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법] 인공지능과 상표법

 

상표법은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되는 표식 또는 상표(Mark)를 보호한다. 오늘날 이러한 상표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결정을 내림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요즘엔 각 기업들이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가상의 안내원(Virtual Assistant)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기도 하고 구매결정을 돕는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AI는 트렌드와 해당 고객의 사전의 구매목록 및 검색목록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특정 제품들로 선택지를 좁히고 이를 추천할 수 있다. 앞으로 AI의 예측능력이 더욱 고도화되고 정확해진다면 더 이상 추천(Recommendation)의 수준이 아닌 구매의 청약(Offer) 수준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표법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부분을 다룬다. 현행 상표법이 처음 제정된 19세기부터 평균적인 소비자, 음성, 청각, 개념상의 유사성, 상표의 식별성, 혼동가능성 등의 개념을 진화시켜 왔으며 상표에 대한 판단시 공통적으로 적용해오고 있다. 상표의 혼동가능성의 판단을 평균적인 소비자라는 가상의 존재(하지만 결국엔 인간)에 의존하고 있는데, 여기서 평균적인 소비자란 합리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임은 물론 어느 정도의 인지력과 사고력을 갖춘 주체로 해석된다. 오히려 심사관의 입장에서 본인만의 기준으로 두 개의 상표를 직접적으로 정량적인 비교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은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AI 시대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을 감소시킴은 물론 극단적으로는 인간의 존재를 제외시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상표법상의 이슈들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 AI가 평균적인 소비자(Consumer)의 입장이 될 수 있는 존재인가? AI라는 주체의 평균이라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가?

– AI도 혼동(Confusion)을 하거나 혼동가능성이 있는 존재인가? 혼동인가 아니면 기계적 오류인가?

– AI가 혼동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을 판단하는데 있어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상표의 시작 음절인가, 마지막 음절인가, 아니면 이미지로 된 로고인가?

– AI도 상표간의 혼동가능성을 판단할 때 인간처럼 편견(Bias)을 가질 수 있는가? 가격, 맛, 영양정보, 품질 등의 객관적인 정보보다 브랜드 이름에 가중치를 두는 판단을 할 수 있는가?

현재까지 AI와 상표법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법원이 판단을 한 몇 안되는 사례 중 하나로, Lush v. Amazon UK and Amazon EU 케이스(영국 법원 판례)에서 법원은, Amazon이 Lush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 케이스에서, Amazon이 구글 입찰과정에서 Lush라는 키워드를 구입하고 해당 키워드를 본인들의 웹사이트로 리디렉션하였다는 혐의에 대하여 법원이 판단을 한 것이다. Lush의 주장은, Amazon 웹사이트의 AI가 키워드 검색을 기반으로 Lush사가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유사제품을 제안함으로써 명백한 상표권 침해행위를 구성하였다는 것이었다.

또한, 앞으로의 AI와 상표법 상의 주요한 쟁점은, 다른 지식재산권들과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의 주체로 귀결될 것이다. AI의 행동(상품 추천 및 구매 권유 등)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는 자가 바로 누구인가? 여전히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는 않은 부분이긴 하나, AI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ISP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책임 이슈와 비슷하게 해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ISP의 책임과 관련하여 크게 2가지의 행동이 고려되는데, 첫째는 상표침해 이슈가 발생한 경우 적절히 통지(Notice)하였는가, 그리고 둘째는 문제가 된 콘텐츠를 시의적절하게 내렸는가(삭제 또는 비공개 조치)이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위 2가지의 행동을 적절히 수행하지 않았다면 상표권 침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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