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리스트가 하는 일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해외 언론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창업열기가 좀 살아나고 있다 보니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제게도 VC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VC에 대해서, VC가 되는 법에 대해서도 시간이 나면 적어보려고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VC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VC가 되고 싶은 이유가 VC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기업가의 발표를 듣고 평가하고 폼나게 투자하고’ 하는 소위 말하는 ‘갑’스러운 일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과감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겉에서 보여지는 일부일 뿐이고, 또한 ‘갑’스러운 마인드로 일을 하면 분명 이 업계에서 성공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VC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결국 ‘사람과의 끊임없는 interaction’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people business인 것이 VC이고 그런 과정에서 분명 tough한 일들도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발표 들으면서 사업 평가한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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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일을 크게 보면 다음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투자 (Invesetment)


   1. 산업에 대해서 top-down research를 해서 투자기회들을 찾기도 하고,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투자기회를 소개 받기도 하고,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 경영진, 저희와 자주 함께 일하는 회계사/변호사, 교수 등에게 좋은 투자 기회들을 소개 받습니다. 총칭하여 Deal sourcing이 되겠습니다. 이러한 Deal soucring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하죠
   2. 소개를 받은 회사의 경영진과 미팅을 수 차례 혹은 수십차례 진행하고 투자 검토(due diligence)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각종 업계 보고서, 증권보고서를 research하기도 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reference check을 진행합니다. 역시 ‘역량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더 잘할 수 있겠죠
   3. Deal에 대한 확신이 차면 내부 투심(investment committee)을 열고 회사 내 투자자분들을 설득합니다.
   4. 3번과 동시에 혹은 이후에 회사와 terms and condition(계약서) 내용을 협상합니다. 이런 협상을 zero-sum game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힘든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5. 투자가 결정되었으면 변호사/회계사들과 함께 회사의 ‘문제’가 없는 지 간단 실사를 진행합니다


투자 후 사후관리 (Post Management, Portfolio Management)


   1. (소프트뱅크의 경우) 회사와 월 1회 이사회를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지난 달의 실적도 점검하고, 현재 회사의 중요 이슈들, 향후 계획, 경영자 입장에서 의사 결정 내려야 하는 안건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특히 수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던 해당 VC의 경험 (정확히 말하면 VC가 투자한 회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고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을 전달해주는 것은 큰 value add이고 기업가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2. 공식 이사회가 아니더라도 투자한 회사와 수시로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요청하는 각종 사안들에 대해서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줍니다. 많은 부분은 ‘회사 및 사람 소개’일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데 A기업과 제휴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든 A기업의 decision maker와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죠.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도 해가면서 어떻게든 미팅을 잡습니다. 또 다시 ‘역량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네트웍’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3. 또 종종 있는 일로, 유관업계 global company와의 미팅을 주선해주고, 미팅에도 함께 참석해서 포트폴리오 회사를 대신 열심히 영업해줍니다. (많은 경우 ‘언어’ 측면에서 VC가 조금 더 자유로울 때가 있어 통역을 해주기도 합니다)
   4. 이런 사업적인 내용 이외에도 회계/법률 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VC의 고문 회계사/변호사들과 논의를 해서 숙제를 해결해주곤 합니다. (여기서 내가 왜 포트폴리오의 일들을 대신 처리해줘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VC는 당신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회계사/변호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각종 계약서 리뷰해주고 하는 일들을 종종 있습니다.
   5.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의 경영진과 VC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스톡옵션을 어떻게 발행할 것이냐’ 등도 한 예가 되겠죠. 그럴 때에는 많은 discussion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죠
   6. 회사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또 다시 내부 투심위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외부의 다른 VC들에게 회사를 소개해줘서 투자 유치를 열심히 도와줍니다. 이 과정도 꽤나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투자회수 (Exit)


   1. 재무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IPO 모드로 가는 회사의 경우에 VC는 IPO를 처음 준비하는 회사에 각종 조언을 해줍니다. IPO 심사에서 문제가 없도록 미리 각종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죠. (그래도 IPO는 간단합니다)
   2. 처음부터 M&A 모델로 생각하고 투자를 한 회사들의 경우에는 훨씬 복잡합니다. Potential buyer들에게 ‘이런 좋은 회사가 있다’는 것을 smooth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고, 미팅을 하고 싶어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에 대한 주요 내용을 담은 Information Memo를 VC가 작성해서 보내주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cold call (지인이 없는 회사에 그냥 연락하는)로 연락을 해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3. Potential buyer와 기업가/회사 둘다 deal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생각을 하면 VC가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한편, 회사가 좋은 가격과 조건으로 M&A 될 수 있도록 전면에 나서서 대신 협상을 하곤 합니다 (M&A 같은 것을 처음해보는 기업가의 경우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끼시기에 대부분 저희가 전면에 나섭니다)


펀딩 혹은 자금 모집 (Funding)


   1. VC는 자기 돈 100%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source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1~2년에 한번 씩은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2. 통상적으로는 한국벤처투자, 국민연금 등 정기적으로 ‘출자’를 해주는 기관을 대상으로 ‘우리 VC는 이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전략으로 투자해서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하는 자료를 만들어서 열심히 selling을 해야 합니다
   3. 그리고 위의 출자를 해주는 기관들이 100%를 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과정으로 금융기관, 대기업, 펀드 전략에 관심 있을만한 기관 등에 열심히 selling을 해서 펀드를 결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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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en.wikipedia.org/wiki/File:Venture_Capital_Fund_Diagram.png


사실 VC가 하는 일을 블로그 글 하나로 적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굳이 이렇게 조금이라도 적는 이유는 흔히들 ‘VC는 회의실에서 앉아서 사업계획서만 평가하면 되는 것 아냐?’, ‘완전 갑 중의 갑이잖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잠깐 언급했다시피 VC는 ‘남의 돈’을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냥 신나는 일’일 수는 없습니다. 돈을 투자했는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무지막지하게 많은 직업입니다. 본인이 매우 강하게 주장해서 10억~20억을 투자했는데 회사가 망해가고 있을 때의 스트레스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게 VC가 되고 싶다면서 상담을 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저는 항상 “VC가 뭐하는 직업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리고 나서 적성이 맞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때 연락해라”라고 하곤 합니다.


물론, 전 이 일이 재미있고 위의 과정들 (언급하지 않은 수 많은 과정들까지도)도 결국 기업가를 성공하게 해주는 큰 목표 아래 이루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기에 해피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 일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VC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VC가 잘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이겠죠. VC가 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위의 내용을 잘 읽어보고, 머리속으로 그런 상황들을 다 그려보고 정말로 VC가 되고 싶으신 것인지를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심이…


ps. 많은 경우, VC는 수요 보다는 공급이 많은 시장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줄 섰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관심이 있으면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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