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혹은 M&A 기로에 선 ‘K-스타트업’의 혹한기

K-스타트업이 연달아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겪으며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2019년 스타트업을 이끄는 산업 중심에 올라서며 지난해 까지만 해도 투자 유치 소식을 연이어 전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고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상당수 플랫폼 기업은 끌어 모은 돈을 거의 소진했는데 추가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것.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2001년 발생한 ‘닷컴 구조조정’ 사태가 ‘플랫폼 구조조정’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가 위축되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권고 사직을 권유하는 회사부터 C레벨 급의 임원들의 퇴사 행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마저 줄이기로 정하며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는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지난 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5200억원 규모였던 올해와 비교해 39.7%나 줄어든 규모다. 결국 투자 유치 없이는 자립이 힘든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방향을 전환하거나 입수 혹은 M&A를 진행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 투자 명맥 끊긴 스타트업의 위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 7월 기준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8368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659억원 대비 72.7%가 줄었다. 또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C 투자액은 4조6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4조6072억원 보다 6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2·4분기 투자액 역시 1조9234억원으로, 직전분기2조827억원보다 1593억원 감소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벤처투자액 급감은 금리인상 및 부진한 증시, 간접투자 창구가 좁아진데 있다. 실제로 비제도권인 비상장주식 플랫폼에 대한 투자자 보호조치가 강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지난 7월부터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개인이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각각 456개에서 57개로, 174개에서 30개로 각각 줄었다. 더불어 기업공개(IPO) 예정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서비스 중단 위기 수산물 당일 배송 ‘오늘회’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하는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오늘회’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지난 2017년 출범한 제철 수산물 스타트업이다. 국내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해 온 김재현 대표가 미국의 유명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인스타카트를 롤모델로 삼고 만든 회사다. 제철 수산물 상품을 기획하고, 매입 후 판매하는 플랫폼 ‘오늘회’를 비롯해 다양한 자체브랜드(PB) 수산 상품을 발굴해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 5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은 전날 김재현 대표 명의로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을 통보한데 이어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이는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 측이 협력업체로의 대금 지급을 미룬 끝에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회’ 운영을 멈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늘식탁은 시드 투자 및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음에도 협력업체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전직원 권고사직 통보에 이르며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늘식탁 측은 5일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현 상황 및 앞으로의 해결 방안에 대한 공고문을 게시했다.

오늘식탁 측은 “많은 이야기들로 아시겠지만 오늘식탁은 적자를 통해서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이었다. 2022년 2분기부터는 적자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회사BM조직, 재무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다”면서 “현재로도 조직과 재무구조를 전환하는 과정 속에 있다.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일시 중지를 시킨 것은 실제로 오늘회의 서비스를 재정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추석 직후에 오늘회 서비스를 재개하려고 내부팀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서비스는 서비스 지역의 변경·배송시간의 변경·상품의 재오픈 등의 것으로 재정비를 해서 오픈할 예정”이라고 서비스 재개 의사를 밝혔다.

◆ 사무실 임차료 3개월 연체 ‘메쉬코리아’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으로 유명한 메쉬코리아의 핵심 인력이 줄 퇴사한데 이어 본사 사무실 임차료마저 제때에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는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다봉빌딩에 있는 본사 사무실 임차료 지급을 유예하고 사무실 운영사로 지급 방식 조정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메쉬코리아는 이후 고정일 납부였던 본사 사무실 월 임차료 지급 방식을 이달까지 분할 납부로 전환 합의했다. 또 지급하지 못한 임차료는 입주 초기 낸 보증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메쉬코리아가 지난해 7월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5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후 새로운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자체 경기 김포, 남양주에 이어 올 초 곤지암에도 풀필먼트(종합물류)센터를 잇따라 구축하며 종합 물류 플랫폼으로 사업을 전환하며, 더딘 수익화로 인해 자금 조달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스탠퍼드 출신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김명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떠난 데 이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온 주상식 최고디지털책임자(CDO)까지 회사를 떠나며 핵심 인력이 연달아 퇴사했다.

다만 메쉬코리아의 투자 유치 어려움이 전해지자 KT가 투자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기사회생의 기회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와 NVC파트너스에 이어 KT까지 메쉬코리아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존폐기로에 선 메쉬코리아의 운명이 바뀔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존폐위기에 선 스타트업, 입수합병 및 M&A 증가

유니콘 기업의 경우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벤처 및 스타트업 시장은 지난해 다양한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지는 등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장이다.

이런 호황기를 겪었던 유니콘 기업들의 경우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초기 시장 공략에 성공해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출을 다각화하기 위해서 인접 영역들 또는 장기 및 전략적으로 인수를 할 만한 곳들을 찾아 인수 및 합병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31일 스타트업 민관협력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총 79곳의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 합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은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업종 1·2위 스타트업들이 같은 업종 스타트업을 흡수해 시장 우위를 확고히 했다. 또 인재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경우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환급 서비스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3월 영상통화 스타트업(스무디)을 인수해 모바일 앱 개발팀을 확충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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