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가 지난 6월 발표한 건강보험 치과 다빈도 질병과 진료행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중 44.1%인 2285만명이 건강보험 치과 외래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치과 진료의 본인 부담률은 81.1%로 다른 진료과 대비 2배 높은 수치로 드러났다. 치과 치료를 진행하며 보철 임플란트, 브릿지, 틀니 등 보철 치료비는 다른 치료 대비 큰 비용이 드는 탓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딥러닝 기반 자동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빛날덴탈스튜디오’(대표 박혁준)는 딥러닝을 활용한 3D Computer Vision 기술을 치기공 분야에 접목했다. ‘빛날덴탈스튜디오’는 해당 기술을 통해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보철 치료 분야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도입하며 치과 진료의 선진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박혁준 대표 – “한국인들의 손기술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듯이, 우리의 치기공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북미, 유럽, 호주 등의 대형 기공소에서도 한국 치기공사는 가장 인정받습니다. 한국 치기공소는 보통 자격제도로 운영되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면허제로 운영되는 점도 차별화의 요인입니다. 거기에 저희 직영 기공소는 작년 Vatech 에서 주최한 치아 모델링 콘테스트(Perfit ZR TSML) 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여기서의 수작업 모델링을 통해 확보한 양질의 데이터는 딥러닝 재료로 활용되어 저희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크게 높입니다.”
유지웅 이사 – “치과치료는 선진국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의료보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넓게 보장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많습니다. 당장의 경제력이 부족해 치과 보철치료를 미루고 악화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흔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치아건강이 망가지면 삶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됩니다. 그 사람의 치아를 보면 사회경제적 계층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부담 없이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우리 회사가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영역을 넘은 ‘빛날덴탈스튜디오’ 기술의 탄생]
치기공사로 일하다가 어떤 이유로 창업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팀을 결성하고 기술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박혁준 대표 – “일단 제가 보철물 모델링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웃음). 육군에서 치무 담당관으로, 치과와 치기공소에서 일하면서 치기공산업의 변화를 보았습니다. 이전에 수작업으로 진행된 고된 작업들의 대부분이 자동화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캐드 작업은 자동화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치아 하나당 숙련된 치기공사가 최소 10분 이상 모델링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람 몸에 들어가는 보철물이다보니 디자인 작업에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때문에 가장 진이 빠졌습니다. 아무리 경력이 쌓이더라도 사람마다 치열이 다르기 때문에 매크로 돌리듯이 작업할 수가 없습니다. 마진라인, 교합조건, 좌우접촉면과의 조화 등등 임상을 위한 치아 디자인에서 고려할 요소는 너무 많은데, 이 부분이 자동화되지 않았기에 하루 물량을 처리하려면 야근이 필수였습니다. 이런 산업 구조이다 보니 신규 치기공사의 유입이 급감했고, 요즘엔 주변 기공 소장님들은 신규 치기공사 구인이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고들 말합니다“
“치아 모델링 캐드 시장은 3shape. EXOCAD 와 같은 외산 S/W 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보철물 자동모델링은 여러 덴탈 솔루션 회사들이 등장해서 시도해왔고, 업계 글로벌 선두기업인 3shape 또한 치아 자동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추가했지만 임상 적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평가속에 외면받고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도 자체 S/W를 개발하고 있지만, 작년 3shape 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캐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면 완전 자동화에 있어서 한계가 명확합니다. 때문에 숙련된 치기공사의 치아 모델링 작업이 필요한 지금의 수준에서 기술력이 포화되는 것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국내기업, 글로벌기업 가릴 것 없이 기존 시장에 AI CAD 라 칭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았지만, 원클릭으로 자동제작이 가능한 저희 S/W와는 다르게, 숙련자의 수작업이 무조건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유지웅 이사 – “3년 전부터 함승현 박사(MIT 기계공학) 님과 함께 병렬 컴퓨팅 알고리즘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희 기술을 해석 시뮬레이션 S/W 에 적용시켜보니 정작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술을 아무리 인정받아도 R&D 과정에서 기존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는 리스크를 지는 고객사는 없었습니다. 훨씬 저렴한 공급가를 제안해도 고객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Copy 당 수억원에 달하는 외산 소프트웨어를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 기반이 아니면 이미 기술 수준이 포화점에 어느정도 도달한, 장악된 시장에 진입하는 건 너무나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이후 함승현 박사님을 통해 대표님을 만났는데, 덴탈 시장에서 치아 모델링작업으로 인해 생기는 병목 현상을 실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산 S/W를 개발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치기공사의 작업 공정에서 반복적이면서도 유사한 CAD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사실, 치기공사의 인력 수급 문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슈라는 사실, 수많은 국내외 덴탈 관련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음에도 완전 자동화에는 기술 수준이 한참 못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는 고민없이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박사님을 비롯한 창의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연구진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해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CAD 기술이 아닌 딥러닝 기반 3D 치아 데이터를 각각 치아별로 학습시켜 충치치료를 마친 환자에게 맞는 보철물을 클릭한번으로 제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등장, 세계가 먼저 인정한 기술력]
박혁준 대표 – “현재 국내에서는 치기공소를 면허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치기공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 유럽, 호주 등은 자격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저희 기술을 비교적 손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형급치과 (체어 4대 연간매출 15억 이상/해외기준)의 자체 기공실 운영의 니즈를 충족시킬 솔루션이 될 수도 있고, 기존 기공소를 대형화된 스마트 치기공소로 전환시킬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숙련된 치기공사가 부족해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또한 전세계 치과에 저희 S/W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AI 자동디자인을 활용한 덴탈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치과 및 치기공소 프랜차이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자동디자인 기반 치과 치기공소를 통해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에게도 이질감 없고 저렴한 치아 보철물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공소를 운영하는 미국과 호주의 대형 치과에서 ‘빛날덴탈스튜디오’ 기술력을 알아보고 먼저 협업을 제안했고, 올해 9월부터는 호주 시드니 대형 치과·치기공소와 함께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중국과의 무역분쟁 관련해서 치기공사 인력난이 심해진 탓에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려 한다. 이러한 배경에 발맞춰 빛날덴탈스튜디오는 자동 디자인 치과·치기공소의 해외 프랜차이즈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빛날덴탈스튜디오’ 기술로 꿈꾸는 미래]
치아 치료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한 기술을 개발한 ‘빛날덴탈스튜디오’.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박혁준 대표 – “치아 교정 분야도 연구를 진행하며 교정 과정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습니다. 개발과정에서 보철물 자동 제작과 또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지만 공격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솔루션은 산업 자체에 고질적으로 점착된 보틀넥을 타파해내기에, 보수적인 치과시장에서도 진입이 용이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철물 제작, 진단보조, 교정 등이 통합된 덴탈 솔루션을 출시하는 게 중간목표입니다. 또, 저희는 영상의학과 의료진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한국과 미국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치과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분야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유지웅 이사 – “치기공소에서 수작업 CAD S/W 환경을 구축하는데 초기엔 3000만원 가량, 이후 매년 수백만원에 달하는 annual pee 가 발생합니다. 저희 연구진들은 대학원과 정출연에서의 연구과정에서 Copy 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외산 소프트웨어를 다뤄왔습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최상위권이지만 설계부터 검증에 이르는 R&D 과정에서 소프트파워는 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 분야의 부가가치가 가장 높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한번 외산 소프트웨어에 락인(Lock-in) 되어 사용자 편의성이 확보되고, 시장이 잠식되고, 그 상태로 기술 수준이 포화되면 웬만해서는 시장 경쟁력을 가져오기 힘듭니다.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있는 본 기술에 있어서는 저희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딥러닝 기반 모델링 S/W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통한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 외에도 ‘빛날덴탈스튜디오’는 자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다른 신체 보철물과 건축 및 여러 분야에서 자동 디자인을 진행하는 등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 시키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향후 ‘빛날덴탈스튜디오’ 의 3D 딥러닝 기술이 또 어떤 분야에 접목돼 획기적인 이변을 일으킬 지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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