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회계에서 빚을 조금 유식한 말로 부채라고 부른다. 그렇다, 처음 회계원리 배울 때 ‘자산은 부채 더하기 자본’ 할 때 그 부채가 맞다. 단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회사들은 손익에 예민하다. 부채는 보통 비용과 함께 회계처리 되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을 줄인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연간, 또는 분기별 성과를 결산해 보니 예상보다 회사에 부채가 적어서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외상대금이나 카드대금처럼 쉽게 보이는 부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추후에 겪을 수 있는 회계감사나 재무실사 등에서 당황할 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우리 회사에도 숨어있을 수 있는 대표적인 부채들을 살펴본다.
- 퇴직급여충당부채
가장 유명한 부채 중 하나이다. 회사는 근로자들이 근무하여야 돈을 벌고, 만약 근로자들이 퇴사를 하게 되면 근속년수에 맞추어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규정이 법상 정해져 있다. 즉 회사 입장에서는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현재에 돈을 벌고 있지만, 미래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매년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부채에 해당한다.
다만 이 부채는 퇴직연금 형태에 따라 인식해야 할지 말지 여부가 결정된다. 퇴직연금의 형태로는 대표적으로 DB형과 DC형이 있는데, DB형은 근로자의 퇴직금이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의해 확정된 것이라 회사 입장에서는 그 금액을 추후 최종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DB형은 퇴직급여충당부채 대상이다. 그러나 DC형은 정기적으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퇴직금을 DC 계좌에 입금하여 주고, 근로자가 알아서 운용하면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돈을 주기적으로 준 것은 미래에 더 이상 책임이 없으니 퇴직급여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는다.
- 연차충당부채
개념 자체는 퇴직급여와 비슷하다. 근로자들이 근무를 해서 회사가 돈을 벌고, 근로자들은 근속기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유급 휴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휴가에 대해서 회사 입장에서는 부채로 인식하여야 한다.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은 연차촉진제도, 즉 ‘우리 회사는 휴가를 다 안(못)써도 돈으로 지급을 안하니까 부채로 잡을 필요가 없겠죠?’ 하는 질문이다. 답은 No이다. 연차촉진제도를 채택했던 아니던 방식은 일부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올해 근로자들이 근무를 해줘서 돈을 벌었지만(수익), 근로자들이 내년에 월급을 받고도 휴가를 가서 일을 안할 권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손해이다(비용). 회계에서는 해당 년도의 수익과 비용이 대응된다는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부채로 잡아준다.
- 판매보증충당부채
대부분의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A/S 약정이 존재한다. 즉, 회사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였지만 여기에는 결함이나 불량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는 보증을 해 줌으로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나 가전 제품을 사면 5년, 10년 무상수리 조건이 붙는 것처럼 말이다.
회사는 과거 A/S 제공 경험 등을 통해 올해 판매한 금액 중 앞으로 어느정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A/S시 소요되는 소모품 등 비용이나 회사 인력이 본업 대신 얼마나 A/S에 추가 시간을 써야하는지 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A/S제공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합리적인 금액을 회계상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인식하여야 한다.
- 복구충당부채
회사가 사업을 하면서 나중에 원상복구를 시켜야 하는 의무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유소 사업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땅에 기름이 샐 수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주유소가 영업을 종료할 때 이를 깨끗하게 원상복구 시키고 나가야 하는 경우이다. 또는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경우는 사무실을 임차해서 사용하면서 임차 계약 종료 시 원상태로 복구하고 나가는 것을 건물주와 계약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추후 원상복구를 하려면 얼마나 비용이 들지를 최선의 추정치로 계산하여 복구충당부채를 인식하여야 한다. 회사가 돈을 벌면서 발생한 일이니(수익), 그에 맞게 부채를 잡으라는 개념이다. (비용) 위에서 말한 수익 비용 대응의 원칙이 여기서도 나오게 된다.
- 이연법인세부채
세무상 이익이 난 회사는 법인세를 내야 하는 납세 의무가 있다. 납부할 법인세를 계산하려면 ‘세무조정’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회계상 이익에서 시작하여 세무상 이익으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회계와 세무는 각자 수익과 비용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회계에서는 ‘이게 올해 우리 손익이야.’라고 하는데 세무에서는 ‘나는 이거는 평생 손익으로 인정 못해.’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세무에서도 ‘그래 손익은 맞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올해 손익은 아니고 나중 손익에 해당하는 거야.’라고 하는 개념 이렇게 2가지가 존재한다. 후자에 해당한다면 단순히 기간별로 회계와 세무상 손익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만약 올해 회계상 이익 대비 세무상 이익이 적다면, 회계 관점에서보다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회계 입장에서는 단순히 세금 적게 낸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나중에 회계상 이익 대비 법인세를 많이 내야할 것을 대비하여야 한다. 이럴 때 나중에 많이 낼 법인세 금액을 계산하여 이연법인세부채를 인식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연법인세회계는 개념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실무적 편의를 위하여 특례가 존재한다.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중소기업기본법 상 중소기업은 단순히 올해 납부해야 하는 금액만 법인세비용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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