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Wearable), “–able”가능해지다

웨어러블 기기가 할 수 있는 것

안경 렌즈에서 눈앞에 있는 대상의 전투력이 분석되고, 외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섬유 물질이 몸을 자동으로 덮어주며 초소형 마이크로칩이 동맥을 타고 다니며 독소를 제거해주는 장면.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특히 SF 영화나 히어로가 등장하는 장르에서 말이다. 이제 이러한 기술은 ‘공상과학’이 아닌 일상의 과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눈에 쓰는 안경, 몸에 걸치는 옷, 신체 조직 안에서 몸의 컨디션을 체크해주는 칩, 그러니까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휴대하기 용이한 액세서리형, 의류 형태인 의류 일체형, 신체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의 신체 부착형, 신체에 직접 이식하거나 복용하는 형태의 생체이식형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보자. ‘목에 거는’, ‘반지 형태로 차별점을 주는’, ‘안경을 통해 연동되는’ 등 형태에 집중하는 기사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Wearable에서 어떻게 입는지도(wear) 중요하지만, 이 기기가 어떤 일을 가능(able)하게 하는지도 중요해지고 있는 것.

헬스케어, 이제는 건강은 기본! 차별점으로 승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초기에 주목받았던 분야 중 하나는 헬스케어다. 피트니스 밴드 범주에 포함되는 제품군으로 주로 밴드나 워치 형태의 제품이 많았으며 심박수 측정, 운동 자동 측정 등 건강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WHOOP이 있다. 많은 1세대 피트니스 밴드 스타트업이 경쟁 심화로 문을 닫은 가운데, 보스턴의 피트니스 트래킹 기업인 WHOOP은 올해 8월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E 투자 유치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WHOOP의 플러스알파는 근육통과 회복, 수면 품질을 도와 심장 건강 증진을 돕는다는 것. 차별점으로 NFL이나 PGA 프로 선수들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만큼 운동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꼽아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WHOOP이 스폰서링하는 프로선수들. [출처]_WHOOP 홈페이지
플러스 알파를 준비하는 또다른 웨어러블 헬스케어 서비스가 있다. 뉴욕 기반의 One Drop은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 워치를 활용해 심장박동수와 혈압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여기까지만 오면 일반적인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으로 보이나, One Drop의 차별점은 비만 부분에 집중한다는 것과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건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있다. One Drop에 가입된 기업의 직원들은 앱 내에서의 코치 서비스를 통해 1:1 비만 및 당뇨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선택 시 개인용 혈당체크기 키트도 받아 더욱 자세하게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당뇨와 비만이 사회적 화두인 미국 내 직장인 세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지난 8월 3천 5백만 달러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출처]_One Drop 홈페이지

의류 일체형 웨어러블, 일상과 일체가 되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2019년도 발간한 국내외 스마트 의류 개발 및 상용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 일체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부분은 스마트 와치나 밴드 등에 비해 소비자 인지도 및 상용화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한다.

[출처]_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2019년도 국내외 스마트 의류 개발 및 상용화 동향 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의류일체형 디바이스는 스포츠 및 의료·헬스케어 등 특정 분야와 직업군 내 소수에 의해 한정적으로 활용 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운동 보조효과를 위한 측정 기기나, 위험 산업 근무에 필요한 생체신호 감지 등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것.

따라서 의류일체형 디바이스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수요층 확대와 시장성 확보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 답을 영리하게 찾은 해외 기업이 있다. 스마트 유축기인 Willow을 개발하는 같은 이름의 회사 Willow이다. Willow는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거나 두 팔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롭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초보 엄마들과 워킹맘의 수유 과정을 돕기 위해 개발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다. 기존 유축기 개념을 소비자 편의를 위해 웨어러블 의류 형태로 브래지어 컵 안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 제품 안에는 조용하게 돌아가는 모터가 들어 있는데, 속옷 안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펌핑을 시작하고 모아진 모유는 전용 저장 용기에 담아진다. 이와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Willow는 올해 5천 5백만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Willow 3세대 유축기. [출처]_Willow 홈페이지

한국 웨어러블 기술, 의료계 및 산업계와 적극적 시너지 발생시켜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국내도 해외와 비슷한 웨어러블 산업의 발전 속도를 보이지만, 최근에는 산업 유통 현장과 의료계에 속속 공급돼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 핵심 분야로 인정받으며 지난 2019년 산업부는 4대 유망 서비스 분야 중 하나로 웨어러블 분야를 선정해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1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웨어러블 분야 내 굵직한 투자 사례 중 여러 건을 의료계와의 협업에서 발생했다. 특히 병원과 의료진이 사용하는 B2B 측면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B2C 제품을 목표로 제약회사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투자를 한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인공지능 기반의 웨어러블 의료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는 12월 21일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 3월 유한양행으로부터 5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약 8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로 한국산업은행, IBK 기업은행, 신한캐피탈 등 은행권이 대거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휴이노 제품 서비스. [출처]_휴이노 홈페이지
휴이노의 주력 서비스는 자체 개발 인공기능 기반의 의료기기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기기 라인업으로는 시계형 심전도 측정기기(MEMO 워치) 패치형 심전도 측정기기(MEMO 패치), 인공지능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MEMO A.I.)로, 환자는 해당 기기들을 통해 원격에서 본인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게 되며, 의료진은 환자가 모니터링한 결과를 환자에게 유선으로 안내해주거나 1차 진료를 위한 병원을 안내하게 된다. 이번 시리즈 B투자에도 참여한 유한양행은 2대 주주 자격을 유지하며 휴이노와 국내 판권 계약을 통한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출처]_스카이랩스 홈페이지
이밖에도 반지형 심장 모니터링 기기 ‘카트원(CART-I, Cardio Tracker)’을 제공하는 스카이랩는 종근당으로부터 25억 규모의 브릿지 투자를 지난 11월 유치하며 120억원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을 기록했다. 반지형 심장 모니터링 기기로 투자를 유치한 이유는 웨어러블 기술이 꼭 필요한 부분이 심장 질환 부분이었기 때문. 심장 질환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환자 상태의 체크가 필수지만 기존의 심전도 기기는 대부분 크기가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도 어려워 그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가벼운 반지형 제품인 카트원은 손가락에 끼고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고, 반지를 통해 축적된 환자 데이터는 전용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빠르게 환자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카트-원의 무게는 최소 3.75g에서 최대 4.79g으로 매우 가볍고, 사이즈는 8종이다. 폭 9mm의 심플하고 세련된 블랙 컬러 디자인으로 센서 부분은 광택을 달리했다. 또한, IP58 등급의 강력한 방진∙방수 성능을 갖춰 일상생활에도 문제없이 착용할 수 있다. 자기유도방식의 무선 충전 방식으로 완충까지 약 2시간이 걸리며, 1회 충전으로 48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다. 카트-원 제조는 전량 국내에서 이뤄진다.

웨어러블, 산업 현장 내 안전성 높여

산업 현장 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의 증가로 국내 주요 건설업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건설은 현대건설 스마트건설기술 연구를 발표하며 웨어러블 로봇을 시연했으며 2026년까지 산업용 로봇의 현장 투입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작업자의 별도 추가 조작 없이 콘크리트 바닥 면의 평탄화 작업을 수행하는 ‘AI 미장로봇’을 개발, 관련 특허를 출허하는 행보를 보인바 있다.

링크플로우의 ‘핏360’. [출처]_링크플로우 홈페이지
이렇듯 산업 현장에서 향후 웨어러블 기기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 개발 및 제조사인 링크플로우는 지난 8월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72억 원규모 의 투자금을 유치한 데에 이어 이번 투자까지 합해 총 92억 원으로 시리즈B 투자를 마감한 것. 링크플로우의 대표 제품은 ‘핏360’과 ‘넥스 360’, 그리고 지난 6월 발표한 양방향 통화지원 웨어러블 목밴드형 캠 ‘넥스원’이 있다. 링크플로우의 웨어러블 카메라는 사람이 직접 위험 요소에 가까이 가지 않고서도 공장, 산업현장 내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으며. 사각 지대가 없어 보안업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 트렌드는 어떻게 될까? 지난 5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갤럭시 스마트워치를 공개한 언팩트2020에서 “웨어러블은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며, 넥스트 노멀의 필수품으로 시장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바 있듯이, 웨어러블은 이제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필수품에 대한 정의다. 입는 것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가능케하는 것이 웨어러블의 넥스트 트렌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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