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온라인몰에서 뷰티 생태계 구축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동화 중에 하나 중 거울에 매일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묻는 여왕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인만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방법도 인류의 역사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고대 이집트 시기 백납을 이용한 피부를 희게 하는 제품을 시작으로 산업 시대에의 대규모 생산 시기, 그리고 최근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테크 제품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종 오프라인 모임 대신 온라인 위주의 비대면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뷰티 업계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2020년 8월 인도네시아의 뷰티테크 스타트업 소셜벨라(Social Bella)가 테마섹, 파빌리온, 정글벤처스로부터 58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E투자를 유치했다. 소시올라는 소셜 벨라 인도네시아의 미용과 퍼스널 케어 제품에 중점을 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디지털 뷰티 플랫폼 중 하나다. 현재, 자사 독점 브랜드를 포함한 197개의 브랜드가 온라인 몰에 입점, 온라인 유저도 약 3천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에 제품 뿐만 아니라 퍼스널 캐어 제품을 위한 온라인 고객 리뷰 플랫폼인 ‘SOCO’, 온라인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미디어 서비스인 ‘뷰티 저널’ 등을 갖추고 있어 고객들이 정보 수집부터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소셜벨라의 특징이다.
◆ 문화의 테크화
프랑스 기반 화장품 브랜드 4.5.6 Skin는 LVMH 리서치 센터가 보육한 기업으로, 화장품의 격전지인 유럽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4.5.6 Skin는 시판되는 대다수의 화장품이 백인 피부의 특징에 맞춰져 있어 유색인종이 기존 스킨케어 화장품을 고를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리 한국인의 경우, 포토타입 III와 IV에 속한다. 아시아인의 피부는 피부 속 멜라닌 수가 적어 백인과 흑인 대비 기미와 검버섯이 잘 생기는 특징이 있다. 마찬가지로 백인은 아시아인과 흑인 대비 멜라닌이 적어 피부가 흴 수록 피부 노화 속도가 빠르다. 반면 짙은 피부색을 가질수록 멜라닌 수가 많기 때문에, 자외선이 적은 지역에서는 비타민 D 결핍 등을 겪을 수 있는 것. 456 Skin은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포토타입 IV, V 및 VI 를 위한 스킨케어 제품 라인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다양성 측면과 제품성 측면 모두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8월 70만 유로 규모의 시드 펀딩에 성공, 오프라인 사업에도 진출을 준비중이다.
◆ 공유 경제와 뷰티테크
푸드테크의 공유 키친 산업이 각광받게 된 이유는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은 국내 시장 상황에서 주방을 공유, 창업 실패에 대한 위험을 낮추고 창업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공유 키친은 자영업자에게 외식업에 필요한 장비와 공간을 대여한다. 그러니까 F&B 비즈니스에 특화된 공유 오피스 사업인 것.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뷰티 분야도 공유 경제 관련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다. 2020년 11월, 미국의 미용실 대여 플랫폼 뷰티테크 시어쉐어 (ShearShare) 230만 달러의 시드 펀딩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시어쉐어는 프리랜서 미용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뷰티 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각 분야의 공간을 연결 및 대여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시어쉐어는 특히 코로나 사태로 미용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던 와중에도 20년 하반기에 157%의 사용자 증가율을 보이는 등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편, 시어쉐어는 Google for Startups Accelerator: Black Founders 프로그램의 참가자 12개 사 중 하나이며, 작년 11월 구글의흑인 창업자 지원 펀드로부터 500만 달러의 비희석 형태 현금 지원(non-dilutive cash awards)를 받은 바 있다.
◆ 코스메틱과 플랫폼 노하우의 결합, 그리고 혁신 제품
국내 뷰티테크 분야 중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플랫폼이다. 기존의 뷰티 커뮤니티에 모바일 접근성과 구입 기능을 더한 서비스로, 2012년 국내 1세대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미미박스(MBX)가 대표적인 예다. 미미박스는 실리콘밸리 유명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최초의 한국 기업으로, 2019년도에는 존슨앤드존슨 계열의 JJDC도 약 395억원을 투자한 바가 있다. 미미박스는 국내를 넘어 세포라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브랜드 ‘카자’를 선보이며 해외로 진출한 상태다. 미미박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포라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했던 18-24세 연령대층의 취향과 선호도를 녹인 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이며 2020년 하반기 미국 세포라 18~24세 고객 선호도 1위 브랜드에 꼽히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른 사례로 모바일 기반 뷰티 커뮤니티 피키가 있다. 피키는 2021년 1월, 14.3억원 규모의 Pre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키의 특징은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뷰티 플랫폼이라는 것.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 고객들도 범람하는 제품 정보 속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비즈니스다. 피키의 모바일 기반 뷰티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고를 수 있으며, 화장품 브랜드들은 타겟 소비자와 시장을 정확하게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 뷰티테크, 나를 표현하는 수단
프랑스의 4.5.6 Skin이 흑인의 피부와 문화를 표현하는데 이바지 한다면, 한국에는 채식문화의 성장과 함께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뷰티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국내 최초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를 만든 뷰티긱스의 이야기다. 2020년 10월 두나무앤파트너스로부터 단독으로 10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뷰티긱스는 페이스북 스타트업 엑설러레이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동물성 원료를 배제, 100% 채식주의 화장품을 표방하는 멜릭서는 미국 아마존, IPSY, 마켓컬리, 올리브영 등 국내외 기업들과 맺은 파트너십을 토대로 제품을 판매하고는 있으며, 화장품이 사용자의 가치관을 표현한다는 점을 디지털 트렌드에 맞게 콘텐츠로 제작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 뷰티 디바이스의 진화
플랫폼을 통해 경험하고, 구입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소비자가 집에서도 셀프케어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온지 오래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제품을 바르는 것을 대신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 기술이 주를 이루게 된 것. 특히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너 뷰티, 셀프 관리 등을 위한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다.
올해를 포함, 지난 3년 연속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피부 분석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룰루랩이 좋은 예다. 삼성전자 C-lab 스핀오프 기업인 룰루랩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맞춤형 스킨케어 솔루션 ‘루미니(LUMINI)’와 비대면 피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미러 ‘루미니 키오스크(LUMINI KIOSK)’를 선보이고 있다. 루미니와 루미니 키오스크는 10초만에 피부 테스트를 완료,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것이 특징으로, 40만 건 이상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2020년 11월, 넷마블, 엘앤씨바이오, 글로벌의학연구센터, CTK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롯데온으로부터 20억 원 투자 유치 및 업무협약을 맺은 ‘언니의 파우치’ 제공사 라이클의 연은혜 브랜드 총괄 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라이클을 “우리는 고객의 고민과 생각을 다양한 방면으로 탐구하여 뷰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뷰티테크의 핵심이 담겨있는 설명이지 않을까. 아름다움의 관점은 시대마다 변화해왔고, 더 많은, 다채로운 아름다움의 관점을 발견해나가는 것은 뷰티 스타트업의 특혜이자 의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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