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같이 서비스 트렌드나 전략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떤 서비스가 출시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참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어떤 서비스는 초기 컨셉이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것은 초기 컨셉이 형편없어도 소비자의 반응에 힘입어 버즈 마케팅 효과로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발자가 초기 진입자를 뛰어 넘으려면
시장이 재미있는 건 초기 컨셉의 완성도를 떠나서 서비스의 특정 요소가 기존에 주지 못했던 새로운 “만족감”을 제공해서 성장하면 곧바로 다양한 경쟁자가 출현하고 심지어 초기 진입자가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어도 경쟁자에게 1위의 자리를 넘겨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를 서비스 전략 관점에서 체계화하면 단계별 주요 전략 과제 “핵심 컨셉”, “안정성”, “빠른 확산” 그리고 “진입 장벽 구축”인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핵심 컨셉”과 “안정성”에 집중하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대부분 이러한 “컨셉” 차별화로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는 맹신할만한 전략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 핵심 차별화를 UI 관점에 의존한다면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시장에 전혀 없는 “컨셉”을 제시한다면 그것을 고객이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을 버티는 것이 벤처에게 최대의 도전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라면 시장에 이미 있는 컨셉에 새로운 기능을 어설프게 추가했다가는 고객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오히려 복잡성만 증가시켜 아예 선택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후발주자로서 초기 컨셉의 포지셔닝을 놓쳤다면 차리라 컨셉 자체는 복제하고 서비스를 안정성있게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컨셉”은 없기때문에 어느 정도의 복제란 자연스러운 경쟁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
또는 후발주자가 어설픈 컨셉 추가는 지양하고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빠른 확산능력을 제공하면 이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과거의 사례에서 PC용 메신저를 돌아보자.
초기 PC용 메신저 시장은 ICQ가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도 초기에 ICQ는 PC 매니아들 위주로 급속도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ICQ는 빠르게 기능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마치 메신저가 인터넷의 모든 것을 흡수할 것처럼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MSN 메신저가 출시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MSN 메신저는 ICQ에 비해서 기능도 적었고 초기에 고객이 많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고객이 MSN 메신저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이제 고객들이 어느 시점부터인가 ICQ를 사용하는 대신 MSN 메신저를 사용했다. 이는 바로 MS의 “확산 전략”의 힘이었다. PC에 기본 탑재되는 윈도OS와 같이 제공되는 MSN메신저와 ICQ와의 경쟁은 한계가 있었다. 또한 ICQ에 비해서 턱 없이 기능이 적었던 MSN 메신저를 사용자가 선택했다는 점은 반대로 고객이 메신저에 그렇게 많은 기능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바로 서비스 기획자의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고객이 하나의 서비스에서 “많은 기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ICQ 사례에서 배울 점은 서비스의 기존 고객의 “네트워크 효과”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진입장벽이 없는 “네트워크 효과”는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 시장에서 네이트온 메신저로 시장은 한번 더 변화가 일어났다.
2004년도 8월 기준으로 국내 MSN 메신저의 시장 점유율은 40%이고 네이트온은 25%가 되었다. 사실상 그 당시 네이트라는 포탈의 영향력을 고려해도 놀라는 수치라 볼 수 있다. 놀라운 건 2005년도에는 드디어 네이트온 메신저가 국내 1위의 시장 점유율로 역전하게 된다.
PC에 기본 내장이라는 “확산 전략”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한 네이트온의 힘은 무엇일까? 첫째는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무료 SMS 제공이라는 고객 가치에 투자했고 두번째는 바로 그 당시부터 성장하고 있던 싸이월드라는 커뮤니티와의 연계가 적중했다. 그 이후로 MSN 메신저가 네이트만큼의 기능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장 점유율은 역전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기본 내장이라는 확산 전략에도 한계가 있음을 반증한다.
2010년 시장은 또 변화가 시작되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경쟁이 시작되었고 시장 출시 1년만에 카카오톡이 800만명의 고객을 바라본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그들의 컨셉이 새로워서도 뛰어난 기술력때문도 아니라고 본다.
심지어 카카오의 첫 서비스가 카카오톡도 아니다. 카카오아지트라는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별로 반응이 없었고 시장의 변화를 읽은 후 내놓은 서비스가 카카오톡이다. 결국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라는 서비스 “핵심 컨셉”에 집중했고, 자체 ID 생성을 없애고 전화번호부 기반의 “확산 전략”을 채택한 미국 경쟁사를 잘 벤치마크했기때문에 지금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본다.
이미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새로운 컨셉이 나오기도 힘들다. 위치 기반이고 AR기반이고간에 아직까지는 모두 실험 단계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현재의 모바일 메신저에도 기능이 많은 것을 고객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재미있게도 PC 메신저 시장에서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트온과 MSN 메신저의 스마트폰 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이 성장했다는 것은 또 한번의 “역전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카카오톡이 앞으로 몇 년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혹시 또 다른 “확산 전략”을 제시할 회사의 의해서 또는 “다른 진입 장벽”을 준비하는 회사에서 의해서 역전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이런 관점에서 최근 다음의 마이피플이 무료전화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점은 PC용 메신저의 과거를 반추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분명한 건 인터넷 기반에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언제나 킬러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려본다.
글 : 퓨처워커
참조 : http://www.futurewalker.kr/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