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전거 인구가 약 1,200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중 30%는 고작 자전거를 한 달에 한 두번밖에 타지 않는다고 해요. 다른 아웃도어 장비들도 마찬가지죠. 호기롭게 캠핑용품을 샀다가 그대로 먼지만 쌓인 경우들이 많을 겁니다.”
솔직히 뜨끔했다. 라이클 정다움 대표의 말에 요즘 표현으로 뼈 맞았다. 기자 본인도 올 초 자전거를 구매하고선 지금까지 실제로 탄 횟수가 두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운동 삼아 취미 삼아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해보려고 마련했으나 얼마 못 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아웃도어 여가 트렌드가 탄력을 받으며 자전거와 캠핑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롯데 홈쇼핑의 상반기 여가 상품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자전거 매출이 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며, 적자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했다고.
하지만 높아진 관심만큼 방치된 자전거와 캠핑용품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전국에서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무려 3만4609대에 달한다. 중고나라 내 캠핑용품 거래 규모는 작년 360억 원 수준이던 것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280억 원을 넘어섰다.
라이클(대표 정다움•김백범)은 아웃도어 장비 렌탈 플랫폼으로 비효율적인 소비 문제가 심각한 아웃도어 장비 시장에서 ‘임대’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비싼 값을 들여 구매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되고, 막상 구매하고 보니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아웃도어 용품 및 장비들을 공유화하여 누구나 합리적인 여가 활동을 누릴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소비자는 값비싼 아웃도어 장비를 체험해 볼 수 있고, 기존 장비 업체들은 유휴 장비 임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전거 공유로 시작했어요. 대학교 동아리 선배였던 김백범 공동대표와 함께 자전거 국토 종주를 하며 사업을 구상했죠. 구매만 하고 사용하지 않고 있는 자전거와 전국의 오프라인 자전거 매장에 방치된 유휴 자전거를 보며 렌탈 시장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라이클 렌탈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같은 모델로만 구성된 공공자전거와 달리 다양한 모델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의 경우 로드자전거, MTB, 미니벨로, 전기자전거 등 필요한 자전거를 선택해서 시간, 일 단위로 대여할 수 있다. 또한, 겨울철 스키/보드나, 여름 서프보드의 경우에도 초보자에게 맞는 상품부터 동호인 수준의 고가 장비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는 모두 동일한 모델이고 성능이 뛰어난 편도 아닙니다. 반면, 저희 라이클에서는 자전거 매장이 보유한 자전거를 본인의 입맛에 맞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아웃도어 장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최소 몇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비용이 드는 아웃도어 장비를 구매하기 쉽지 않은데, 라이클을 통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자전거 렌탈로 시작한 라이클은 캠핑, 스키, 서핑 등 아웃도어 장비 전체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라이클은 4조 원에 달하는 국내 아웃도어 장비 소매시장에서 30~40%가 렌탈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휴 장비 공유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라이클(Lycle)의 이름도’ ‘레저(Leisure)’에 ‘순환(Cycle, 자전거)’을 합성하여, 아웃도어/레저 시장의 문제를 공유 기반으로 해결하겠다는 포부라고.
지난 10월, 스트롱벤처스와 프라이머를 통해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라이클은 누적 앱 다운로드 10만 건을 돌파했다. 월 MAU는 약 12만 명에 달한다. 아웃도어 장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라이클이 선보이는 렌탈 비즈니스 모델도 점점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웃도어 장비를 공유한다는 개념은 기존에 있지 않던 사업 형태였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저희 서비스에 의문을 가졌죠. 하지만, 라이클은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비효율적인 소비 문제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웃도어 장비들의 유휴화 문제에 집착하고 해결해 나가며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다움 대표는 앞선 기자의 고민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기자님, 처음부터 비싼 돈 들여 사려고 하시면 부담되니깐 빌려보는 건 어때요? 사는 것 못지 않게 종류도 다양하고, 관리상태 또한 철저히 관리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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