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영업비밀

 

영업비밀(trade secret)이란, 1) 일반적으로 정보의 공개 또는 사용으로 인해 경제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고, 2) 정당한 수단에 의해 쉽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3) 비밀로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의 대상으로 정의한다. 영업비밀은, AI의 지식재산(알고리즘이나 소스코드 등)을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써, 패턴, 컴파일, 프로그램, 프로세스, 장치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영업비밀로서 보호받는 것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보호기간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특허의 경우 출원일로부터 20년과 같이 일정한 기간 내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영업비밀의 경우는 그 비밀성이 유지되는 한 영원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특허와 같이 출원이나 등록을 해야하는 별도의 절차가 없어 정보의 공개를 요구받을 일도 없다. 그러나 비밀성을 영원히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들 중 단 한명이라도 퇴사하거나 이직 후 해당 비밀을 사용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번 비밀성이 깨지는 순간, 그때가서 뒤늦게 특허 등으로 보호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떠한 법적보호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 영업비밀은 일반적으로, U.S. Economic Espionage Act of 1996 (18 U.S.C. § 1831 et seq.)(경제스파이 행위 방지 법률)에 따라 보호되며, 위 법률은 Defend Trade Secrets Act of 2016 (DTSA)의 내용을 개정하였다. 위 연방법률은 영업비밀 부정사용에 대한 사적인 청구권을 형성하고 기업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한다.  각 주별로도 자체적인 영업비밀 보호 법률을 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1979년 제정되고 48개 주에서 채택한 Uniform Trade Secrets Act (UTSA)을 모델로 하고 있다.  위 모델법은 (1) 영업비밀로서 보호될 수 있는 정보 유형의 정의, (2) 영업비밀 부정사용에 대한 사적인 청구권, (3) 보전처분 및 금전적 손해배상,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원고가 청구할 수 있는 구제책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여러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영업비밀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 비밀을 소유한 사업자의 통제 밖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보가 알려져 있지 않음
  • 해당 정보의 비밀성으로부터 사업상의 경제적 이익 및 가치를 도출할 수 있음
  • 비밀을 소유한 사업자는 정보의 비밀성을 지키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함

여기서 정보의 비밀성을 지키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합리적인 노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로 실제로 많은 다툼이 발생한다.  “합리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암호화 또는 데이터 손실 방지 프로그램 설치, 시건장치 설치,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종업원 수의 통제, 정보에 접근하는 모든 임직원에 대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영업비밀 보호에 대한 내부적 규정 수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며, 어느 한 요인이 절대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위에서 열거된 내용 외의 행위들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으며, 여러가지 노력 행위들이 중첩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영업비밀로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AI 기술들은 영업비밀로서 보호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는 해당 기술을 소유한 자가 그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하여 해당 기술의 알고리즘, 소스코드, 그리고 기타 노하우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비밀이 AI 관련 지식재산 보호에 적합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 AI 분야의 기술은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기반이어서, Alice 판결[1]에 근거하여 특허가 거절되거나 특허를 받았더라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음
  • AI 분야의 기술은 특허 제도가 따라갈 수 있는 속도 그 이상으로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
  • 어떤 상황에서 특정 기술이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음을 밝혀내는 것 자체가 고도로 가치있는 지식재산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특허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네가티브 노하우(Negative Know-how)로서 보호할 실익이 있음
  • AI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어떻게 기술을 구현을 할 지에 대한 노하우인데, 이는 경쟁자들에게 비밀로 유지되어야 그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기술의 공개가 요구되는 특허로서 보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

[1] Alice Corp. v. CLS Bank International, 573 U.S. 208 (2014)

문제가 된 Alice사의 특허들은 소프트웨어 특허의 특징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었는데, 미국 대법원은 Alice의 특허가 추상적인 아이디어(abstract idea)에 불과하므로 특허가능한 대상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물론,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소프트웨어”라는 표현을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케이스와 이후 후속 판례들에서 명시한 기준들을 보건대, 과연 얼마나 많은 AI 관련 소프트웨어 특허들이 살아남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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