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문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최병철 공동소장의 기고문으로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의 ‘혁신의 혁신, 중장비와 IoT의 결합 – 무스마’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무거운 중장비와 어울려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동하는 건설산업현장은 항상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매년 안타까운 안전사고를 목도하고 있다. 중공업에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신성일 대표는 동료와 주변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접하게 되면서, 피치 못할 사고였다는 미명 아래 과학적인 관리가 외면되어 왔던 건설산업현장 안전관리에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져오기로 결심한다. 안정된 대기업 엔지니어였던 신성일 대표는 그렇게 익숙해지고 정도 들었던 직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창업이라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 동료를 찾아서 떠나는 여정
머리 속으로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해왔고, 동료들에게 인정받은 엔지니어로서의 전문성도 갖춘 신성일 대표였지만, 막상 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었다. 창업이라는 주어진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왜 그 프로젝트가 필요한 것인가하는 물음부터 누가 이 프로젝트의 가치에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까지 모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지만, 모든 부서의 역할과 구분이 명확하고 또 엔지니어로써 세부과제에 오래 동안 몰두해온 신성일 대표에게는 머리 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신성일 대표가 찾아간 이는 학장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 온 서정우 (현 무스마 전략이사) 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서정우 이사는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종로에 있는 굴지의 대기업 경영지원부서에서 근무하던,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맨’이었다. 종종 신성일 대표의 엉뚱한 아이디어의 상담 대상이었던 서정우 이사는, 그 날도 뭔가 생각에 잠겨 찾아온 신성일 대표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맥주잔을 기울이기로 했다.
“뭐? 그 회사를 그만뒀다고? 로또라도 된 거야? 아니면, 다시 공부하려 나가려고?”
진지하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 놓던 신성일 대표의 말이 마치기도 전에, 서정우 이사의 입에서 본인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똑똑하고, 아이디어가 넘치고, 뚝심도 있던 오랜 친구를 높이 사던 서정우 이사였지만, 신성일 대표의 그러한 장점은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울타리에 있기에 더욱 빛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또 한 편으로는 걱정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오랜 친구에게 신성일 대표는 진지하게 자신이 꿈꿔왔던 사업과 또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많은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로하였고, 이는 오히려 서정우 이사가 가지고 있던 편견 섞인 우려를 불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만날 때마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나눴어요.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했지요. 하지만, 이 전과 달랐던 점은, 공학적인 아이디어만 신나게 이야기했던 이 전과는 달리, 오히려 많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더라구요. 오히려 안심이 됐어요. 아, 이 친구. 정말로 결심했구나”
◆ 반가웠던 친구, 그러나 머나 먼 동업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우리가 왜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네요 (신성일 대표)”
“아니, 이 친구….아니 대표님, 그걸 지금 몰라서…(서정우 이사).”
인터뷰 도중 신성일 대표가 한 이 말에 서정우 이사가 악의 없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정말 그랬다. 이 둘은 사업초기에 정말 많이 부딪혔다. 학창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맺었고, 졸업 후 사회에서도 교류를 이어갈만큼 서로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깊었지만 공학도로써 경영학도로써 사회에 첫 발을 내 딛고 각각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온 그들의 전문지식과 경험은 오히려 많은 갈등의 원일을 제공하였다. 가장 큰 갈등원인은 건설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한 ‘혁신’을 바라보는 그 들의 관점이었다. 엔지니어로써 잔뼈가 굵은 신성일 대표는 건설산업현장은 안전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게 존재하고, 이에 대한 물리적인 통제가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술개발이 곧 혁신이라고 믿었다. 반면 서정우 이사는, 건설산업현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미 있는 구매를 할 수 있는 구매자의 존재 확인이 혁신을 향한 첫 단추를 올바로 꿰는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때는 잘 만들면 누군가 잘 팔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잘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찾아와주지 않으니 누군가 와서 팔아주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되게 막무가내였어요. 경영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경영 공부한 사람이 오면 경영, 마케팅 뭐 다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서정우 이사가) 막상 와서 제품에 관해서 얘기하고 그러면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말한다고 생각했죠 (신성일 대표)” – AER 무스마 사례에서 발췌-
“결국 같은 제품을 팔고 싶어 하던 거였는데 그때는 대기업만큼 회사가 바쁘지 않아서 계속 옆에서 가르치고 싶은 게 보였던 거 같아요.” (서정우 이사) – AER 무스마 사례에서 발췌-
편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할까. 사적으로는 오랜 친구인 둘은 오히려 싸움도 격의 없이 할 수 있었기에 점점 부딪히는 회수가 잦아졌고, 강도도 높아졌다.
돌이켜보면 도돌이표처럼 둘은 수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창업 초기 신성일 대표와 서정우 이사는 의견의 차이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화가 부딪히는 빈도가 많아지며 그들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 하나의 꿈을 향한 동상이몽: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이 진정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 둘의 잦은 다툼의 근본 원인을 무엇이었을까? 서로의 전문지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집이었을까? 업무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 였을까? 오랜 기간 인연과 우정을 이어가면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던 두 사람은 이러한 추측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소통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두 사람만큼 편하게 오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동업관계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문제였을까? 신성일 대표와 서정우 대표는 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기본에 대한’ 공유와 이해였다. 이 들은 서로의 역량과 전문지식을 믿고 있었기에, 오히려 그 것이 독이 되었던 것이다. 능력 있는 친구니까 내 분야지만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겠지-하는 추측이 모든 다툼 원인의 도화선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건설산업현장의 안전관리는 서정우 이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교한 기술적 뒷받침이 필수였고,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안전플랫폼을 구축하기 이해서는 예상보다 훨씬 정교한 사업적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림 1). 해결점의 시작은 작다고 생각했던,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공유였다.
그림 1. 무스마 건설산업현장 안전관리플랫폼
출처: 무스마 사업소개자료
“어느 순간 좀 더 밑에서부터 서로를 얘기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뛰어넘지 말고 정말 아래서부터 얘기하자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런 근본적인 생각을 하니까 좀 이야기가 통하기 시작한다고 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우리가 서로 싸우자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결국에는 목적은 같잖아요. ‘의미 있는 안전 솔루션으로 건설 현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오자 (신성일 대표)” – AER 무스마 사례에서 발췌-
“정기적으로 매주 아침 8시에 회의를 해요. 공유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또한 그런 과정이 있어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겠더라구요.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대화 시 본인에게는 아무리 기본상식에 속하는 지식이어도, 절대 상대방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기로 했어요 (서정우 이사) – AER 무스마 사례에서 발췌-
상대방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해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정된 무지의 힘은 강력했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공유함으로써 탄탄한 공동의 토대를 쌓게 되었고, 그렇게 단단하게 쌓여진 토대 위해 각각의 전문성을 마음 것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림 2).
그림 2. 투자자에서 무스마의 산업안전플랫폼을 설명하는 서정우 전략이사 (출처: 무스마)
작은 균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건설산업현장 안전관리의 황금율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 무스마는 현재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림 3)“두 분 다 글로벌적인 감각이 있었고, 사실 산업현장에 안전 문제 이런 게 재밌거나 핫한 주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이 주제로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어 했고,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팀에 있었습니다. 무스마는 산업 안전과 관련해서 계속해서 테스트를 하며 앞서고 있고 동시에 진정성이 큰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윤훈섭 제너럴파트너
그림 3. 무스마 직원들 (왼쪽에서 세번째가 신성일 대표) (출처: 무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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