업 이후 170억 규모의 투자 누적액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향후 상황은 어떨까. 지난 10월 V4 경제통상포럼에서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의 부회장은 “한국 정부는 그린 뉴딜 정책과 발맞춰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확대를 핵심사업으로 지정하였는데 미래차 분야 경쟁이 치열한 현재, 누가 선도기업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 부회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어나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빌리티 산업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편의를 개선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 선두주자가 되지 않을까.

원문-한국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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